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젤키엘서는 아름다운 시와 산문이 혼합된 문체로서 환상, 비유, 풍유, 묵시적인 면과 다양한 상징으로 풍부한 걸작품이다. 성 예로니모는 이 책을 가리켜 『하느님 신비의 대양이며 미궁』이라고 불렀다. 이 예언서는 전체적으로 언어가 통일되고 사상의 관점에 일관성이 있어서 에제키엘 자신이 이 책을 대부분 기록했다고 본다.
이 책의 묵시문학적 부분은 후기 묵시 문학의 모형이 되었고, 그의 환상은 후기 유다교나 그리스도교의 상징 문학으로서도 사용되었다. 그런데 그의 문학적 기법은 다양한 상징적 행동이나 우의(寓意)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풍요로움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단조로우면서도 어두운 감마저 저변에 깔려있다.
그러나 에제키엘의 조화된 예술적인 문체는 하느님의 신비(神秘) 앞에 인간이 느끼게 되는 경이롭도록 순수한 천상적 분위기를 충분히 맛보게 한다. 예언자의 이러한 성향은 자신도 감당하기 어려운 「하느님의 말씀」을 진하게 표현함으로써 그 말씀을 성취시켜 나가는 추진력과 투지력을 함께 보여줄 수 있다고 본다.
에젤키엘서의 주요사상은 인과응보 사상이다. 이 사상은 선임자들이 말하는 연대성을 탈피하여 개인의 차원에서 그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죽음 후의 사후세계에 대한 깊은 사색으로 이끌어 가는 면이 찰나적 삶에 자기를 맡기고 사는 소비성향의 현대인에게 또 다른 차원을 열어주고 있다 하겠다.
전통적 주제인 선민 이스라엘에 대한 하느님의 각별한 사랑(16,23)과 이교 민족이라도 죄를 범하면 그에 마땅한 응징을 받으며(25-32장), 우주 만물의 창조주 외에 다른 신(神)이 없거늘 우매하게도 우상숭배에 빠져 흐느적거릴 때 그 몰골이 어떠하리라는 것들에 대해서 재삼 천명하고 있다 하겠다.
에제키엘 특유의 주제는 하느님은 당신 영광을 위해 행동하시는 분으로서 과거 이스라엘 백성과 맺은 약속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으로서 하신 품위 때문에 당신의 명예를 걸고 그 약속을 이행하신다는 것을 확인시키고 있다(20장). 따라서 새 계약에 대한 약속은 백성이 회개한 상급이 아니라 하느님 본연에서 흘러나오는 「은총」임이 강조되어 나온다.
또한 그가 사제로서 가진 특색은 성전을 사랑하는 애틋함에서 두드러지면서 공적 예배를 강조한다. 따라서 법과 윤리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면서 윤리적 판단은 결의론적 성격을 띤다.
에제케엘은 하느님의 현존은 돌로 만든 인위적인 것에 결코 제한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사랑의 진수는 인간의 내심에 있으므로 오늘의 이기주의적 성향을 꾸짖어 돌 같은 심장을 끄집어내고 살같이 부드러운 심장을 주실 수 있는 하느님의 사랑을 다시 새기게 한다.
그리고 거룩한 것과 속된 것을 엄격히 분리하여 종교의식의 진정한 규범을 선명히 그어 유다이즘의 아버지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예수님이 질타한 율법주의적 바리사이파들의 시조는 결코 아니라고 본다. 나아가 다니엘서를 비롯하여 신약의 묵시록에 영향을 주고 있어 묵시문학의 시조라고도 불린다. 이렇게 그는 예레미야와 함께 신약 시대의 종교를 준비한 순백하고 고매한 영성의 대가이기도 하다.
이상으로 보았을 때 에제키엘서는 이사야서와 예레미야서와 함께 인간을 구원하시고자 하는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구원 역사에 나타난 아버지 하느님의 활동과 그 의미를 이해시켜 주는 기본적인 책이기도 하다.
에제키엘이 예언한 구체적인 「착한 목자상」(34장)은 메시아적인 개념으로 이해 된 것이며 그것은 착한 목자인(요한 10장) 예수 그리스도로 드러났다. 이렇게 에제키엘은 새로운 다윗에 대한 관심을 드높이어 우리 주님의 오심을 성큼 앞당겨주었으며, 또한 신약성서의 배경이 되는 사상과 새로운 영성의 길을 열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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