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종교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종교인들간의 대화와 교류는 사회의 안녕과 발전을 위해 중요한 요소이다. 종교와 종교인들이 반목하고 대립할 경우 야기되는 부작용들을 우리는 이미 역사를 통해서 잘 알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종교간의 갈등과 반목이 아시아 다른 나라들처럼 심각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종교간의 화해와 협력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종교의 벽을 넘어 이웃으로 자리해야 하는 종교와 종교인들의 소명을 생각해본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불자 여러분에게 부처님의 자비가 넘치시기를 진심으로 축원드리며 정성된 마음으로 축하드립니다』(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최기산 주교 축하메시지 중에서).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올해도 저는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를 대표하여 여러분에게 진심 어린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세계의 모든 불자 여러분들이 기쁘고 행복한 축일 맞이하시기를 기도 드립니다』(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의장 프란시스 아린제 추기경 경축 메시지 중에서).
5월19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한국교회와 교황청은 한국과 세계의 불자들을 향해 축하의 메시지를 발표하고 세상의 믿는 이들이 선의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함으로써 평화와 화해의 공존을 이루기를 기원했다. 새로운 천년기를 열면서 모든 종교인들은 각자 자신이 신봉하는 종교가 가르치는 바대로 세상의 평화와 화해, 일치를 위해 헌신할 것을 다짐했다. 가톨릭교회는 다른 어떤 종교인들보다도 새 천년의 이러한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온 것도 사실이다.
우리 나라에서만 해도 종교인들이 모든 사람들의 선익을 위해 힘을 모으는 사례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시대를 맞아 종교인들이 이전의 독선적이고 폐쇄적인 자세를 버리고 다른 종교에 대해 배우고 익히며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밝은 미래를 여는데 필수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지구촌에서는 생명을 존중하고 이웃과 신에 대한 사랑을 설파하는 바로 그 종교를 빌미로 분쟁과 무력 충돌, 그로 인해 무죄한 사람들이 희생되는 비극적인 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다른 종교와 종교인들에 대해 비교적 관용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특히 생명윤리, 인권, 사회복지 등 대사회적인 이슈들을 중심으로 종교와 신념의 벽을 넘어서 공공선을 위해 협력하려는 자세와 활동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가톨릭을 비롯해 불교, 원불교 등 국내 유수 종단들은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범종교 연합」을 결성해 대규모 행사를 갖고 서명운동을 펼치는 등 생명 문화 건설을 위한 연대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했고 올해에도 다각적인 운동을 계획, 추진하고 있다.
또 각 종교의 환경단체들이 연대해 「종교환경회의」를 발족해 이전의 간헐적인 연대를 공고히 하고 상설 연대 기구를 만들어 공동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각 종교의 성직자, 수도자를 중심으로 다른 종교에 대해서 배우려는 종교인들의 수도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고 이에 따른 교육 프로그램이나 심포지엄, 세미나 등이 수시로 마련되고 있다.
노원생활성서문화센터에서 특별강좌로 마련되는 「종교의 세계」 프로그램은 5월14일 그리스도교에서부터 7월23일 증산교·대순진리회에 이르기까지 불교, 이슬람, 힌두교, 도교, 유교, 천도교 등 각 종교의 교리와 가르침들을 일별한다.
다른 종교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성직자들도 자주 눈에 띈다. 불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는 신부와 목사가 배출되고 인도나 중국에서 힌두교나 불교를 배우는 성직자들이 생겨났다. 유교의 경전과 그리스도교의 복음서를 비교하고 해설하는 글이 성서 잡지에 연재되고 그것이 단행본으로 엮어져 나온다.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학교의 학생들이 단체로 교회와 성당을 방문해 예배를 보고 미사에 참례하기도 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종교인들이 뜻을 모으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것은 일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3?1 운동 때 민족의 독립을 위해 뜻을 모았던 종교인들은 이후 60년대에 이르러 6개 종단의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70년대와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현장에서 만난 종교인들은 독재에 저항하고 인권과 정의 수호를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서로 만났고 연대를 형성했다. 민주화를 위한 염원은 각 종교가 설파하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 자유와 인권 수호와 그대로 연결되는 것이었다. 90년대로 접어들면서 종교간의 대화는 다소간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듯 했으나 이내 내적 성숙을 바탕으로 더욱 정례화되기 시작했고 각 종단의 지도자급에서 내려와 청년, 평신도들의 참여로 확대됐다.
아울러 사회 참여의 현장에서 사안별로 이뤄져왔던 만남들이 이제는 영성과 신앙적 성숙을 위해 대화로 그 깊이 역시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에서는 다른 종교와 종교인에 대한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자세와 몰이해, 적대감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매년 부처님 오신 날을 즈음해 자행되는 다른 종교의 상징물에 대한 훼손 행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오직 자신의 종교만이 유일한 진리로서 다른 모든 종교와 종교인들은 영원한 생명과 구원의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독선적인 자세를 보여준다. 따라서 이들은 종교간 대화는 불필요하고 나아가 사악하기까지 한 행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론 종교간의 대화에서는 자기 신앙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요소가 분명히 게재할 수 있다. 실제로 가톨릭교회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강경하게 혼합주의나 종교다원주의적인 요소에 대해 경계할 것을 문헌을 통해 지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종교간의 대화와 협력은 복음화에 있어서 필수적인 전제로 지적되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아시아 교회」에서 『타종교와의 대화는 교회의 복음화 사명의 일부』라고 강조한다.
오늘날 모든 종교와 종교인들은 비록 서로 믿는 내용은 다르지만 공동의 사명을 갖고 있다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속화된 인류 문명 속에서,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종교적 진리에 의심을 품고 있는 현대인들 한가운데에서, 종교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여러 도전들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종교인들이 서로를 얼마나 진심으로 이해하고 마음을 여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종교가 분쟁의 원인이 아니라 인류의 공동선을 위한 화해와 협력, 평화로운 공존의 주체가 된다면 인류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국내외 종교 현황
세계는 그리스도교, 국내는 불교 신자 가장 많아
우리나라의 종교인구를 보면 전체 인구의 절반 가량이 종교인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1995년)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50.7%가 종교인이며 가톨릭과 개신교, 불교, 유교 인구가 전체 종교인구의 98.4%를 차지한다. 그중 불교 인구가 23.2%로 가장 많고 개신교, 가톨릭의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997년 한국갤럽의 조사에 의하면 개신교의 비율이 가장 많고 다음이 불교, 가톨릭의 순으로 다르게 나타난다.
한편 통계청이 1999년 발표한 「사회통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불교인구는 15세 이상 인구 3590여만명 중 26.3%인 943만여명으로, 개신교 667만여명(18.5%) 천주교 250여만명(7.0%)보다 많았다.
이 조사결과는 통계청이 지난해10월 전국 3만가구를 대상으로 표본조사한데 따른 것이며, 조사대상 중 종교인구는 53.4%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전세계의 종교인구를 보면 1997년 6월 현재 전세계 그리스도교인은 19억2998만7천명으로 추산된다. 영국 브리태니커의 「세계연감(1998년)」에 따르면 가톨릭, 개신교, 정교회와 성공회 등을 포함한 그리스도교 신자수가 세계 인구의 33%를 차지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감에 따르면 가톨릭 신자수는 총 10억 4035만4천명으로 집계돼 세계인구의 17.8%를 차지한다. 이 수치는 교황청이 1999년말 현재로 집계한 수치와 약간 차이를 보이는데 교황청이 2001년 발표한 「교회 통계 연감(1999)」에 따르면 1999년 12월31일 현재 세례 받은 가톨릭 신자 총수가 10억3312만9천명으로 세계 총인구 5,936,398,000명(1999년 6월30일 기준, UN 「인구 연감」)의 17.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리태니커 연감에 따르면 그리스도교인에 이어 이슬람교인이 총 11억4749만4천명으로 세계 인구의 19.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유럽의 52개 국가 중에서37개 국가가 그리스도교 국가이며 중남부 유럽은 가톨릭이, 북유럽은 개신교, 그리고 동유럽은 정교회가 우세하며 유럽 중에서 동유럽과 중동에 접한 지역에서는 이슬람교가 우세하다.
아시아에서는 이슬람교와 불교가 전체 국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가 많다. 서남아시아 대부분과 동남아시아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는 이슬람이, 그외에는 불교가 다수 종교이며 유일하게 아시아에서 필리핀만 가톨릭이 다수 종교이다.
중동지역은 이슬람교 국가가 대부분이며 아메리카는 대부분 가톨릭 국가이다. 아프리카에는 이슬람교 17개 국가, 가톨릭과 개신교가 각각 5개, 2개 국가에서 우세하며 북아프리카와 서남아프리카는 이슬람교 신자가 많고 중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그리스도교 신자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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