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과거에 이어져 있으면서/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강은/ 오늘을 살면서/ 미래를 산다// 강은/ 헤아릴 수 없는 집합이면서/ 단일과 평등을 유지한다// 강은/ 스스로를 거울같이 비워서/ 모든 것의 제 모습을 비춘다//…』(그리스도 폴의 강 중에서)
원로 시인 구상(세례자 요한.83) 선생의 시작(詩作)이 왕성했던 곳. 경북 칠곡군 왜관읍 왜관리 785-84 현지에 시인의 문학세계와 삶의 흔적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구상문학관」이 건립됐다.
이번 구상문학관은 시인의 제2의 고향인 왜관 관수재를 되살려 시단의 거목인 구상 선생의 발자취를 오래도록 기리고, 문화 소외지역인 왜관에 지역민과 문학인들을 위한 문학공간을 만들기 위해 칠곡군의 지원으로 추진된 것.
그의 문학적 배경이었던 낙동강변 옛 집터 497평 부지에 모습을 드러낸 구상문학관은 건평 212평의 2층 현대식 문학관 건물과 한옥으로 지은 관수재(觀水齎)로 오는 9월 초 개관을 앞두고 있다.
문학관 1층에는 시인의 삶의 발자취를 비롯해 서화, 서간문, 도자기류 등 귀중한 문학, 예술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특히 시인의 첫 작품집 「시집 구상(1953)」과 영어, 불어, 독어, 스웨덴어 등으로 번역된 수많은 시집들이 함께 전시돼 구상 선생의 폭넓은 시세계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이은상, 박종화, 마해송, 피천득, 설창수 등 문인들과 함께 한 추억이 서린 사진들은 문인들에게 향수를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1층 영상실에서는 구상 선생의 문학세계를 영상물로 제작, 시인의 향취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2층은 구상 선생이 기증한 2만7000여 권의 장서가 있는 도서실과 독서실, 회의실 등으로 꾸며져 문인들은 물론 지역민들의 「쉼」과 「배움」의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시인의 집필공간이었던 관수재는 예전 모습 그대로 복원, 옛 서재 구조를 그대로 살린 채 그가 남길 유품을 전시하고, 이곳에서 오랫동안 휴양하며 친분을 나눠왔던 이중섭, 설창수 등 지인들의 자취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번 문학관 건립은 지난 98년부터 추진돼 칠곡군 주관으로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 300여 명으로 구성된 「구상문학관 건립추진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4년여 만에 맺은 결실이다.
구상문학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 김영구 사무처장은 『자신의 문학적 발자취조차 남기기를 꺼려했던 선생의 완고한 입장 때문에 기념관 건립이 많이 늦어졌다』며 『귀중한 문화적 자산을 모은 기념관을 통해 문화 불모지인 왜관의 지역문화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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