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간은 말하자면 이 새 천년기의 여명에 새롭게 열린 영역입니다. 다른 시대의 새 영역들과 마찬가지로 사이버 공간 역시 위험과 가능성이 교차하며 다른 커다란 변화의 시기와 마찬가지로 모험 정신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사이버 공간이라는 새로운 세계는 교회에게 인터넷의 잠재력을 복음 메시지 선포에 이용하는 커다란 모험에 나서도록 권유합니다. 이러한 도전은 새 천년기를 시작하며 「깊은데로 가서 그물을 쳐라」 하신 주님의 명령을 따르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제36차 홍보주일 담화 중에서)
교항 요한 바오로 2세는 인터넷이 새 천년기 복음 선포의 새로운 「장(Forum)」이라고 강조한다. 교회의 복음 선포의 역사는 지리적 확장의 문제 일뿐만 아니라 수많은 다양한 문화들을 만난 그 때마다 새로운 활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의 복음화를 수행해온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정보사회의 도래라는 시대적인 조류를 만난 교회는 이제 정보화, 그리고 그 정보화의 핵심적 요소인 인터넷의 파도를 타고 새로운 시대와 문화의 문턱을 넘어서도록 요청받고 있다.
한국교회 정보화의 발자취
한국사회가 정보화에 눈을 돌린 것은 이제 겨우 10여년이 조금 넘었고 한국교회의 관심은 그보다 더 늦었다. 하지만 오늘날 정보사회를 향한 빠른 발걸음은 한국을 세계에서도 으뜸가는 정보화 국가로 자리매김했고 한국교회 역시 행정전산망 구축을 중심으로 전산화, 정보화에 있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둬왔다.
한국교회가 정보화를 향한 획기적인 첫 걸음을 뗀 것은 주교회의 차원에서 의욕적으로 시작된 모세 프로젝트.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프로젝트였고 일반 사회의 정보화 추진을 능가하는 새로운 전망을 던져주었다.
비록 그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전에 여러 가지 여건의 미성숙으로 무산되기는 했지만 이 프로젝트는 나름대로 정보화에 대한 교회의 시각과 노하우를 축적함으로써 이후 한국교회의 정보화 추진에 있어서 상당한 밑거름이 된 것은 분명하다.
모세 프로젝트의 불발로 인해 각 교구와 본당들은 개별적으로 정보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특히 서울, 대구, 부산, 인천, 마산교구 등 본당 컴퓨터 보급률이 높은 대도시 중심의 교구들은 각자 여건에 맞는 전산화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고 때맞춰 인터넷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교구와 수도회 등을 중심으로 홈페이지의 개설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행정전산화를 위한 서울대교구의 「양업」 프로그램이 출범하고 인터넷 「굿뉴스」가 개설되면서 한국교회의 정보화는 급류를 타기 시작했고 인터넷이 선교, 사목, 행정 등 전분야로 확산되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이후 한국교회는 교구 차원에서는 행정 전산망과 함께 인터넷 홈페이지들을 속속 개설하기 시작했고 수도회에서도 수도회를 홍보하고 수도생활에 대해 소개하는 사이트들을 개설했으며 최근 몇 년 동안에는 각 본당 사이트들이 빠른 속도로 선보였다.
현재 사이버 세계 안에 자리잡은 가톨릭교회 사이트는 수백개를 헤아린다. 교구 차원의 사이트는 한국의 15개 교구가 모두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외 성당 홈페이지도 150여개를 헤아린다.
이제는 인터넷이 없이는 개인은 물론 사회 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진 사회가 됐다. 세계 다른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높은 정보화 수준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인터넷 사용인구는 전체 인구의 절반에 달한다.
한국 인터넷정보센터가 전문조사기관인 인터넷 매트릭스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전국을 대상으로 인터넷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국내 인터넷 이용자는 총 2438명으로 7세 이상 국민의 56.6%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신자 비율이 8% 남짓 되므로 이를 추산해보면 195만여명에 달하는 한국교회 신자들이 인터넷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는 셈이다. 정보화 사회에 대한 사목적 대처와 사이버 세계에서의 복음 선포는 더 이상 그 필요성을 논할 단계를 지난 것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추진해온 정보화와 사이버 사목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 드러난 문제와 과제들을 점검하고 새 천년기, 정보사회의 새로운 문화적 환경과 가치관 및 생활 양식의 변화에 맞는 가장 효과적이고 적절한 사목 정책을 재수립함으로써 사이버 세계와 문화의 문턱을 용감하게 넘어서는 일이 남았다고 할 수 있다.
사목 현장에서 인터넷 활용 강화
십여년 이상의 정보화 추진에 따라 이제 한국교회는 정보화를 위한 인프라의 구축, 인터넷의 대중화에 따라 정보사회의 물결을 타고 있지만 아직도 한국교회 전체로 볼 때 정보화 기기의 사용에 있어서 미미한 부분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 우리의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인터넷의 활용에 더욱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실제 일선 사목현장에서 적극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터넷 활용에 있어서 가장 대표적인 영역이랄 수 있는 본당 홈페이지의 활용 문제를 살펴보면 이러한 필요성은 더욱 긴요해진다.
전국의 본당 사이트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선교에 활용하고 사목에 보조적인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지만 막상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사이트는 일부에 그치고 있다. 홈페이지를 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이를 이용하는 교우들이 극히 제한적이고 사이트의 유지 보수가 소홀함에 따라 처음 개설하고 난 후 거의 이용자가 없는 사이트들이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가톨릭 사이트들의 절대량 역시 아직은 미미한 편이다. 타종교와 비교해 보면 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야후나 네이버 등 검색 사이트를 통해 타종교의 관련 사이트와 가톨릭의 사이트들의 수를 비교해보면 현저하게 그 수가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정보사회와 인터넷 붐에 이끌려 정보화를 향해 다각적인 시도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그러한 시대적인 요청에 걸맞는 내실 있는 사목적 대처 방안이나 활성화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질적인 면에서도 아직은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적지 않다. 특히 인터넷을 선교나 복음 선포의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콘텐츠의 확보가 절실하다. 대부분의 가톨릭 사이트들이 과연 얼마나 가톨릭 관련 정보를 종합적이고 깊이있게 전하고 있는가, 즉 얼마나 풍부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가톨릭교회는 2천년이 넘도록 풍부한 신앙의 유산을 축적해온 만큼 콘텐츠의 양과 질의 면에서 그 잠재적 가능성은 거의 무한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문제는 이같은 내용들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가 하는 고민에 도달한다.
아울러 인터넷을 통한 각종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 역시 그 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 정보사회에 대한 사목적·신학적 연구 절실
전문 연구 기구 설치 시급
정보사회를 맞는 교회의 또 하나의 과제는 정보사회와 인터넷에 대한 깊이 있는 사목적 연구와 정책 수립이다.
정보화는 사회 전 영역의 총체적 변화를 가져온다. 인간 심성, 가치관, 사고 방식과 행동 양식의 변화까지를 모두 포괄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컴퓨터를 업무에 활용하고 인터넷을 통해 보다 빠르게 소식을 전하고 정보를 접한다는 의미 그 이상의 것이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사회와 그 구성원인 개인의 총체적 변화를 가져오며 따라서 교회는 하느님 백성으로서 그 구성원들의 내적, 외적 변화에 주목해야 하고 그에 따른 사목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교회의 대처를 보면 대부분 첨단 미디어를 어떻게 선교에 활용할 것인가, 즉 멀티미디어와 첨단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활용 방안과 행정 전산화에 주로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인 고민 만으로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환경에 대한 대처로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정보사회에 대한 신학적, 사목적 반성은 이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정보사회, 인터넷과 사이버 세계에 대한 사목적, 신학적, 철학적, 인간학적, 사회학적인 연구 분석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망을 모색해야 한다. 정보사회의 실체, 교회와의 연관성, 사목의 변화, 성사와 전례의 본질과 의미에 대한 재검토, 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이 교회에 미치는 영향 등등 모든 의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사목적, 신학적 해답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문 연구 기구가 구성, 설치돼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구는 주교회의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최근 발표한 훈령 「교회와 인터넷」은 가톨릭교회가 인터넷을 사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검토하면서 『교회는 모든 수준과 영역에서 인터넷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를 맞아 교회는 복음선포의 새로운 장이 될 사이버 세계, 인터넷 세상 안으로 용감하게 뛰어들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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