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적 수난설화는 역사기록의 해당부분으로 예레미야와 유다왕들과의 적대적 관계와 적의 포위공격으로 망해가는 예루살렘을 배경으로 하여 예언자가 체험한 것을 보고하고 있다.
여호야킴(609∼598) 왕과 예레미야의 적대관계를 그리는 가운데서 하느님의 명령이 백성들과 제후 그리고 왕에게 전달된다(36장). 두루마리가 성전에서 공적으로 낭독되었으며, 왕이 그 두루마리를 받아 찢어 불태우는 결정적 사건이 일어난다.
이런 왕의 태도는 하느님의 말씀을 경멸한 오만불손한 자의 본보기가 된다. 그러나 불태워진 두루마리는 야훼의 명령으로 첨가된 내용과 함께 다시 만들어지게 되었다. 여기서 신에게 도전하는 자의 무지함이 드러난다.
시드키야 왕 시대의 막바지 사건을 묘사하는 37~39장은 예루살렘의 포위와 정복에도 예레미야는 마지막까지 하느님의 사람으로서 성실을 다하는 것이 눈물겹게 나타난다. 예레미야는 왕과의 비밀 면담에서 바빌론은 하느님의 도구로 선택되었으니 바빌론 군에게 항복하면 살 수 있다는 충고를 번복하지 않는다. 예레미야는 자기 백성에 대한 하느님의 심판이 외국 정복자에 의해 감행된다고 외쳤기 때문에 자기 동포로부터 핍박을 받고 투옥까지 감내해야 했다.
예루살렘이 함락된 뒤 느부갓네살이 근위대장 느부사라단이 조직적으로 성을 약탈하는 상황을 묘사한다(39장). 이제 유다는 바빌론의 한 지방으로 귀속되고 게달리야가 유다의 총독으로 임명받는다. 이때 예언자는 라마의 포로 수용소에서 온갖 고초를 겪고 있었으나 바빌론의 근위대장에 의해 석방되어 본토에 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바빌론이 임명한 총독 게달리야가 동포들로부터 암살 당하자 예레미야는 고국에서 자기 생을 마치려 한 희망이 무너지는 또 하나의 벽에 부딪친다. 게달리야의 살해 사건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그는 자신의 예언이 계속 거부당하는 것을 체험하는 속에서 결국 자기 동포에 의해 낯선 나라로 끌려가 고독하고 처절한 최후를 맞는다.
이때 예레미야는 계속하여 이집트가 결코 민족을 구원해 주지 못한다고 경고하고(42~43장), 돌아오지 않는 민족의 완고함에서 그 파멸적인 운명의 조짐을 읽고 있었기 때문에 번민한다. 백성들은 궤, 할례, 율법, 성전, 제의 등의 제도에만 의존했고 사회적 유대는 깨어졌으며 어디서나 우상을 세우고 숭배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마음의 병의 외적 현상에 불과하다. 예레미야는 근원적인 면을 강조한다. 그리고 동포들의 최후는 지리멸렬할 것이라고 분노를 터뜨렸지만 아집과 핍박으로 가려진 눈과 마음은 끝내 화를 초래하고 말았다. 결국 죄에 대한 벌은 「자기 행동의 결과」이다.
바룩은 예레미야의 서사로 봉사하면서 예언자와 함께 고난을 나누었던 만큼 몹시 험난한 생애를 보냈다. 그는 자신의 감정과 개인적 관심과는 상관없이 끝까지 예언을 받아쓰면서 스승과 함께 하느님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소임에 성실을 다함으로서 우리에게 귀감이 되게 한다.
예레미야는 예언자와 중재자로서 하느님 때문에 백성에게서 갖은 수모와 치욕과 비웃음을 받고 백성을 향한 하느님의 진노를 그 누구보다도 먼저 그리고 깊이 느끼면서도 예언자로서의 열정을 결코 버리지 않는다. 모든 것이 끝장난 듯이 보이는 예루살렘의 멸망 후 이집트로 끌려간 뒤에도, 줄곧 동족에게 경고하고 위협하면서 그들을 하느님에게로 돌리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예레미야가 경고했으나 선민 의식에 고착되어 무사 안일주의에 빠졌던 유다인들에게 하느님의 심판이 현실로 다가왔다.
하느님은 오늘의 세계에도 말씀하신다. 우리를 사랑하실 때는, 부드럽게 말씀하실 때는 벽력같이 소리를 지르신다(시편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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