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덩~덩기덩덕!』 풍물장단에 맞춰 우렁이는 논바닥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여름 내내 온갖 잡초들을 제거해가며 무공해 쌀 생산의 일등공신 역을 할 우렁이들. 6월 6일 경북 의성군 안사면 쌍호리 들판은 도시사람들의 삶을 대신해, 농촌사람들의 화학농법·제초제를 대신해 농사를 도울 우렁이를 봉헌하는 사람들로 그득했다.
이날 한국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본부(최장=최병수, 지도=안성기 신부)가 마련한 풍년기원미사 및 우렁이 넣기 도·농생명나눔 한마당에는 안동 가톨릭농민회 회원, 우리농촌살리기운동 부산교구 본부 회원들이 함께 했다.
6월 9일 충북 청원군 낭성면 귀래리 들판에서는 알에서 깬지 보름된 청둥오리들이 갓 모내기한 논 사이로 신나게 뛰어들었다. 고사리 손에 오리를 꼭 안은 어린이들은 귀여운 오리들을 놓아주기가 못내 아쉬웠지만 무공해 쌀 생산을 위해 두손을 펼쳤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서울본부와 청주교구 가톨릭농민회, 고두미마을 친환경농업공동체가 공동으로 마련한 청둥오리넣기 행사. 이날 행사에는 서울 서교동·구리본당 우리농회원과 고두미마을 주민 들이 함께 했다.
연이은 10일, 전남 함평군 학교면 월호리 들판에서도 광주대교구장 최창무 대주교를 비롯해 광주지역 생활공동체 회원과 생산자들이 함께한 가운데 광주대교구 사회사목국 농민사목부(담당=이준호 신부) 주최 풍년기원미사 및 오리넣기 행사가 열렸다.
이날 방사한 새끼오리들도 논을 보금자리 삼아 잡초를 뜯어먹고, 이화명충, 측명나방 등 각종 해충을 잡아먹는다. 또 물갈퀴로 흙을 뒤집어주고 배설물은 거름이 돼 무공해 벼가 잘 자라도록 돕는다.
친환경농업 활성화, 나아가 굳건한 「생명의 터」 농촌마을 공동체를 향한 노력과 실천의 하나로 마련된 도·농 한마당 어울림. 물질적 풍요, 편리만을 추구한 모습을 반성하고 생명중심의 삶과 도시·농촌이 함께 나누고 섬기는 창조질서 보전의 사명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기회였다.
도시와 농촌공동체의 어울림은 생명연대 선언, 우렁이쌀 오리농법 쌀 약정식에서 농촌체험으로 이어졌다. 도시 사람들은 초여름을 무색케하는 뜨거운 햇살도 아랑곳없이 마늘종도 거두고 배추며 양파, 고추밭 풀메기에도 나섰다. 어린이들은 생전 처음 보는 농기계들이 마냥 신기했다.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도리깨를 내치며 보리타작도 해봤다. 새끼꼬기, 그네뛰기에 재미는 두배.
숯불에서 지글지글 익은 돼지고기, 기름 자르르 흐르는 잡곡밥, 텃밭에서 갓 딴 싱싱한 상추에 얹어 풋된장 한숟갈 푹 떠 발라 한입 가득 쑤셔넣은 그 맛에 두손은 쌈싸기 바쁘다. 서넛씩 둘러앉아 커다란 양푼이 밥 함께 푸며 온갖 무공해 야채 손으로 잘라 넣고 고추장에 쓱쓱 비벼먹는 비빔밥은 감칠맛이 그만. 구수한 된장국, 된장 듬뿍 찍어올린 풋고추의 매콤한 내, 여기다 알싸한 막걸리 한잔 걸치니 돌아보니 형님이고 마주하니 동생으로 모두 한가족이 됐다.
「함께 준비하고 함께 먹고 함께 치우는 자리」. 나눔의 열매는 그 어떤 맛보다 달콤했다. 이들이 함께 나눈 무공해 먹거리들은 어떤 개인의 이름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각 공동체가 살아가는 참된 모습에서 상품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새기고 있었다.
밥이 생명입니다. 이 세상에서 제 아무리 잘나고 고상한 사람이라도 밥을 먹지 않고는 살 수가 없습니다…』(제1차 인천교구 대의원회의 농어촌·환경사목 제18항)
날마다 혼탁해져가는 환경 속에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에 대한 고민은 늘어가기 마련. 이러한 때 태초의 하느님 보시기 좋았던 깨끗한 모습들을 그리며 생명·환경 살리기에 도시·농촌 사람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친환경농법 등으로 환경을 보호하며 깨끗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촌 공동체와, 생명·환경보호에 소홀한 점을 반성한 도시 공동체가 생명 나눔 한마당 어울림을 펼쳤다. 개별 생산자와 소비자의 단순한 이익관계가 아니라 신앙을 바탕으로 한 생명, 나눔과 사랑의 가치 안에서 공동체적 교류를 더욱 활성화할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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