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을 끝까지 다 들어준 다음 얘기하는 모습, 당신은 참 좋은 습관을 지녔어』(남편)/ 『콧수염이랑 긴 머리를 정리한 당신, 10년은 젊어 보여요』(아내)/ 『나를 위해 버스 정류장까지 마중나와 줘서 고맙소』(남편)/ 『팔이 약한 나를 위해 원두커피 알갱이를 갈아준 당신, 칭찬해요』(아내)
종가집 맏며느리로서의 혹독한 시집살이, 20여년 동안 고치지 못한 남편의 고약한 술버릇, 아내의 지나친 완벽주의, 좁혀지지 않는 성격차이 등 여느 부부들처럼 수많은 문제를 안고 살아왔던 조양희(미카엘라.54.수원 조암본당).박문규(미카엘.52)씨 부부.
「우린 정말 안 맞아」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며 20여년동안 살아온 부부가 이제는 아침마다 식탁에 마주 앉아 한마디씩 서로를 칭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서로를 칭찬하다 보면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도 그저 고맙기만 하다. 때로, 칭찬할 거리가 없으면 『오늘도 나와 함께 숨쉬어준 당신의 세포들에게 감사한다』는 닭살스러운 말도 서슴지 않는다.
한국가톨릭문인회 회원이자 자녀들 도시락에 넣어 보내는 사랑의 쪽지 「도시락 편지」로 유명한 조양희씨가 부부간의 퇴색해 버린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되찾게 해주는 책 「부부일기」(조양희/해냄/192쪽/9000원)를 펴냈다. 이 책은 조씨 부부가 주고받았던 칭찬의 말 중에서 일부를 뽑아 한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우선적으로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처음에는 상대를 변화시키려고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나 자신부터 변화하더라고요. 이제는 사랑의 감정들을 되찾았어요』
조씨는 평생 사소한 일로 부딪치면서 20여년을 싸워왔다고 고백했다. 허구한날 다투는데도 어느덧 지쳐버려 인생의 기쁨을 잃어가던 나날들이었다.
그런데 하루는 시골집 주변을 거닐다가 돌담 곁에 자기들의 깃털로 둥지를 만들고 알을 부화시키는 다정한 딱새 부부를 지켜보게 됐다. 그 모습에 조씨의 마음 한 구석에 찡한 감동과 함께 「화해」의 감정이 싹텄다.
『새들도 저렇게 다정히 살 부비며 살아가는데, 하물여 인간인 남편과 내가 왜 맨날 다투는가…』
무엇인가 남편의 마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아침기도 후 하루 5분씩 서로를 칭찬하기. 무엇보다 남편이 이 제의에 동참해 줄지가 제일 걱정이었는데, 순순히 따라줬다.
그렇게 서로 칭찬하기를 2년. 그러자 변화가 일어났다. 20년 결혼 생활의 불협화음이 화해의 이중창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조씨는 『남들보다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을 만큼 서로 할퀴며 아파했던 우리 부부의 칭찬 나누기가, 이 땅에서 살아가는 부부들에게 위로와 화해의 지침서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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