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서 생명운동이 시작된 것은 이미 60년대부터이다. 1961년 가족계획이 경제개발 계획에 포함되고 피임약제 기구의 국내 생산이 허용되고 이듬해 가족 계획 1차 5개년 계획이 수립되었으며 전국 보건소에 가족계획 상담실이 설치됐다.
주교단은 61년 9월 「인구 문제와 산아 제한」이라는 제목의 공동교서를 발표하면서 인위적인 인구 제한은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임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생명운동의 기치를 들었다.
70년대 들어서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구호가 난무하기 시작했고 교회는 모자 보건법안 제정 방지를 위한 전국 기구 구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973년 모자보건법이 공포됐고 교회는 행복한가정연구위원회 설립에 이어 성명서 「모자보건법의 독소를 고발한다」를 발표했다. 행복한가정운동전국협의회가 75년 발족했고 주교단은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우리의 태도」 등 선언문과 성명서 등을 속속 발표했다.
80년대 들어서는 각종 정부 정책을 통해 인구 증가 억제가 시도됐고 주교단은 다섯 차례에 걸쳐 사목교서 및 성명서를 발표해 인공유산과 불임수술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밝히면서 낙태와 불임의 비윤리적이고 반생명적인 본질을 홍보해 나갔다.
그 와중에 행가운은 국제적 교류를 시작했고 생명운동과 가정사목을 이끌 지도자 양성과 각종 세미나 개최에 힘썼고 아울러 교육과 홍보활동에 주력했다. 아울러 가족계획 상담실을 운영했다.
90년대 들어서 정부의 인구 억제 정책이 완화되기 시작한 반면 교회는 교세 신장과 함께 가정 사목과 생명 수호 운동이 더욱 활기를 띤다.
참생명학교, 가정성화사도직, 생명수호대학생회가 설립되고 서강대 부설 생명문화연구소가 설립됐다. 미혼모의 집이 전국 곳곳에 세워졌고 순결교육과 가나 혼인 강좌 등 교육 프로그램이 확산됐다.
1994년 가정의 해를 즈음해 전국에서 대규모 대회가 개최됐고 이듬해에는 생명의 날이 제정됐다. 일부 교구에서 가정사목전담부가 신설됐고 가정상담실이 운영되기 시작했다. 특히 형법 개정안 제135조(낙태 허용 범위) 폐지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이 전개되기도 했다.
대희년을 앞두고 전세계적으로 사형제도 폐지와 유예를 위한 국제적인 운동이 펼쳐졌다. 이미 오래전부터 사형폐지를 외쳐온 한국교회는 2001년 다른 종단들과 연대해 강력한 운동을 펼쳤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사형제도폐지를 위한 범종교연합은 심포지엄, 서명운동, 음악회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면서 사형제도의 야만성과 반생명적인 요소를 알림으로써 국민들의 사형제도에 대한 인식을 어느 정도 변화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새롭게 나타나기 시작한 생명공학의 놀라운 성과는 생명윤리 분야에서의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
상업성 및 무모한 호기심, 성취욕과 결합된 일부 생명공학계와 의료계는 무제한적인 인간 유전체 연구를 시도하고 있으며 급기야는 인간 복제라는 초유의 영역까지도 넘보고 있는 실정이다. 하나의 온전한 생명체인 인간 배아가 한낱 실험실에서의 실험 대상으로 전락함으로써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 송두리채 부인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새로운 문제들을 직면한 교회는 「죽음의 문화」에 대응해 「생명의 문화」를 건설해야 할 시대적인 요청을 인식하고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를 비롯해 생명윤리연구회, 서울대교구 생명윤리위원회, 가톨릭대 생명윤리연구소 등 생명윤리와 관련된 기구들을 설치해 이에 적극 대응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바야흐로 새로운 천년기의 가장 심각한 화두는 생명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낙태, 살인, 안락사, 사형제도 등 전통적인 생명윤리 문제 뿐만 아니라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롭게 대두되는 다양한 생명윤리 문제들을 보다 효과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인류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의 생명운동은 교계 차원에서 적극 대처해야 할 일일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인 전체가 각자 자신의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대응해나가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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