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8년 1월 어느날 스페인의 그라나다, 당시 스페인에서 유명한 설교가로 많은 이들의 영혼을 하느님께로 회심시켰던 아빌라의 요한은 장차 가난한 병자들의 수호자로 나설 한 사람의 평신도를 움직였다.
강론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영혼의 깊은 곳을 뒤흔들어 놓은 종교적 회심의 효과는 놀라웠다. 거의 미쳤다 할 만큼 광적인 행동으로 나타난 그 영혼의 충격은 급기야 천주의 성 요한으로 하여금 정신병원에 수용되게 만든다.
하지만 쇠사슬에 묶인 채 채찍질과 학대로 시작된 치료가 끝난 후 40대 중반의 그는 병원에 수용되어 있던 다른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했고 그것은 훗날 병자들의 수호자, 가난한 이들의 벗이 된 천주의 성 요한으로 하여금 하느님의 소명을 이루기 시작한 첫 걸음이었다.
1495년 3월8일 포르투갈의 몬테모로-노보라는 곳에서 태어난 요한 시데나. 그는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약 13년 동안 가난한 사람, 정신질환자, 박해 받는 이들, 노인, 고아, 과부 등 당시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을 헌신적으로 돌봄으로써 「천주의 요한」이라 불리웠다. 당시 시대적 상황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무기를 들고 참된 신앙을 위해 전장으로 나서는 것이 정상적이었다. 종교개혁의 회오리 속에 가톨릭 교회는 혼돈에 휩싸여 있었고 이슬람교도들이 서방을 공격해왔다. 8살 때 이름없는 순례자를 따라 집을 나서 목동, 군인, 노동자, 책장사를 전전하며 삶의 의미와 자신의 소명을 찾아 헤맸던 그는 그러나 무기를 들기보다는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을 주목했다.
당시 병원이라는 것은 병자들을 치유해 병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 아니라 빨리 죽도록 해 고통을 덜어주고 건강한 시민들로부터 병자들을 격리시키는 것이 임무인 듯 보일 정도였다. 천주의 성 요한은 당시 병원으로부터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이 결여되어있음을 보았다.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 거지들에 대한 따뜻한 말과 선행들이었다. 자유롭고 개방된 사랑의 정신에 바탕을 둔 따뜻한 「환대」 바로 그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결국 그는 1539년 가을에 집을 빌려 아무런 조건 없이, 한 마디 물음도 없이 고통받는 사람들을 받아들여 치료하기 시작했다. 공원에 버려진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 혹은 사설 수용소에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어깨에 메고 등에 업어 나르기 시작했다.
얼마 후 그와 뜻을 함께 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 요한을 돕기 시작했고 1550년 3월8일 그가 세상을 떠날 때 그의 동료가 다섯이 됐고 후에 그들에 의해 수도회가 탄생해 오늘도 그와 같은 정신으로 하느님의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천주의 성 요한은 그후 1630년 9월21일에 교황 우르바노 8세에 의해 복자품에 올랐고 1690년 10월16일에 교황 알렉산데르 8세에 의해 성인으로 선포됐다.
창립자가 세상을 떠난 후 20년 뒤 교황 비오 5세는 1572년 1월1일 정식 수도회로 인준된 천주의 성 요한 수도회는 오늘날 47개국에서 43개의 종합병원과 26개의 정신병원, 14개의 간호 진료소, 26개의 노인 요양원, 6개의 만성질환자 병원, 신체 장애인과 정신지체인을 위한 16개의 서비스 센터, 정신 장애인을 위한 32개의 센터와 서비스 시설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는 1958년 아일랜드에서 5명의 수도자가 광주에 진출해 1960년부터 이동 진료 및 가정 방문을 시작해 현재는 광주에서 정신과 병원, 일반의원, 알콜상담치료센터, 호스피스 병동, 가정방문 활동, 광주 공원 노인복지회관을 운영하며 춘천 시림 복지원과 서울의 사회복지법인 늘푸른나무 등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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