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예수님을 따르던 열두 제자의 명단을 보여 줍니다. 이들의 명단에서 첫번째 볼 수 있는 사실은 이들은 매우 다양한 모습을 가진 인물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직업 면에서도 어부였던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독립운동을 하던 인물도 있었고, 율법을 공부하던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남으로부터 비난을 받던 세리도 있었고, 성격적인 면에서도 이들은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복음서에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먼저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모이는 공동체가 예수님을 따르는 공동체라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때문에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은 이러저러해야한다는 단정적인 말은 조금은 조심할 필요가 있는 말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두번째 이들은 결코 의인들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세리 마태오처럼 직업적으로 죄인의 집단에 속했던 인물은 물론이고, 항상 로마인들을 죽이기 위해 몸에 칼을 품고 다니던 독립운동가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배반한 유다는 물론이요, 위험 앞에서는 스승도 배신할 사람들이었고, 그리고 높은 자리를 탐하여 서로 다투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점은 이들의 이러한 부정적인 모습이 아니라 이러한 부정적인 모습의 사람들을 통하여 당신의 구원사업을 이룩해나가시는 예수님의 능력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지금 교회 안에서 보이는 부정적인 악의 모습에 실망하지 말라는 요청입니다. 하느님의 능력은 그러한 부정적인 모습까지도 구원의 소재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번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점은 이들 대부분이 사회적 약자였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갈릴래아 출신인데 이 갈랠래아는 매우 천대받던 지역을 상징합니다. 성서에 「이방인의 갈릴래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갈릴래아란 지역은 이스라엘 사회에서 하층지역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직업을 보아도 이들이 사회적 약자였음을 잘 알 있습니다. 베드로를 비롯해 몇몇이 어부였는데 이 직업은 「땅의 백성」이라 하여 율법을 모르는 이들로 사회 지도층 인물들로부터 멸시를 받는 직업이었고, 세리와 열혈당원이었던 몇몇을 제외하고는 그나마 구체적인 직업조차 거론할 수 없는 막말로 이야기하면 무직자였을 수도 있는 인물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놀라운 사실이지만 하느님이 당신의 구원역사를 이루어 나가시는 하나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구원 역사를 이루어가실 때 반드시 인간의 협력을 요구하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그 협력자들이 인간적인 눈으로는 매우 하찮은 사람들이었다는 것입니다. 구약 출애굽 사건의 주인공 모세와 신약의 가장 위대한 구원의 역사인 구세주의 탄생과정에서 중심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성모님을 보면 이 같은 사실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성모님은 천사의 아룀을 받기 전 성서에 나오는 신분은 「나자렛의 처녀 마리아」였습니다. 마리아는 『나자렛에서 무슨 신통한 것이 나오겠소』(요한 1, 46)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천대받던 지역 출신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 여자라는 사실은 인간으로서 취급을 받지 못하던 아주 미소한 인물이었기에 「나자렛 처녀」라는 말은 이스라엘의 가장 작은 자, 보잘것없는 사람을 상징한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모세라는 인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하느님으로부터 사명을 받기 전에는 범법자로 도망 다니던 신세였고 장인의 가축을 치는 목자였습니다. 이스라엘 사회에서 목자는 세리와 더불어 직업상 죄인에 속하던 사회의 약자에 속하는 사람들의 직업이었습니다.
여기서 볼 수 있는 사실은 하느님은 이러한 작은 사람들, 약한 사람들을 선택하여 당신의 구원사를 이루어 나가신다는 사실이요, 열 두 제자들의 면면은 이것이 어떤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해 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
성서에 보면 「어린이」란 표현이 나오는데 이 표현은 대개 「제자」들을 지칭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어린이의 특징은 「벌어먹는 사람」이 아니라 「얻어먹는 사람」이라는 것, 다시 말한다면 「부모에 대한 의존성」이 바로 어린이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입니다. 그러기에 12명의 제자단의 모습은 우리에게 「예수님께 대한 의존성」, 이것이 제자됨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는 사실을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오늘날 교회에서 초대교회의 생생한 모습이 사라지는 것은 약한 자 안에서 당신의 능력을 드러내시는 하느님을 잊어버리고 너무나 인간적인 능력에 의지하려는 똑똑한 우리들 때문』이라는 어느 신부님의 말씀으로 결론을 대신할까 합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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