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특정지역에 위치한 가톨릭 전문 서원과 본당 성물방 외에는 가톨릭 관련 서적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신자들을 비롯한 일반인들은 신문이나 광고를 통해 신간에 대한 소식을 접할 수는 있으나, 막상 그 책을 구하려면 백방으로 뛰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모습은 일반인들에게서 분명히 확인된다. 평소 가톨릭관련 서적에 관심이 있어 매달 책을 구하기 위해 서점에 들린다는 대학생 원승현(27)씨는 『이미 신간 안내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서점에 가면 아예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예비신자 교리반에 나가고 있는 김영란(39)씨도 『인터넷에서도 재고가 없어 책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반대로 개신교의 경우에는 과감한 투자 전략과 적극적인 홍보망을 통해 신도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나가고 있다. 한 예로 6월 7일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최하는 「2002 서울국제도서전」이 6일간의 책 축제에 들어갔다. 「책으로 세계로 미래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는 한국,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중국 등 22개국 217개 출판사는 414개의 부스에 20만여종의 책을 출품했다.
「한국기독교출판협의회」라는 이름으로 국제도서전에 참여한 개신교 출판사는 100여개가 넘었다. 기독교출판협의회에는 국제도서전을 선교의 기회로 활용, 일반인들에게 개신교에 대해서 알리고, 개신교 서적을 보급하는 등 문서선교의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개신교 측에서는 지난해부터 「기독교 문화상품권」을 발매, 기독출판업계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이 상품권은 전국 각지에 있는 430여 기독교서점을 가맹점으로 해 기독교서적과 성화액자, 찬양 테잎 등 기독교서점의 모든 취급품목에 한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문화 행사 등의 수상 상금을 모두 기독교 문화상품권으로 수여하는 등, 기반확립과 저변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가톨릭에서는 이번 도서전에 「가톨릭대학교 출판부」만이 한국대학출판부협회의 소속 아래 외롭게 자리를 지켰다. 가톨릭출판사, 분도출판사, 성바오로, 바오로딸 등 역량있는 교계 출판사들이 참여하지 않은 것은 큰 아쉬움을 남겼다.
이와 관련, 교계출판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도서전 등의 행사에 참여해도 가톨릭 신자들조차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울러 『그곳에 투자할 인력과 자본으로 본당 홍보에 주력하는 것이 효과 면에서는 앞선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일반 서점가에서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등 서울 시내 대형서점의 종교서적 진열 코너에서는 개신교(70%), 불교(20%), 가톨릭(10%)의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인터넷 서점들 역시 상황은 같아 「개신교 서적」이라는 페이지 이름 안에 가톨릭 도서가 함께 마련된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가톨릭 서적 진열대가 갈수록 작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이는 신자들 뿐만 아니라 가톨릭에 관심을 갖는 일반인들이 책을 구하기 어렵다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가톨릭 교계 출판사도 보다 적극적인 홍보가 요구된다. 오직 신자들만을 위한 책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각적인 방향으로 일반인들에게 접근, 문서 선교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그 동안 교계 출판사가 고수해 온 유통구조와 보급망이 구조적?장기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 보다 현실적인 대책으로 개선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시대와 계층에 맞는 홍보전략과 함께 치밀한 시장조사와 출판 전문인력의 양성 등 보다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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