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나눔의 토착화에 앞장서온 빈첸시오회가 담고 있는 고유한 영성과 활동을 살펴본다.
창설자
창설자인 복자 앙토안느 프레데릭 오자남(Antonie Frederic Ozanam)은 1813년 4월 23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났다. 신앙심이 깊은 가족 가운데서 오자남은 어린 시절부터 사회적 불의에 고통 당하는 가난한 사람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찾고 만나도록 배웠다.
오자남은 청년기 한때 신앙의 회의에 빠진 적도 있었으나 당대에 명성을 떨치던 리옹대학의 철학교수 노와르 신부(Father Noirot)를 만나 회의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열린 정신을 지닌 신앙인의 표상을 보여준 오자남은 1853년 9월 8일 선종하기까기 진리의 원천에서 물을 마실 수 없는 영혼들을 도우려는 불타는 열정을 지니고 살았다.
기원과 목적
빈첸시오회는 오자남이 1833년 4월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소르본대학교 5, 6명의 학생들과 자선사업에 일생을 바친 빈첸시오 아 바오로 성인을 주보로 모시고 첫모임을 시작함으로써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빈첸시오회는 「그리스도적 사랑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시대적 사조에 대한 응답 결과였다.
빈첸시오회는 가난한 이들이 모여 영신적·물질적이건, 혹은 육체적·정신적이건 보다 가난한 형제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곤경에 처해있든 가리지 않고 모두 돕고자 한다. 따라서 빈첸시안은 온유와 겸손과 인내로 그리스도의 덕성 가운데서 애덕을 실천하는 것을 고유한 방법으로 삼는다.
영성
빈첸시오회 영성은 빈첸시오 성인의 카리스마를 따른다. 「가난한 이들 안에 계신 예수님을 뵙는 것(보잘것 없는 이들에게 한 일들이 바로 나에게 한 것이다. 마태오 25, 40~45)」이 빈첸시오회 영성의 핵심을 이룬다. 따라서 빈첸시안들에게는 이웃을 사랑하고 봉사하는 길만이 그리스도를 만나는 길이며 가난한 사람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만나는 삶을 살아갈 때 빈첸시오 성인의 영성에 동참하는 것이다.
나아가 가난한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우선 그들과 함께 가난해질 필요가 있음을 인식하고,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과의 인격적 접촉에서 사는 것, 이것이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의 본질이며 근본정신이다.
기본원칙과 특징
빈첸시안은 자신이 도울 수 있는 가난한 형제들이 자신들을 은인으로 보기보다는 그들을 통해서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기에 오히려 가난한 이들이 그리스도를 만날 기회를 만들어 주는 존재라고 여긴다. 이런 이유로 빈첸시안들은 겸손하고 신중한 방법으로 가난한 형제들에게 봉사한다. 그리고 말보다 행동으로 신앙을 증거한다.
특히 정의와 사랑의 정신 안에서 직접적이면서도 드러나지 않게 고통받는 이들을 도와준다. 따라서 빈첸시안들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정의가 수반되지 않는 자선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교회 진출과 성장
빈첸시오회는 그동안 한국교회가 가난한 이들 가운데서 뿌리내리는데 특별한 몫을 해왔다. 빈첸시오회가 한국에 첫발을 디딘 것은 1955년 5월 청주교구 야현본당 주임이던 옥보을 신부가 파리 총이사회와 서신연락을 하며 지원 협의회를 조직, 활동하면서였다. 한국 빈첸시오회는 1961년 1월 29일 총이사회로부터 정식 설립인가를 받아 그해 2월 자매결연을 맺은 뉴질랜드 빈첸시오회의 도움으로 각 교구로 퍼져 나가게 됐다. 73년 5월 12일 청주교구청에서 전국이사회 창립준비 모임을 가진 한국 빈첸시오회는 그해 9월 17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세계총이사회에서 한국이사회로 승인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14개 교구이사회에서 7500여명의 정회원과 4만여명의 명예회원이 활동하는 평신도단체로 성장한 빈첸시오회는 △가난한 이웃을 위한 연료와 식량 제공 △무료급식소 운영 △행려자를 위한 단기 이용시설 △호스피스 교육 △북한 동포 돕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곤경에 처한 이웃 안에서 하느님을 섬김으로써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거하는 단체로 자리매김 해오고 있다.
■ 빈첸시오 한국이사회 김동기 회장
“천년 빈첸시안 교육과 오자남회관 건축에 최선”
▲ 김동기 회장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5만명에 이르는 나눔의 사도들의 사령탑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한국이사회 김동기(도미니코) 회장은 「물질적인 도움만 주는 게 아니라 인격적 만남을 통한 나눔」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것이 빈첸시안 정신이라고 역설한다.
지난 1971년 빈첸시오 활동과 첫 인연을 맺은 이래 30여년을 빈첸시안으로 살아온 김 회장은 나눔의 정신이 희석돼가고 있는 현실에 누구보다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신앙의 힘으로 가난조차 나눌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들이 빈첸시안이라고 소개하는 그는 나눔이 하느님사랑을 깨닫는 가장 빠른 길임을 강조한다.
『일반 봉사단체와 달리 영적인 힘으로 나누는 단체인 만큼 인격적인 만남이 중요합니다. 점차 인격을 잃어가고 있는 모든 만남에 있어 빈첸시안들이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평신도들이 주축이 돼 어려움도 적지 않다고 고백하는 김 회장은 오늘의 빈첸시안들이 져야 할 십자가 가운데 하나가 젊은이들 안에 「가난함의 영성」을 심는 것이라고 밝힌다. 물질만능주의가 기세를 떨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이야말로 빈첸시오 영성이 더욱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젊은이들이 가난한 이들 가운데서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끄는데 사회와 교회의 사활이 달려 있습니다. 기성세대가 앞장서 나눔의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희망은 없습니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은 빈첸시안의 교육장이 될 「오자남 회관」 건축과 청소년 및 청년 빈첸시안에 대한 교육 강화 등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힘을 실어나갈 계획이다.
『「이웃을 사랑하고 봉사하는 길만이 그리스도를 만나는 길」이라는 진리가 우리 모두의 삶이 될 때까지 빈첸시안들은 사회 곳곳에서 나눔의 사도로 앞서 썩는 겨자씨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