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무도한 사형수는 끝내 용서할 수 없는 존재인가?」
존재보다도 무거울 것 같은 이 물음에 화해의 몸짓으로 부딪쳐 거대한 감동의 물결을 이뤄냈던 삶, 그 삶이 일본에서 다시 한번 극화된다.
일본의 사형제도 폐지운동을 이끌고 있는 「사형제도 폐지 국제조약 비준을 위한 포럼 90(이하 포럼 90)」은 한국에서 일어났던 한 살인사건과 그 피해자 가족의 문제를 다룬 연극 「아침새는 아침이 없다」를 일본 무대에 올리기 위해 관계자들을 한국에 파견했다.
「포럼 90」 관계자를 비롯해 희곡작가, 소설가 등으로 구성된 일본 대표단 3명은 지난 6월 10일 내한해 13일까지 나흘간 머물며 관련자료 수집활동을 벌였다.
서광석씨의 연출로 지난해 11월 한국 무대에 올려졌던 「아침새는 아침이 없다」는 91년 10월 훔친 차를 몰고 주말 여의도 광장에 놀러 나온 인파를 향해 질주, 당시 6살 난 어린이를 비롯해 여러 명의 희생자를 낸 「여의도 광장 차량 질주사건」으로 사형 선고를 받은 한 사형수의 회개와 속죄의 삶을 담고 있다.
「포럼 90」은 이 사형수에게 「인간답게 사는 길」을 깨우쳐 준 희생자 어린이 할머니의 삶에 주목하고 있다.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손자가 불의의 죽음을 맞았음에도 할머니는 오히려 사형수를 자신의 양자로 삼아 그를 위해 관대한 처벌을 바라는 탄원서를 내고 솜털 수의와 안경 등을 교도소로 넣어주는 등 파격의 삶으로 감동을 전해준 바 있다.
지난 97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형수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을 깨우쳐 줘 고맙다」며 남긴 말은 인간의 깊이를 가늠하게 해주었다.
일본 대표단으로 방한한 재일교포 2세 박경남씨는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여론이 낮은 일본에서 이 할머니의 삶은 경이로움을 품게 한다』며 『할머니의 삶을 통해 일본인들이 자신의 내면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의 삶을 담은 이야기는 새롭게 각색돼 오는 10월 일본 임시국회에 앞서 무대에 올려져 일본 내 사형제도 폐지 여론을 환기시켜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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