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을 드리니 주여 받아주시어 선한 일을 하도록 나를 인도하소서』
오늘은 형이, 동생이 함께 있어 더욱 기쁘고 든든했다. 똑같은 얼굴로 한날 한시 세상에 나서, 한날 한시 똑같은 모습의 사제가 됐다. 대구 고성본당 출신 김성은(요한).성근(요셉) 신부. 6월 24일, 대구대교구에서는 최초로 한국 교회 사상 네번째 쌍둥이 사제로 서품됐다. 특히 고성본당 신자들은 지난 91년에도 쌍둥이는 아니지만 박덕수.강수 형제가 한날 한시에 서품을 받은 기쁨을 기억하고 있어 오늘의 기쁨은 또다시 배가 됐다.
김성은.성근 신부가 사제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인생 최고의 급회전이었다. 두 신부 모두 일반대학에 입학했다가 신학교에 편입한 경우. 게다가 형은 동생보다 4년이나 늦게 사제의 길을 선택했다.
7남매 중 막내 아들을. 쌍둥이라는 것만 빼면 그저 평범한 학창시절. 또 사춘기 시절엔 겉과 속이 다른 것 같은 교회 모습에 반항하는 마음으로 냉담도 했었다. 일반대학을 입학하고 세상 것에 대한 욕심 채우기에 분주하던 어느날, 교리교사회에 들어간 것은 그들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동생 김성근 신부가 1992년 먼저 신학교에 입학했다. 너무 뜻밖의 결정에 당시 형 김성은 신부는 동생을 제정신으로 보지 않을 정도였다. 성근 신부는 제대 후 형에게 조심스레 사제의 길을 함께 가자고 권유했지만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러던 성은 신부에게도 갑작스런 부르심이 느껴졌다. 교리교사회장 시절, 성목요일에 마련된 이동감실 행렬 때 가슴 깊은데서부터 뜨거운 것이 북받쳐오르더니 눈물이 줄줄 흘렀다. 하지만 일반대학에 다니고 있었고 자격이 없다는 생각에 그저 마음 속에 품고 9일기도를 시작했다. 갑자기 주변의 수녀님이 신학교 입학을 권유하고 신학생들과 접촉할 일도 많았다. 96년, 응답할 수 있는 길은 하나로 모아졌다.
신학생 땐 형제가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진 못했다. 동생 성근 신부가 필리핀 마닐라에서 석사학위까지 딴 후에 돌아왔기 때문. 그래도 여느 쌍둥이들의 경우처럼 주위사람들이 둘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통에 겪은 에피소드들도 많았다. 성은 신부는 입학하기 전, 동생 성근 신부를 만나러 신학교엘 들른 적이 있었는데 마침 서품식 준비로 대형 체육관에 의자를 깔기에 바빴던 신학생들이 그를 성근 신부로 착각하고 앞뒤 없이 일을 시켜 반나절 내내 의자를 나른 기억도 있다. 하도 오해받는 일이 자주 있어, 모르는 사람들이 인사 해도 서로의 역할을 하며 그럴듯하게 넘긴 적도 많았다. 그래도 쌍둥이라서 싫었던 적은 한번도 없다고. 한편으론 서로가 누구보다 냉정한 거울이다. 서로의 모습이 각자 자신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기에 단점이 보일 땐 따끔히 지적해 다툼도 많았다. 쌍둥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둘 중 한사람은 주님께 봉헌하겠다 다짐했다는 어머니 황분남(베네딕다)씨는 둘이 서로 차이가 나게 신학교에 입학한 것도 하느님의 섭리라고 말한다. 둘이 함께 입학했으면 서로 의견차로 둘 중 하나는 서품을 받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며. 또한 동생의 학업 덕분에 같은 날 서품을 받으며 한 길을 걷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니리라.
누구보다 친한 형제이자 친구인 쌍둥이 사제. 용기있게 성소의 길을 택한 이들은 특별하거나 거창한 계획보다는 늘 열린 마음으로 신자들을 대하겠다고 다짐한다. 일치하는 삶이 예수님을 가장 잘 따르는 일. 항상 부족한 삶이지만 그 안에 세상 모두와 하나되는 모습으로 살아가고자 서로 용기를 북돋운다. 하나에서 나와 똑같은 둘이 되고 또 하나의 길을 걷는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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