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탈 주민들의 남한 사회 정착 지원을 위한 한국 천주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심포지엄은 북한 이탈 주민들에 대한 형제적 사랑에 바탕을 두고 이들이 남한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어야 할 교회의 소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다음은 심포지엄 발표 요지.
■ 기조강연 - 북이탈주민을 통해 보는 남북한 사람들의 통합 전망과 종교 역할 / 전우택 박사(연세대 의대 정신과 교수)
영적상처 입은 이 치유
▲ 전우택 박사
남북한 사람이 조화롭게 사는데 장애가 될 수 있는 북한 사람들의 심리적 특성을 탈북자들을 통해 살펴보자.
첫째, 공적인 가치와 명분을 내세우는 태도이다. 둘째, 이중적 태도와 그에 따른 상호 불신이다. 셋째, 극단적인 흑백논리를 주장하는 경직된 사고이다. 넷째, 법보다는 힘을 가진 사람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다섯째, 수동성과 의존성이다. 여섯째, 공평한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한 예민함이다. 일곱째, 힘에 대한 예민함이다.
다음은 남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정신적 차이점들을 생각해보자.
첫째, 돈의 소유 정도를 「우월과 열등」의 문제로 바로 연결한다. 둘째, 합리적 공동체 의식이 결여돼 있다. 남북한 사람들이 공존하는데 장애가 되는 이러한 정신적 차이를 갖고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첫째, 민족적인 공동체 의식과 자부심을 높여야 한다. 민족의 역사, 문화, 전통, 사상, 풍습이 가진 의미와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둘째, 남북한 사람들이 서로 정서적 접근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준비가 돼야 한다. 서로가 지닌 장점을 정서적으로 인식하도록 교육, 대중매체를 통해 다양하게 시도해야 한다. 셋째, 남한 자본주의가 더 합리적인 체제가 되고 더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 넷째, 통일에 있어 세대간의 역할을 나눠 수행해야 한다. 남한의 젊은 세대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 급격한 의식 변화를 보인다. 따라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모두가 통일 운동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 다섯째, 새로운 가치관의 형성을 해야 한다. 예컨대 탈북자들이 종교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다는 것은 새로운 가치관의 형성 가능성을 보여준다.
종교는 통일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탈북자들은 종교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기 원하며 따라서 종교는 영적 상처를 입은 이들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접근해야 한다.
남북 분단으로 인한 이잘화와 차이가 갈등과 파괴의 원인이 될지, 화합과 창조의 원인이 될지는 우리 민족의 선택과 준비에 달려 있다. 특히 이러한 선택과 준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힘은 종교이다. 그런 의미에서 분단과 통일의 문제는 한국 종교계, 특히 교회에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통일은 북한 선교의 기회이기 앞서 남한 교회의 갱신과 회개를 위한 도전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 강연 - 남한사회 재정착안에서 체험한 종교 역할 / 선우경남(루까. 41세. 2000년 8월 재정착)
가짐새 바로 갖는 교육 필요
반혁명 분자의 아들로서 저는 나름대로 열심히 생활했음에도 계급 노선으로 인해 그들의 믿음을 얻지 못했고 결국 1999년 8월 두만강을 넘어 2000년 8월 대한민국에 들어왔다. 그후 하나원에서의 행복한 생활을 통해 따뜻한 인간미를 체득했다. 하나원은 우리 탈북자들의 마음의 고향이었고 계속 찾고 싶은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하나원을 나와서 열심히 일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고생 끝에 을지로에서 타일 가게에 취직했고 그 과정에서 하나원 선생님과 수녀님들이 힘을 주셨다.
종교는 잘 모르고 영세를 받았지만 신앙의 깊이를 잘 알지 못한다. 다만 한가지, 그들은 내게서 무엇을 바라거나 명예를 원하지 않으며 오직 북한 이탈 주민들이 역경을 이기고 사회에 잘 정착하기만을 바라고 주님의 사랑으로 보듬어주었다는 것을 잘 안다.
을지로에서 일을 시작해 7명을 여러 곳에 소개해 취직시켰다. 그러나 그들은 말도 없이 떠나고 나와 한 명만 남았다. 현재 을지로에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견해가 나쁘다. 그 이유는 이렇다.
아직 탈북자들의 정신상태가 부족하다. 탈북자들도 여러 부류가 있다. 열심히 부지런히 일해 나름대로 사회에 충실한 사람도 있고 한국에 오면 응당 탈북자로서 우대해줄 줄 아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도 있다.
우리 탈북자들은 관광객이 아니다. 너무나 다른 제도에서 전혀 다른 제도에 적응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 오늘의 우리 탈북자들보다도 더 못한 인생이 남한 사회에도 너무도 많다. 우리 탈북자들에게 관광명소나 현대적인 것만 보여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자신의 가짐새를 바로 가지게 가장 힘든 곳, 가장 처참한 곳도 보여주었으면 한다.
나는 교회가 돈을 지불하는 것을 반대한다. 일부 사람들에게 왜 일을 하지 않는가 물으면 목요일, 일요일에는 교회에서 교육을 받기 때문에 일감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물론 선교 활동도 좋지만 먼 미래에 통일이 되어 그들이 이 땅에 적응하지 못하고 남의 등이나 치고 기회만 보는 습관을 지닌 채 이북 형제들을 만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나는 앞으로 큰 부자가 되기보다 열심히 이 사회의 모든 것을 배워나가려고 한다. 그리하여 통일된 후 고향에 돌아가 새로운 제도에서의 생활 방식과 하느님의 사랑에 대해 널리 알릴 것이다.
■ 사례발표 1 - 교구내의 북한이탈주민 지원 활동 / 이상재 신부(대구대교구 민족화해후원회 대표)
물적 지원보다 친교 먼저
▲ 이상재 신부
현재 관련을 맺고 있는 북한 이탈 주민은 14가구 19명으로 가급적 물적 지원을 억제하고 먼저 친교를 이루어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다.
주교회의 민화위로부터 협조 공문이 오면 관계자들이 관할 지역으로 오는 주민을 방문하고 시급한 어려움을 파악해 지원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 후 자주 안부를 묻고 종종 방문해 친교를 나눈다. 어느 정도 정신적으로 안정되면 관할 본당이나 인근 회원에게 소개해 지속적인 만남을 갖게 한다.
주민들을 시내에 초대해 대구지역 생활에 적응할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끼리도 서로 연락하도록 권고한다. 물론 어려움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도와주는데 지난 1월 부부가 왔는데 남편이 별세해 지도신부등이 방문, 대세를 주고 영안실을 지켜주면서 모든 일을 돌봐주었다. 대구 민족화해후원회는 대구 거주 북한 이탈 주민이 늘어나는 것에 대비해 이들의 지원을 전담할 탈북 동포 지원위원회(가칭)를 둘 계획을 갖고 있다.
■ 사례발표 2 - 탈북청소년 지원활동/ 최덕경 수사(살레시오 수도회 돈보스꼬 직업학교 교장)
5명 교육중 … 방통고도 운영
▲ 최덕경 수사
직업학교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모두 7명이 교육을 받았다. 현재는 5명을 교육하고 있으며 방송통신고도 운영한다. 직업학교에 가기 위한 준비과정인 교육관에서는 현재 7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돈보스꼬 센터 교육의 장점은 기술을 배움으로써 장래에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며 동시에 부족한 학력을 준비할 수 있다. 또 남한 학생들과 함께 기숙사 생활 및 교육을 받게 됨으로써 서로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전하고 배우게 된다. 생활 지도 및 상담을 통해 탈북 생활로 잘못된 생활 습관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마음의 안정을 찾고 남한의 문화를 배우면서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차분하게 준비하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단점도 있는데 돈보스꼬 센터는 기술 교육 및 자립이 주된 목표이므로 중학교나 고등학교 대학에 가고 싶어하는 탈북 청소년들에게는 갈등의 요소가 되며 교육 및 생활 지도를 통한 교육적 통제도 어려움이 될 수 있다. 탈북자라는 특수한 신분으로 여러 단체로부터 관심과 도움을 받는데 이는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자신의 신분을 왜곡되게 인식해 자립정신을 약화시키거나 함께 살고 있는 남한 청소년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 사례발표 3 - 북한이탈주민 청소년지원을 위한 선교200주년 장학회의 기본 원칙과 방향성 / 최부식 신부(서울가톨릭 사회복지회)
2003년까지 운영 조직 체제화
▲ 최부식 신부
장학금 지급은 나이에 상관없이 초중고 교육을 받는 청소년으로 학생 10명과 1개 단체로 확정돼 앞으로 1년간 일정액의 장학금과 생활지원, 봉사자 연결, 진료, 특수 교육 등을 제공한다.
2003년까지는 후원회원 및 기금 확대, 또 계속적 관심과 사회복지적인 다양한 지원을 위해 운영위원 조직을 체계화할 계획이다. 신자들이 이들을 형제로 받아들이도록 교육, 홍보를 하며 국가 주도의 사회정책적 차원이 아닌 다양한 사회복지적 지원을 넓혀나갈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먼저 대상자 유형을 다양화할 것이며 둘째, 교회내의 가족결연 사업을 시도하고자 한다. 또한 교회내 관련 단체와 전문 사회복지기관들의 연계망을 조직해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방안들이 모색, 평가되어 더 효과적이고 인간 중심의 지원들이 지속되도록 구성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 이탈 주민을 정치적 시각으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점이며 남북은 한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이방인처럼 살아야 했던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극복함으로써 화해와 일치를 바탕으로 한 평화로운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