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계시는 성서와 성전(聖傳)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됩니다. 그런데 이 두가지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
이형우 아빠스는 『성전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것이 교부들의 말씀』이라며 『교부 문헌 연구는 하느님의 계시에 접근하는데 있어 중대하고 필요불가결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성서연구에 큰 관심을 갖고 괄목할만한 업적을 남겼으나 상대적으로 교부 문헌 연구는 극히 미미했던 것이 사실. 분량이 방대하고 고대어를 익혀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어서인지 연구하는 사람이 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아빠스는 『90년대에 들어와 교부학 전공자들이 다수 배출되고 있다』며 『교부들의 가르침을 보다 폭 넓게 신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교부문헌을 어렵고 고루한 전문서적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교부문헌을 직접 접할 기회가 적었던 데서 오는 막연한 선입견에 불과합니다』
이아빠스는 『대부분 교부들이 사목자들이어서 그런지 그들의 글을 살펴보면 설득을 위한 지나친 강조나 지루한 반복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그들의 글에는 힘이 있으며 이해하는데 그다지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아빠스는 특히 교부 문헌 연구가 한국 교회의 신학 발전에 3가지 측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첫째는 성서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사도 교부들은 사도들의 직제자 혹은 그 직제자들의 제자들이었으므로 그들의 문헌은 신약성서, 특히 사목서간에 나타나 있는 사도들의 가르침과 신학을 잘 반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신약성서에 표현되지 않은 초기 교회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아빠스는 『교부들의 글에서도 성서가 기초가 되고 있다』며 『성경해설을 위한 강론이나 본격적인 성서 주해서 형태의 교부들의 글도 찾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한국 교회 신학의 토착화에도 한몫할 수 있다는 것.
교부시대는 사도들로부터 전수받은 그리스도의 복음이 그리스?로마 문화에 정착되는 시기. 히브리 문화권안에 선포된 복음은 제자들의 선교활동을 통해 그리스와 로마 문화권에 선포되면서 일종의 토착화 과정을 겪어야만 했다. 그리스도교의 신학은 이러한 토착화 시도 과정에서 때로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발전되고 정착되어 왔다.
이에대해 이아빠스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한국교회안에서도 토착화의 필요성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며 『교부들이 행했던 토착화의 시도 과정과 그 방법을 연구함으로써 우리의 토착화 작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마지막 세 번째는 한국 교회의 에큐메니칼 운동(교회 일치운동)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개신교의 종파는 성서의 자유해석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기의 해석을 고집하기에 앞서 성서시대와 가까웠던 교부시대에서 성서를 어떻게 이해하고 생활했는지 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아빠스는 『우리는 각 교회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성서와 서로 갈라지기 전인 초세기 교회의 모습이 담긴 교부들의 문헌을 함께 연구함으로써 서로의 차이점을 좁혀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가톨릭교회는 분도출판사를 중심으로 「교부 문헌 총서 기획위원회」를 구성, 「교부 문헌 총서 시리즈」를 14권까지 간행하는 등 교부 문헌 연구에 있어서 새로운 전기 마련에 노력하고 있으며 「교부학 연구회」도 이러한 선상에서 결성됐다.
『한국교회 실정에 맞은 교부학 입문서를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또한 교부 문헌 총서 시리즈도 꾸준히 발간할 예정입니다』
이아빠스는 『교부학연구회가 이러한 일을 수행하는데 큰 공헌을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교부학 연구에 전 교회적인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이형우 아빠스는 독일 성 오틸리엔 예수성심 총아빠좌 수도원의 아빠스좌 승격 100주년 기념행사 참석자 지난 6월 25일 출국했다. 이아빠스는 행사 참석 후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지의 수도원을 방문한 후 7월 6일 귀국한다.
◇ 교부란 누구인가?
많은 경우, 성년이 되어 신앙에 귀의했으며 고등교육을 받았고 수도승 생활을 체험한 사목자 이거나 수도승으로서, ▲시기적으로 고대에(초기 7~8세기까지) ▲정통 신앙의 노선에서 ▲교회가 인정하는 뛰어난 가르침을 펼쳤을 뿐아니라 ▲그 삶의 거룩함도 증언되는 사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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