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0대 청년이 물에 빠진 어린이를 보고 물에 뛰어들어 어린이는 구했지만, 자신은 미쳐 빠져 나오지 못하고 숨지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모습을 보여 주위사람들을 숙연케 하고 있다.
주인공은 경원대학교 물리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이던 고(故) 천소룡(요한·20·수원교구 분당 요한성당)씨. 천씨는 건축가를 꿈꾸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5월 4일 오후2시경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간현리 삼산천에서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초등학교 3학년 이승훈(요셉·10)군을 본 천씨는 물에 뛰어들어 어린이를 구해, 뒤따라 물 속에 뛰어든 친구에게 넘겼다.
그러나 전날 내린 비로 인해 삼산천의 수심은 5m 이상이었고 정작 자신은 물속에서 탈진, 갑자기 몰아친 물살에 휩쓸려 결국 숨을 거뒀다. 이후 천씨의 시신은 사고발생 2시간만에 119 구조대에 의해 원주 기독병원으로 이송됐다.
평소 남에게 인정 베풀기를 좋아하고 착한 성격이었다는 천군은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도 책임감 강한 학우였다고 전해진다.
사고 당일 아들을 가슴에 품고 돌아온 아버지 천운석(53)씨는 『남을 도우라는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한 아들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며 『소룡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아버지는 『소룡이가 목숨을 던져 구한 승훈이가 의로운 사람으로 잘 커주길 바란다』며 『세인들에게 귀감이 되는 의로운 일을 하고 하느님 품으로 돌아간 소룡이를 위해 많은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천씨의 어머니 유영미(율리안나·46)씨도 『평소에 싫은 소리 한마디하지 않았어요. 언제나 밝고 착하게 자라온 막내아들인데…』라며 끝내 눈가에 이슬을 비치고 말았다.
더구나 천씨가 「의로운 죽음」을 당한 당일은 천씨의 스무번 째 생일이기도 해 주위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 경원대학교에서는 5월 6일 물리학과 학생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영결식이 있었고, 9일에는 추모제가 열렸다.
한편 천씨의 장례미사는 지난 6일 분당 요한성당에서 봉헌됐으며, 유해는 안성 천주교 공원묘지에 안장됐다.
작지만 소박한 꿈을 간직한 채 성실하고 적극적인 삶을 살아온 청년 신자 천소룡 씨. 한 젊은이의 명예로운 죽음이 이기주의로 만연돼 삭막해져만 가는 이 땅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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