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가 요리사」
주일이었던 5월 26일 정오, 서울대교구 화정동 본당(주임=이정훈 신부) 지하대강당에는 특별한 행사가 마련됐다. 다름 아닌 본당 주일학교 학생회 주최로 마련된 중 고등부 요리 경연대회. 60여명의 청소년들이 학년별로 골고루 섞어 조를 나누고 이날 요리 주제인 「볶음밥」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더구나 지하 계단을 타고 올라온 맛깔스러운 음식 냄새는 오가는 신자들의 발목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이 재료는 어떻게 익히는 거지?』 『○○야, 이 햄을 얇게 썰어서 당근과 함께 빨리 넣어!』
학생들은 칼질이 어색하고 서툴렀지만 어머니 어깨 너머로 배운 솜씨(?)를 마음껏 뽐내며 요리에 모든 정성을 기울였다. 그리고 볶음밥이 점차 그 모양을 갖추면서 아이들의 얼굴엔 『해냈다』는 자부심이 묻어 나왔다. 이날만큼은 모두가 전문 요리사.
『너무나 흥겨운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요리사가 된 기분으로 즐겁게 참여했어요. 앞으로도 이런 재미있는 행사가 자주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날 요리 경연대회는 청소년 주일을 맞아 학생들을 위해 처음으로 마련된 행사. 일상에 찌든 아이들에게 뭔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특징적인 것은 주일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조원으로 참여했고, 행사 전반을 학생회 자체적으로 준비했다는 점이다.
학생회 측은 단순히 음식 재료를 주고 요리를 만들면 재미가 없다는 생각에, 성서 퀴즈를 열어 맞추는 조에게 보다 풍부한 부식을 제공했다. 따라서 조원들의 성서에 대한 지식과 순발력 여부에 따라 주어진 부식이 천차만별이었다. 그리고 모든 조들이 볶음밥을 완성하고 나자 본당 사제를 비롯한 사목회 임원 등으로 구성된 평가단이 순위를 매겼다. 하지만 음식만 잘 만든다고 좋은 점수를 받을 수는 없는 법. 평가 기준에는 단원들의 화합, 청결 상태, 뒷마무리 등도 포함됐다. 이날 우승한 조에게는 평소 열심히 기도하라는 의미에서 묵주 팔찌가 선물로 증정됐다. 한편 학생들은 대회가 끝난 후 자신들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모든 조원들과 나누며 친교를 다졌다.
본당 황현 보좌 신부는 이번 요리 경연대회의 의미에 대해 『지금까지 단순한 놀이 위주의 청소년 행사의 틀을 벗어나 화합하고 즐길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다 요리 경연 대회를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이번 대회는 아이들 스스로 본당 안에서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는 좋은 기회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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