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성서내용을 참조하지 않더라도 물은 지구 역사 최초로 만들어진 물질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우주공간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면 파란색이 가장 많다. 이는 물이 많기 때문이다. 인체의 경우도 체중 33%, 근육의 75%가 물이며, 뼈 속에만도 22%의 물이 들어 있다. 우리는 날마다 8컵 정도의 물을 마셔야 한다. 음식을 먹지 않고는 몇 주를 살 수 있지만 물 없이는 며칠도 살 수 없다. 물은 인간에게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될 물의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인구는 전세계 5억 명이고 금세기 중반에는 20억∼70억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세계수자원위원회는 『지구촌 인구의 절반이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25년 내에 식수난으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재앙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20세기의 국제간 분쟁 원인이 석유에 있다면 21세기는 물의 시대로 될 것이다」는 세계물정책연구소 샌드러 포스텔 소장의 경고에 대해 숙고해 볼 시기에 와 있는 듯 하다.
우리나라는 안전지대인가?
우리 나라 국민 1인당 사용가능한 물의 양은 2000년 기준 1384t. 물 빈곤국가 기준(1000t)보다 많지만 물 부족 국가의 기준(1700t)에는 못 미친다. 전세계 155개국 중 36번째로 적은 양이다.
또한 우리 나라의 연간 강수량은 1274mm로 세계평균(974mm)보다 높지만 인구밀도를 대비한 1인당 강수량은 연간 2755t으로 세계 평균(2만2096t)에는 훨씬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우리 나라는 남아공, 소말리아, 르완다, 케냐 등과 함께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물 절약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은 높지 않다.
물 낭비는 세계최고
올 1월 발표된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 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수돗물 소비량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국민소득과 비교한 수돗물 소비량은 1천달러 당 43.1ℓ로 호주(23.1ℓ), 미국(24.6ℓ), 영국(22.2ℓ)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 대다수는 「물을 너무 많이 사용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막상 뚜껑을 열면 「허드렛 물 재이용」은 21%, 「수도꼭지 조금만 열고 사용하기」 39% 등 지속적인 노력과 불편이 수반되는 행동면에서는 실천이 미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물 부족 사태에 대해 환경부를 비롯한 대부분 환경운동단체들은 물 절약을 통해 수요를 줄이는 「물 수요관리 정책」만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댐 건설을 통한 수자원 관리는 산림파괴 등 다른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교회의 관심과 활동
물 부족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가톨릭 교회 내에서도 「물 아껴쓰기」 운동이 적극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는 교회는 하느님이 창조하신 모든 만물을 보존할 책임을 떠맡고 있고 아울러 복음에 드러난 말씀처럼 「생명의 물」을 가꿔나가기 위한 우리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지난 6월 5일 환경의 날 담화를 통해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최영수 주교는 일상화되고 있는 환경위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미래 세대의 행복은 오늘 우리가 어떻게 사느냐에 달려 있으며 환경문제는 더 이상 환경공학자나 생태학자의 몫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과제』임을 강조했다.
환경부와 공동으로 월드컵 환경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주교회의 정평위 산하 환경위원회는 앞으로 환경운동실천 관련 팸플릿 배포를 통해 월드컵 이후에도 「물 아껴쓰기」 운동에 적극 동참할 계획이다.
서울대교구 여성연합회 등 여성단체들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여성연합회는 올 초부터 환경부와 공동으로 물 절약 캠페인에 나서고 있으며, 지난 6월 5일 환경의 날에 맞춰 여성연합회 회원들은 서울 명동 일대에서 물 절약 스티커를 무료로 배포했다. 올 9월에는 환경운동 홍보를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도 계획중이다. 환경전문가인 여성연합회 회원을 각 본당에 파견, 주부신자들을 위한 환경교육도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대구대교구 환경위원회 또한 신자가정에서부터 물 절약을 생활화하자는 취지 아래 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절수기 설치사업에 적극 동참하기로 결정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하고 있다.
어떻게 절약할까?
환경운동단체 한 관계자는 『각 가정 절수기 및 중수도 설치, 절수형 수도요금체계 도입, 노후수도관 교체 등 범정부적인 사업과 함께 전국민이 동참하는 물 절약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올 2006년까지 섬진강댐(3억5000만t) 2개 분인 7억 9000만t의 수돗물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요한 것은 각 가정에서 물을 사용하는 「개인의 실천」이라는 것이다. 사회단체와 교회 내에서 시작하고 있는 물 절약운동에 적극 참여함과 동시에 각 가정에서 물을 사용하며 그것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실천하고자 하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 삽화로 보는 물 절약 생활수칙
절수형 변기 50% 절약
1. 화장실에서 - 변기 수조에 물 채운 병을 넣으면 20% 절수. 변기 수조를 절수형으로 설치하면 50% 절수.
2. 부엌에서 - 설거지통 이용으로 60% 절수(물을 틀어놓고 설거지하면 100리터, 설거지통 사용하면 20리터로 가능). 수도꼭지에 물 조리개를 부착하면 20% 절수(샤워수 형태로 사용하면 접촉면적이 넓어 10∼20% 절수).
모아 빨면 30% 절약
3. 빨래할 때 - 빨랫감은 한번에 모아 빨면 30% 절수(잘 쓰고 있는 세탁기를 작은 것으로 바꿀 수는 없으므로 세탁물을 모아 빨면 경제적이고 물도 절약할 수 있음). 헹굼은 적정횟수, 마지막 헹굼 물 재 이용으로 50% 절수(헹굼은 한 차례로 충분함. 피부 자극성이 있는 세제성분은 「계면활성제」이며 한 차례의 헹굼으로도 충분히 제거 가능).
샤워시간 줄여 50% 절약
4. 욕실에서 - 샤워시간 반으로 줄여 50% 절수. 샤워헤드를 절수형으로 바꿔 40% 절수(욕조 이용보다 샤워가 물 절약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15분 이상 샤워하게 되면 샤워하는 쪽이 물 낭비가 심함. 15분간 샤워하면 180리터의 물 사용). 양치질 할 때 물 컵 사용으로 70% 절수.
※ 위 생활수칙은 환경부 「물 절약 생활수칙」을 인용한 것임.
■ 20년 물 절약 김매영씨
"양말 빨래는 세수한 물로"
▲ 김애영씨
서울대교구 여성연합회 봉사부장을 맡고 있는 김매영(마리아.서울 행당동본당)씨는 20년간의 물 절약이 몸에 밴 알뜰 살림꾼이다.
김씨는 세탁기 빨래를 일주일에 한번 하는 것으로 못 박아 놓았다. 매일 손빨래를 해야하는 양말은 세수한 물을 다시 사용한다. 단층주택에 거주할 때는 빗물을 모아서 마당청소와 빨래를 했었다.
부엌 물 사용을 줄이기 위해 김씨는 되도록 쓰지 않는 그릇은 치워놓는다. 제사 등 집안의 행사 때에도 동서나 며느리에게는 설거지를 시키지 않는다. 물을 틀어놓고 설거지 하는 며느리를 볼 바에 차라리 자신이 하는 게 낫다는 것이 이씨의 생각이다.
대중목욕탕에서도 김씨의 물 절약은 계속된다. 물을 틀어놓은 채 샤워하는 모습을 보면 먼저 달려가 수도꼭지를 잠근다. 「내가 쓰는 물인데 당신이 왜 참견이냐」며 오해를 산 일도 여러 번 있었다.
『스티커와 팸플릿을 나눠줘도 정작 가정에서 물 절약을 실천해야 할 주부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오히려 남성들의 반응은 아주 좋았구요. 벌써 몇 십 년간 똑같은 물 절약 방법을 홍보하고 있지만 계속 제자리걸음인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얼마 전 여성연합회에서 개최한 물 절약 캠페인에 참석했던 김씨는 주부들의 무관심에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우리의 풍족한 삶을 위해 창조된 만물을 아끼는 것은 신자의 당연한 의무일 것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