예레미야의 소명기사는 그의 사상과 메시지 이해에 있어 핵심이 되는 부분이다. 그의 소명에 대한 설명은 1장 4-10절에 나오는데 11-19절에 나오는 두 환상에 대한 보고와 관련해서 살펴보아야 한다. 먼저 이 소명기사를 통해 그의 메시지를 살펴 보고자한다.
예언자의 소명으로 시작되는 이 부분은 이사야와는 다른 소명사화를 접하게 된다. 그러나 소명의 배경에 관해서 아무 말도 없다. 그저 「말씀 사건」만 전한다. 예레미야는 자기에게 내려오는 말씀으로 인하여 온몸과 전실존으로 말씀을 선포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는 말씀 때문에 적대감을 불러일으키고 고난을 받으며 죽음의 경계선을 넘나든다. 그러나 그는 이 말씀의 선포가 자기의 성격과 적성에 맞지 않음을 잘 알고 또 재삼 확인하면서도, 순종의 마음으로 말씀과 하나 되어 삶의 끝까지 가야 함을 깨닫게 된다.
그의 예언소명은 이사야와는 달리 현시가 동반되지 않은 것 같다. 하느님의 현존(現存)에 부딪쳐 이사야처럼 공포에 떨지 않고 오히려 철부지 『아! 주 하느님 저는 아이라서 말할 줄 모릅니다』(1,6)라고 핑계를 대는데, 여기서 자기에게 지워진 무거운 사명에 놀라 자기는 아직 아이라서 말을 잘 못한다면서 그 사명을 벗어나려 하는 점과 소심한 예레미야가 그토록 자연스럽고 소박한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보아 하느님과의 대면이 처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예레미야의 나이나 능력은 주님에게 소명 기피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저는 아이입니다」라고 하지 마라. 내가 너를 보내면 너는 누구에게나 가야하고 내가 명령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나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1,7). 하느님은 자격 없는 이를 선택하시어, 이 어려운 시기에 당신의 뜻을 실현시킬 도구로 내세우시는 것이다.
예언자는 주님이 명령하시는 것을 선포해야하며 하느님이 당신의 말씀을 드려주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가야한다. 그러나 아무리 소명 의식이 강하다 하더라도 예언자가 그러한 청중 앞에서 두려워 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펼쳐진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은 당신의 예언자와 함께 가신다는 믿음이다. 『그들 앞에서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너를 구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1, 8).
예레미야는 소명을 받고 질겁을 하면서 사양하지만 하느님은 이미 그가 세상에 있기 전에 점지하였으며 항상 그와 함께 하신다는 위무(慰撫)까지 곁들여 그로 하여금 소명을 받아들이게 한다. 『보아라! 나는 오늘 세계 만방을 너의 손에 맡긴다. 뽑기도 하고 무너뜨리기도 하고 멸하기도 하고 헐어 버리기도 하고 세우기도 하고 심기도 하여라』(10절)는 속에서 예언서 전체를 요약하면서 『만백성을 위한』 예언자의 그의 사명을 암시하고 있다.
1장11-16절은 소명을 받고 자기의 예언직에 대해서 숙고와 명상을 하는 동안 보게된 두 환시를 전해 주며, 이어서 예언자 파견으로 이어진다(17-19절). 앞으로 그의 예언 활동이 성공리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고와 동시에 그를 뽑으신 분이 항상 그와 함께 있으리라는 담보가 제시되어 그의 활동에는 언제나 하느님의 개입과 결과가 따르리라 한다.
이상으로 본 예레미야의 소명사화의 특징은 첫째는 그 자신이 태어나기 전부터 예언자의 직책으로 예정되어 있었다는 것을 자각하는 점이다. 둘째는 그의 계속되는 불복종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 도움을 주시겠다는 약속과, 셋째 야훼의 말씀이 그의 입에 담긴다는 구절로 『나는 이렇게 나의 말을 너의 입에 담아 준다』(9절)는 부분은 특별히 중요한 점으로 부각된다. 그는 야훼의 대변자로서 그 숱한 애환의 삶을 통해서도 자기 사명을 다하는 동시에 「임마누엘 약속」과 함께 모든 이에게 맞서, 뽑고 허물며 세우고 심기 위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한다. 우리는 예레미야의 소명사화를 통해 하느님 친히 나를 선택해 주셨고 항상 나와 함께 하심을 삶으로 증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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