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미야의 고백록은 예언자가 예언직을 수행하면서 안팎으로 겪는 암흑의 여정 가운데 예언자의 내면세계를 풍부히 묘사해 준다. 우리는 여기서 예레미야의 개인 탄식시 다섯 고백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11, 18~12, 6 은 사회 전체가 총체적 부패의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예레미야는 무엇보다 하느님 백성의 존재 근거인 계약 자체와 성전과 종교의식을 문제삼고 나온다. 여기에 반감을 가진 고향의 아나돗 주민들이 예언자를 죽이려고 음모를 꾸밀 때, 고뇌에 찬 예레미야가 질문하고 여기에 답하시는 야훼와의 대화를 볼 수 있다.
이에 하느님 손길은 언제나 그와 함께 할 것이라는 분명한 답을 듣고 더불어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자신의 길을 깨닫지만, 하느님께만 신뢰하는 예언자의 모습이 선명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둘째 15, 10~21는 예레미야는 자기의 분노와 미움, 고통과 절망을 토해낸다. 그는 만민을 거슬러 싸워야 하는 자기의 고달픈 생활, 적대감만 일으키는 예언자의 삶에서 아무런 의미도 찾지 못하는 지금, 처절한 고독감을 표출하는 속에 자기를 낳으신 어머니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그리고 다른 이들과 어울려 웃고 떠들며 남들처럼 인생을 즐기고 싶지만, 아내도 자식도(16, 2) 친구도 없이 철저히 소외되어 고통 중에 있을 때 야훼께서 버렸다고 『당신은 저에게 가짜 시냇물처럼, 믿을 수 없는 물처럼 되었나이다』(15, 18)하는 항변을 내뱉는다. 이어 나오는 것은 예레미야의 격정적인 항의에 대한 응답으로서 그의 개인적인 신탁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만일 네가 예언의 직무를 계속하려면 그러한 나약한 정신과 태도를 깨끗이 버려야 하며 야훼께 순종하기만 하면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너를 구해 줄 것이다』(20절)라는 소명받을 때의 약속을 갱신해 주고 계신다.
셋째 17, 14~18은 원수와 부딪칠 때 그는 능력의 하느님과 그분의 약속에 다시 혼신을 다해 매달리는 동족을 위한 기도로 이뤄진 고백록이다.
넷째 18, 18~23은 예언자의 생명을 노리는 음모가 엿보일 때 예레미야는 우리로서는 형언하기 어려운 잔인한 반응을 보여 그 음모와 부당함을 항의한다.
이러한 「복수의 청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한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하느님 자신의 정의이다. 그런데 하느님이 예레미야에게 응답하지 않으신다. 따라서 아무런 결실도 가져오지 못하는 예언직에 대해서 깊은 회의에 빠진 예레미야는 하느님에게 속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섯째 20, 7~18은 예레미야의 마지막 고백으로서 『주님, 당신께서 저를 꾀셨기에 저는 꾐에 넘어갔나이』 라는 신성모독에 가까운 이러한 생각을 진솔하고 대담하게 그분 앞에 털어놓는다.
이제는 그만 그 짓누르는 짐을 벗어 던지고 싶지만 뼛속까지 사무친 주의 말씀이 심장 속에서 불길처럼 타올라 견디다 못해 손을 들고 마는 고백을 듣게 된다.
예언자가 아파할 때 주님은 그와 함께 계시어 결국 그를 구원과 승리로 이끄신다는 확신을 주신다. 항상 이런 탄식들과 병행하는 것이 예언소명을 주실 때 한 야훼의 약속이다. 하느님은 당신 약속에 성실하신 분이라는 고백은 구약 전체에 흐르는 희망이며, 이 약속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예언자를 끝까지 견지시켜 준 힘이라는 것이다.
이상의 다섯 탄식의 고백은 예레미야의 수난기(26~29 36~45장)와 상통한다. 이 단락에서 하느님의 길을 걷는 사람의 생애는 고난의 여정이라는 구원사의 신비(빠스카의 신비)를 엿보게 한다. 이는 바로 현세 속에서 살아가는 신앙인으로서 겪어야 하는 길, 다시 말하면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예표한 예언자의 삶은 바로 우리가 걸어야 하는 길이라는 것을 일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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