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사회의 모든 이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들은 히딩크 감독과 한국 축구 대표 팀이다. 월드컵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한국 팀이 기대했던 16강이 아니라 4강까지 올라가자 모든 신문과 뉴스는 한국 축구의 선전 소식과 더불어 히딩크 감독과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러한 한국 축구를 지켜보면서 필자가 느끼는 것은 한 집단에 있어 지도자의 위치가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필자는 축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지 감독이 하는 것은 아니고, 선수들의 기량이 하루아침에 발전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히딩크 감독이 처음 부임할 때는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의 생각도 필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1년 6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비슷한 선수들을 가지고 정말로 놀라운 성적을 내는 것을 보면서 한 지도자에 의해 한 집단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히딩크를 배우자는 열기가 생겨나고 히딩크 증후군이란 새로운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아마 우리 교회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일도 어쩌면 우리 시대의 영웅이 될 수 있는 지도자가 아니겠는가 생각해 보면서, 조금은 후진적인 우리 교회의 인사제도에 새로운 혁신의 바람이 불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어떻든 한국 축구의 선전에 국민과 더불어 박수를 보내면서 그들의 땀과 수고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 본다.
오늘 복음은 지난주에 이어 계속해서 제자들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는 파견 설교의 일부이다.
예수님은 여기서 「아버지나 어머니」 그리고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예수님의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라고 먼저 이야기하고 있다. 어버이에 대한 효도나 자식에 대한 사랑보다도 예수님 사랑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 예수님께 최고의 사랑을 드리는 사람만이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말씀을 들으면 무어라 거부할 수는 없지만 무거운 마음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왜냐하면 부모에 대한 사랑은 뒤로하고라도 자식에 대한 사랑은 인간에게 있어 거의 본능적인 것이기에 아들이나 딸보다 예수님을 더 사랑하라는 말씀은 인간의 힘으로 실천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비록 필자는 자식을 키워 본 경험이 없지만 5남 2녀의 막내이기에 조카들이 여럿 있다. 이들은 가끔 어머니가 계셨던 관계로 사제관에 머물다 가곤 하였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들이 가고 나면 가끔씩 그들의 모습이 눈에 밟히곤 하였는데 삼촌의 마음이 이렇다면 자식에 대한 부모들의 마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자식을 더 사랑하는 사람은 예수님의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인간의 본능적인 애정마저도 넘어서는 완전한 헌신을 요구하는 말씀일 것이다.
그리고 이어 예수님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 오지 않는 사람」도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자기 십자가라는 말은 「자기에게 맡겨진 임무와 역할」 혹은 「예수님을 따르는 데서 오는 여러가지 고통과 어려움」등으로도 알아들을 수 있는데, 분명한 사실은 예수님 시대에 있어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사형도구로써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을 일차적으로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생명을 버린 각오와 본능적인 애정마저도 의지로 넘어설 수 있는 사람만이 예수님의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인데 문제는 이 말씀을 따르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다행스럽고 우리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예수님의 말씀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언자를 예언자로 받아들이는 사람」과 「옳은 사람을 옳은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 그리고 「예수님의 제자이기에 냉수 한 그릇(냉수, 냉장고가 없는 시대에 집안에 찬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물에서 길어와야만 얻을 수 있는 시대였기에 정성과 노력이 있어야 함)이라도 주는 사람」에게도 역시 예수님은 같은 상을 약속해 주시고 계시기 때문이다.
다시 말한다면 우리가 비록 예수님 사람됨의 자세를 갖추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그들을 격려해줄 수 있다면 그러한 삶도 예수님의 사람으로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교황 주일이다. 교황님께서 전 세계 모든 신앙인들을 훌륭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주님의 도움을 청하면서 교황님과 교회 지도자들을 위해 우리가 드릴 오늘의 냉수 한잔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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