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와 신심의 실천에 사용되는 모든 물건, 즉 전례가 거행되는 장소나 복장, 시설물, 성화상과 상징물, 신심의 실천이나 기도 때 사용되는 여러 가지 물품 등을 통틀어 성물이라고 한다』(한국가톨릭대사전 7권 「성물」 참조)
유한한 실재로서 인간은 눈에 보이는 형상들을 통해 하느님을 좀더 구체적으로 지각할 수 있고 신앙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이처럼 하느님과 인간 구원 역사의 표징으로서 성물은 하느님의 풍요로움을 감성적인 인간이 더욱 잘 체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여기서는 우리 각 가정에서 비치해야 할 성물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본다.
성서와 가톨릭 기도서, 미사경본, 성가집은 전례에 참석할 때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항상 가까이 두어야 할 신앙생활의 생필품이다. 교리서는 성서와 성전에 바탕을 두고 구원을 위해 힘써야 할 진리를 요약한 책이다. 여러 가지 교리서가 있으므로 자기 수준에 맞춰 적절한 책을 구입해 틈날 때마다 읽어보기로 하자.
가정의 방이나 거실 등 가족들이 기거하거나 모이는 자리에는 십자고상, 성모상, 성화와 성상 등을 모셔두는 것이 좋다. 십자고상은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제물의 표징이다. 십자가를 바라볼 때마다 구원의 업적에 감사를 드리고 은총을 구한다. 성모상은 십자고상 밑이나 옆에 모시도록 한다.
성화와 성상은 그리스도교 역사 안에서 종종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성상 자체를 예배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중심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신앙을 드러내는 한 가지 방편이라고 할 수 있다.
영원한 생명과 죄의 씻음을 상징하는 성수 역시 가정에서 상비해야 할 필수품 중 하나이다. 우리가 성당을 들어설 때 성수를 찍어 십자성호를 하듯이 기도할 때나 환자가 있을 때, 특히 임종 전후에 성수를 뿌림은 악으로부터 멀어짐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영원한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일깨우는 성초도 가정에 비치해야 하며 그리스도의 승리를 나타내는 성지가지를 십자고상과 함께 둠으로써 그리스도 왕의 승리를 기억한다.
이처럼 다양한 성물들은 될 수 있으면 기도상을 마련해 그 위에 함께 모셔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작은 상, 탁자에 흰 보를 덮어 그 위에 십자고상, 성모상, 성초, 성수, 성서, 묵주 등을 얹어놓고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도록 꽃으로 꾸며둠으로써 더 풍성한 신앙생활, 기도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 신앙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축일표, 성인전, 주보철, 비망록, 교계 간행물 등을 비치할 필요가 있다. 축일표는 교회전례력에 따른 축일과 주일, 연중 매일의 미사 독서와 복음을 표시한 것으로 전례의 흐름에 따라 매일 자신과 가족의 신앙생활을 돌아보고 점검하는데 유익하다.
성인전을 비롯해 각종 신앙 서적들을 풍부히 갖추고 있어야 한다. 특히 성인들은 신앙의 모범으로써 모든 신자들에게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을 제시해주므로 우리 역시 성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도록 격려하고 고무해준다.
보다 적극적인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서 매주 발행되는 주보들을 꼼꼼하게 모아둘 필요가 있다. 아울러 가족의 생일이나 세례, 견진, 축일 등을 적은 비망록을 작성해두면 특별한 의미를 지닌 날마다 하느님의 구원 역사를 돌이켜보게 되어 신앙에 큰 도움을 준다. 끝으로 교회에서 발행하는 신문, 잡지 등 정기 간행물들을 꾸준하게 읽어야 할 것이다. 특히 일주일에 한 번씩 발행되는 교회 신문은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교회의 소식을 함께 접할 수 있는 유익한 신앙생활의 길잡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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