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크레센지오 세페 추기경은 방한 이틀째인 7월 4일 오후4시 명동성당 소성당에서 교회내외 기자들을 대상으로 회견을 가졌다. 교황대사 조반니 바티스타 모란디니 대주교 주교회의 의장 박정일 주교, CCK 사무총장 김종수 신부가 배석한 가운데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추기경은 남북화해, 아시아복음화, 인간복제, 윤리적 도전문제 등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 깊이있게 의견을 밝혔다. 다음은 기자회견의 일문일답이다.
-새로운 천년기 한국교회의 보다 성숙된 모습을 이루기 위한 평신도들의 역할은 어떤 것이라고 보는가
▲한국교회는 가톨릭교회 역사안에서 선교사 없이 평신도들의 힘으로 복음선포가 시작된 독특한 사례를 지니고 있다. 또한 수많은 순교자들의 피로써 세워진 교회라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한 역사를 바탕으로 오늘날 한국교회는 부흥기에 와 있고 「위대한 봄」을 맞이하고 있다고 본다. 이같은 토대 위에서 평신도들은 향후 한국교회 성숙을 위해 각자의 위치, 영역에서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 평신도들이 각자 맡고 있는 직업 상황 안에서 성숙한 그리스도교인의 모습을 보이려 노력할 때 한국교회의 내적 성숙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세계교회 안에서의 한국교회 위상과 역할에 대한 생각은
▲한국교회는 성장기를 맞고 있고 역동성을 드러내는 교회, 봄을 만개시키는 교회다. 그러한 현실을 눈으로 보고 싶어서 직접 찾아왔으며 또한 그 모습을 보고 있다. 교계설정 4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는 추기경을 비롯 주교단 사제단과 함께 풍부한 사제 수도성소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외형에 앞서 보다 깊이 한국교회 모습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성숙된 교회, 젊지만 잘 성숙된 교회」라는 인상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한국사회 안에서도 교회의 역동성을 그대로 보이고 있고 문화 사회적인 면에서 누룩이 되고 있다.
이제는 「선교」의 지평을 넓혀 외방 선교의 가능성을 충분히 지닐 수 있게 됐다는 생각이다. 사실 한국교회는 그간 많은 것을 받아왔는데 이제는 돌려줄 때가 되었다고 본다.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 변화해야 할 시점이다. 하느님께서는 삼천년기 선교사명에 한국을 정말로 필요로 하신다.
-남북한 화해 일치를 위해 교황청이 구체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노력은 어떤 것인가.
▲남북한의 평화 화해 일치 문제는 교황성하가 이미 오랫동안 깊은 관심과 우려를 표명하고 계신 문제며 기회있을 때마다 그에대한 의견을 표명하고 계신다.
교황청은 여러 해 전부터 북한에 대표단을 파견하고 있는데 이는 현지 사정을 알고자 하는 것 뿐 아니라 연대성을 실현코자 하는 취지이다. 교황청은 기본적으로 외교적이기 이전에 사목적으로 남북 화해 일치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기술적인 수단은 없다. 그러나 「연대성」을 살리면서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야말로 그리스도교적인 애덕 실천이라고 본다. 이를 통해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다. 용기와 인내심을 갖고 선의에 대한 굳은 믿음을 가지며 「연대성의 힘」을 가져야 할것이다.
-보편교회가 삼천년기 새로운 복음화의 표징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아시아교회의 향후 비전에 대한 생각은.
▲아시아는 교회의 미래를 보여주는 대륙이고 희망 자체이다. 그것은 우리 교회의 새로운 국면이기도 하다. 가톨릭 교회가 소수에 불과한 아시아 상황안에서 필리핀, 인도, 한국교회 등은 아시아 복음화의 누룩역할을 하고 있다. 교황성하는 대단한 신뢰심으로 아시아를 보고있고 인류복음화성에도 모든 힘을 아시아에 쏟으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 그래서 본인은 아시아와 결혼할 작정이다.
-복음화는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역화(localization) 두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보편교회와 지역교회 역할에 대한 이상적인 생각은. 각 지역교회들은 어떻게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보편교회와 연대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
▲이미 보편교회와 지역교회는 상호 보완을 이루며 발전되고 있다. 이것은 최근에 와서 더욱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열매중 하나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이 결실을 맺은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공의회에서 보편교회와 지역교회의 「친교」를 통한 상호 연대의 중요성이 강조됐기 때문이다. 현재 그같은 친교는 바로 선교사명을 실현하는데서 이뤄지고 있다.
예를들어 복음화의 경우 보편교회는 미선교 지역에 각종 지원을 하려 노력하고 있고 지난 세기 보편교회 도움을 받았던 아프리카는 이제 1억 명의 신자를 보유하면서 로마에까지 와서 도움을 주고 있다. 결국 「친교」로써 주고받는 교회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역교회이면서 보편교회에 열린 모습이 가톨릭 신자의 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인간복제 실험을 포함한 윤리적 도전등 현재 교회가 맞고 있는 여러 위기들을 타개하기 위해 교회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것인가.
▲20세기에 들어와 교회는 참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고 가장 많은 박해를 겪었다고 볼 수 있다. 파시즘 등으로 인한 박해가 있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성장해서 11억 명에 가까운 교세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물질주의 상대주의 등 또다른 위기에 도전받고 있고 이에 대응하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이다.
교회는 어떠한 일들이 발생했을 때 교회가 원하는 방향으로 말할 수는 없다. 단지 그리스도가 교회에 맡기신 복음대로 살고 그 기준으로 행동할 뿐이다. 교회는 그간 대희년, 양심성찰, 성직자 쇄신 등 여러 사례를 통해 인간존엄성 수호의 의지를 보여왔고 사회안에 신뢰감을 심어왔다. 시간, 장소, 사고가 바뀌어도 근본은 바뀌어질 수 없다. 이러한 토대아래 신앙유산을 보존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세페 추기경 누구인가?
지난해 4월 9일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에 임명된 세페추기경은 추기경단 및 교황청 장관들 중에서 젊은 세대로 꼽히며 「차기 교황감」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바티칸의 「실세」라고 한다. 교황청 2000년 대희년 중앙위원회 사무총장을 맡아 대희년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뤄 냈던 세페 추기경은 대희년 행사 진행을 통해 뛰어난 활동 역량을 인정받은 결과 추기경 서임과 인류복음화성 책임자 임명이라는 중책으로 연결된 것 같다는 평가다.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서품 금경축 행사도 진두지휘 한바 있는 세페 추기경은 1943년 6월 2일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인근 아베르사교구 카리나로에서 출생, 1967년 사제품을 받고 로마 살레르노에서 학업을 계속해 신학과 교회법 학위를 취득했다. 우르바노대학교에서 신학을 가르치기도 했던 추기경은 1972년 교황청 국무원 근무를 시작으로 브라질 주재 교황대사관에서 4년동안 근무했다.
1987년에는 교황청 국무원 국무차관보, 92년 그라도 명의대주교로 임명된 후 대주교 수품과 함께 교황청 성직자성 차관에 서임됐다.
2001년 2월 21일 추기경 서임, 같은 해 4월 9일 인류복음화성 장관으로 임명된 세페추기경은 현재 교황청 성직자성 위원 및 종교간 대화평의회 위원 사회홍보평의회 위원도 맡고 있고 교황청 우르바노대학교 총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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