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스승의날, 성년의날로 이어지는 5월은 평소 잊고 지내오던 가족의 의미를 새삼 되새겨보게 한다. 이젠 공기나 물처럼 익숙해져버려, 그 고마움에 대해 별다른 의식을 않는 「가족의 소중함과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 지난 어버이날에 출간됐다.
최인호(베드로?57)씨의 연작소설 「가족」은 저자와 그 가족, 그리고 주변의 이웃에 관한 가장 일상적인 생활을 기록한 것으로 마치 최인호가 매년 써 온 일기 같다. 이 책에서 그는 부인과 연애하던 시절, 신혼 시절, 두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과 그들이 자라는 모습, 그리고 시집 장가 보내는 이야기들까지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기록했다. 「가족」이 월간지 「샘터」에 연재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75년 9월. 올해 5월로 27년 9개월간 320회를 연재해, 잡지 역사상 가장 긴 연재소설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첫 연재 당시 서른살의 나이였던 최씨는 어느덧 50대 후반이 됐고, 그가 쓴 원고지 매수도 6400여장을 넘는다. 「가족」은 그동안 5권의 단행본으로 출간됐고, 80년대에는 TV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또한 27년의 세월 안에서 「가족」의 구성원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은, 한 가족사를 통해 한국 사회가 변화해 온 실상을 비춰주는 것이기도 하다.
첫 연재 당시 최씨의 네 살짜리 딸은 시집을 갔고 아들은 이십대 후반의 직장인이 됐다. 어머니와 큰누이, 셋째 누이는 세상을 떠난 반면, 사위와 외손녀가 새롭게 나타났다.
최씨는 『내가 사는 그날까지 「가족」은 연재될 것』이라며 『이 작품은 언제까지 완성될지 모르는 「미완성 교향곡」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집 안방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른 가족에게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지금 이 시대에 함께 사는 사람은 동시대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신비한 인연의 끈을 갖고 있는 또 하나의 가족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번에 나온 「가족」 시리즈의 6권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과 7권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지난 96년 1월부터 연재해 온 것.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은 넓고 넓은 바닷가 오막살이 집에서 철 모르는 딸과 살고 있는 고기잡이 아버지가 자기 자신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지었다고 한다. 자신의 딸이 사랑하는 다른 사람을 만나 시집을 간 것은 마치 늙은 아비를 홀로 두고 영영 떠나 버린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또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큰누나와 막내 누나, 그리고 스승이었던 황순원 선생의 죽음을 보고 언젠가 나비와 꽃송이 되어 다시 만날 날을 꿈꾸며 붙인 제목이라고 밝혔다.
「가족」 시리즈의 1권은 지난 84년 5월에 빛을 본 「신혼 일기」. 그 이후로 87년 4월에는 2권 「견습 부부」와 3권 「보통 가족」이, 92년 6월에는 4권 「좋은 이웃」이, 그리고 97년 6월에는 5권 「인간 가족」이 차례로 출간됐다. 1∼5권이 젊은 남녀의 만남으로부터 그들이 한 가족을 이뤄 살아온 모습을 다뤘다면, 이번에 출간된 6권과 7권에는 그들의 2세가 자라나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세상을 걸어가는 모습이 담겨있다.
한편 「MBC ! 느낌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는 이 소설을 「가족사랑 소설 베스트5」로 선정했으며, 수필가 피천득씨는 추천사에서 『최인호씨의 「가족」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중 하나인 가족의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것은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샘터/각권 264쪽/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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