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가 한국 땅에 전해지기 전 어지러운 정치판 등 의 묘사로 시작하는 이 책은 천주교의 유래와 시대 상황, 박해 등 동정부부 이야기의 배경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주문모 신부의 중매로 혼인을 한 유중철, 이순이는 서로 동정을 지키며 오누이로 살 것을 맹세한다. 「피 묻은 쌍백합」에서는 박해로 순교할 때가지 갖은 인간적 유혹을 견디고 순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는 옥중에서 드러낸 신심과 이순이가 가족들에게 쓴 유서 등의 편지글을 대부분 담고 있다. 〈김구정/가톨릭출판사/249쪽/5500원〉
▲ 김환철 신부
60대 교우의 전화 음성이었다. 전에 이 책을 읽었던 교우라면 이와 똑같은 전화를 하고 싶을 것이라는 것을 나는 믿는다. 직접 만나서 말한 교우들도 더러 있었으니까.
나는 이 책을 대신학생 시절(1958년)에 읽었다. 사제생활 40년 동안 오직 이 책만은 고이 보존하였고 수십번 탐독하였다. 이 한 권의 책이 사제생활 하는 동안 내 마음을 가득히 채워있었기에 사제 은퇴를 서둘러 책의 주인공들이 살았던 생가 터를 찾은 것이다.
유중철, 이순이 동정부부의 생가 터를 가꾸어가면서 성지에 오는 이들에게 이 책을 읽히도록 조금씩 타자를 친 것이 한 권의 책이 되어 있을 때 저자 김구정 씨의 조카 수녀님이 순례 차 오시어 출판하기를 간곡히 청하여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내가 이 책을 권하여 동정 부부의 순결과 순교정신을 심어 주는 역할을 함이 주님의 소명이라 하면 안될까?
혼탁한 성의 윤리가 바로 잡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 간절하다.
피 묻은 쌍백합의 내용 중에 초대 한국 천주교 형성과정을 훤히 볼 수 있어 감동적이지만 그 중 루갈다의 옥중편지에 얽힌 사연 한 토막만 소개하고 싶다.
『어머님, 소녀가 시댁에 들어오는 날 우리 내외 서로 수절하기로 맹세하니 평생 근심이 일시에 풀려 4년 동안을 형 매같이 살매 그 사이에 혹독한 유감이 몇 번 있어 거의 열 번이나 무너질 뻔 하였사오나 성혈공로로 악의 계교를 물리쳤나이다』
「모든 순교자 중 우뚝 솟은 진주」라 칭하는 동정부부 요한과 루갈다는 126위 시복시성 선정 명단에 오르기 전,이미 로마 교황청에 청원되어 있다.
동정부부가 성인 성녀 반열에 오르기 전에 피묻은 쌍백합을 꼭 읽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