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통해 믿음이 없는 이들도 하느님을 뵙게 된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해준 땅이 잠비아입니다』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수녀회 소속으로 지난 96년부터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가난한 원주민들 속에서 원주민처럼 살고 있다는 신복희(마리아?47) 수녀는 자신들의 간절함이 전해지도록 두 손 모으는 모습이다.
개신교 선교사들마저 포기하고 떠난 자리에 맨손으로 흙을 퍼다 벽돌을 찍고 학교를 열고 고아원을 지어온 그의 손과 살갗은 여자에게서는 쉽게 보기 힘든 것이었다.
자신이 있는 잠비아 북부 구리광산지역의 무풀리라(Mufulira)를 소개하던 신 수녀의 눈빛에서는 잠시 그늘이 비치는 듯했다.
「에이즈 환자촌」과 다를 바 없다는 무풀리라, 그 곳에서 그가 처음 마주친 것은 고통 속에 놓인 예수님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숱하게 굶어죽어 가는 아이들, 대대로 에이즈를 물려받아 일가족이 서로 죽어가는 모습을 쳐다봐야만 하는 참상, 하루하루도 넘기기 힘든 갓난아기…. 고통의 순간순간을 전하는 신수녀의 얼굴은 동시에 일그러졌다 펴졌다를 반복했다.
『그래도 조금씩 삶의 힘을 찾아 변화되는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이 너무 많아 자신들을 대신해 손길 역할을 해줄 이가 필요하다는 신수녀는 한국 신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호소한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조차 나누는 것이 사랑임을 잘 아는 우리 신자들이 멀리 죽음의 땅에 생명의 불꽃 하나씩을 밝혀주십시오』
자신이 몸담아왔던 무풀리라에서 더 산간오지로 들어가 죽음의 그늘 가운데 사랑을 촛불을 밝히겠다는 그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가 아니라 조그만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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