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몰아치는 우경화의 열풍으로 유럽이 뜨겁다.
5년 전만 하더라도 유럽연합 15개 회원국 중 12개 국가가 사회민주주의자들이 집권한 소위 좌파 정권이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칼, 덴마크에 우익정권이 들어섰으며 최근에는 네덜란드 총선에서도 우파가 승리함으로써 우파정권이 9개국으로 늘었다. 여기에 이미 우파정권이 들어선 이탈리아를 비롯해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좌파의 4대 근거지도 우익 쏠림 현상이 강하다.
이러한 추세는 경제의 세계화와 실업률의 증가, 테러 등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위기감에 그 원인이 있고 유럽연합, 세계화로 자국의 정통성 상실에 대한 불안감도 우파 집권에 한 몫 했다.
우리가 우경화 현상을 지켜보면서 우려하는 것은 이로 인해 파생될 제도적 불평등에 있다.
우파 득세의 원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집권 우파들은 자국민 보호와 자국 이익 확대라는 성장위주의 정책을 펼쳐나갈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것이 「반 이민자 정책」이다.
벌써 유럽연합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제안으로 공동이민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은 불법이민자 송출국에 대한 지원 중단과 불법이민자 송환 조건으로의 개발도상국 지원 등을 골자로 하고 있어 사실상 약소국가민족들의 이민을 막고 있다.
프랑스에서 극우파 돌풍을 일으킨 르펜은 외국인 이민 거부, 전과자 이민 추방, 프랑스인 우대 등을 주장했었다. 또한 영국의 데이비드 블런킷 내무장관은 『불법 이민자들로 병원이 가득차고 이들의 아이 때문에 학교가 붐빈다』며 민족차별적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뿐만 아니라 성장지향적인 우파적 성향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표방하면서 부의 재분배보다는 성장 위주의 정책들을 잇달아 내걸어 시행함으로써 자국 내에서도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사회적 불평등을 확대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불평등의 확대는 학교 부실화, 실업 및 범죄 증가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급증시켰다.
국가경쟁력은 제고됐지만 서민들의 삶의 질은 심각하게 격감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프랑스 가톨릭교회가 극우파의 준동을 경고한 것은 그리스도교적 신앙에 입각한 시의적절한 조치였다.
르펜의 낙선에서 보듯 유럽이 아직 극우성향으로 달려갈 위험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지만 이런 극우 세력이 뿌리 깊게 남아있고 최근의 유럽 분위기가 이런 극우세력의 팽창을 조장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이념을 좌와 우로 나누는 것은 프랑스 혁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 혁명 당시 국민공회에서 급진파가 의장석 좌측에, 온건파가 우측에 앉았다는 사실에 있다. 이후부터 우익은 권위주의적, 보수적, 민족주의적 개념을 대표하고 좌익은 진보적, 개혁적, 사회주의적 이념을 대표했다.
민주주의는 좌와 우를 모두 포용한다. 치우친 한쪽은 항상 전체주의로 나아갔다. 극우익 활동은 독일의 나치즘, 이탈리아의 파시즘, 일본의 군국주의에서 그 정점에 다달았고 극좌익 활동은 소련과 동구권의 공산독재화를 가져왔다.
역사의 가르침처럼 좌든 우든 극단주의는 국익이라는 제도 틀 속에서 내적 인격을 말살했으며 문화를 획일화했고 국가에 대한 지나친 헌신과 열광의 강요는 폭력을 동반했다. 국가의 안전은 가난한 사람들과 실업자들의 기초 생필품을 빼앗아갔으며 기본적인 생존권 마저 인정치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군사대국화로 치달았다. 극단적인 민족주의와 군사주의는 가장 잘 맞는 궁합이다.
이렇게 두고보면 프랑스 가톨릭 교회의 경고가 무엇을 염려하고 있는지 분명하다.
교회는 어떤 정치 체제든 하나의 것을 고집하지 않는다. 다만 하나의 원칙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 곧 「공동선」이다.
『참으로 인간다운 정치생활을 확립하려면 정의와 선의와 공동선에 봉사하려는 정신을 길러주고 정치공동체의 성격과 공권의 목적, 그 바른 행사, 그 한계 등에 관한 기본적 신념을 공고히 하는 것 보다 더 나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사목헌장 73)
공동선의 첫 번째 본질적 특성은 재분배에 있다. 모든 것이 모든 인격에게 골고루 재분배 되고 그 인격들의 발전을 가장 잘 이룰 수 있는 정치체제, 즉 사랑의 원리를 기본으로 하는 체제만이 교회정신에 부합된다. 그런 의미에서 부자와 가난한 자를 구분하고 이민자와 자국민을 단절시키는 극단적인 어떤 준동도 우리에겐 용납될 수 없다. 사랑만이 권력을 평준화시키는 동기이다.
그러면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유럽의 극우적 성향이라는 것들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사형제 유지, 불법체류자에 대한 추방과 학대, 임금 착취 등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해방이후 줄기차게 이런 것들을 유지해 온 우리는 유럽보다 이미 더 극우적이다. 그러면서도 중도라고 우긴다. 아니 자신이 극우인지도 모른다.
극우를 자칭하는 극우보다 훨씬 위험한 몰우(沒右)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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