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레미야서의 대서사시를 마감하면서 역사 자체가 예언의 진실성을 증언하고 있음을 보았다. 이제 예언서를 마무리하면서 종교적 가르침 및 메시지를 보고자 한다.
민족의 가장 아픈 시기에 하느님의 말씀을 전달해야 했던 예레미야는 말씀에 순종했을 뿐만 아니라 눈물의 예언자로 지칭될 만큼 온 생애가 고독했고 암담한 절망으로 분노하다가도 자기의 사명을 다하는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의 생이 비극적인 실패로 끝난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실제로는 하느님을 끝까지 섬기는 영웅적인 일대기를 보여주는 가운데 메시지를 전한다.
하느님은 예언자의 혀 뿐 아니라 정신까지 사로잡으시어 삶 안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게 하셨다. 하느님의 말씀이 그의 입안에 주어졌으며, 그 말씀은 두루 퍼져서 결과를 내어야 하는 것으로 야훼의 의도와 뜻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은 하느님의 능력과 주권을 지니고 살아 있는 것이다.
하느님의 말씀은 인간이 마음대로 유발시킬 수 없는 것이기에 말씀에 대해서 참 예언자는 경청하고 기다리면서 복종하는 자세로 자신을 내맡겨야 한다. 그는 거짓 예언자들과 충돌하면서 때로는 무서운 갈등을 겪었다. 그래서 예레미야는 고통스러운 기도를 드리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기다렸다.
하느님의 말씀은 특수한 상황과 특수한 인간들에 대한 메시지였다. 예레미야는 하느님의 말씀에 의해 부르심을 받았으며 그의 사명은 그 말씀을 전파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는 가르치면서도 그것으로 말미암아 고통과 수난을 당해야 했다. 그래서 복음을 가르치면서 십자가의 고통을 통한 빠스카의 삶만이 영원한 삶에로의 길이라는 것을 손수 삶으로 증언하신 예수님의 예표로 드러났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 모두가 걸어야 하는 길이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또한 예레미야 메시지의 가장 독특한 부분은 「새 계약」에 대한 사상이다. 새 계약 안에 드러난 심판의 메시지 뒤에 숨은 구원의 메시지이다. 그는 재난에 대해서 강조했으나 실제적으로는 신실하신 하느님께 근거한 낙천주의자다. 백성들은 실패했으나 하느님은 남은 자들을 통해서 당신 목적을 성취하실 것이고, 왕들은 실패했으나 하느님은 『다윗을 위해 한 의로운 가지를 일으키실』것이며, 옛 계약은 파괴되었으나 하느님은 그의 백성들과 더불어 새 계약을 세우실 것이다.
하느님과 백성간의 새 관계는 밀접하고 인격적인 관계가 될 것이며, 그들의 상호 헌신과 신앙 속에서 알게 될 하느님에 대한 인격적 지식은 계약 공동체 속에서 성취될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한 마음, 즉 내심의 법을 주시어 신(神)과 인간의 관계를 인격적인 만남으로 이끌어주시고자 한다. 하느님의 뜻을 간직한 새 인간은 이제 그분께만 신뢰하고 그분의 뜻을 자진해서 실행하게 될 것이다. 새 차원의 이 상호 연관성은 하느님과의 공동 광장을 마련하게 되었고 이 모든 것은 위기를 통해서 얻은 정화의 업적에서 드러난다.
새로운 계약의 특징은 하느님 권위와 주도권에 의해 맺게 될 것이며 이스라엘의 신앙은 하느님의 호의에 대한 응답일 뿐이다. 또한 새로운 계약을 맺을 때 토라는 인간 존재의 내적인 중심인 마음에 기록될 것이며 하느님의 용서가 있을 것이다. 새 계약은 야훼의 백성인 새 공동체를 낳을 것인데, 새 공동체는 충실한 신뢰와 약속으로 야훼를 알 것이기에 「야훼에 대한 지식」을 호소하는 종교적 교육이나 계약 갱신의식이 필요 없을 것이다.
이 예레미야서의 새 계약은 예수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완성되며 성령을 통해 신적의지에로 끊임없이 초대된다. 우리가 비록 죄와 허물을 쓰고 있다해도 회개에로의 초대를 거부하지 않는다면 예레미야처럼 그분과 내밀한 만남을 체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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