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 5년째인 소피 르재 (Sophie Reze 한국명 지혜), 그리고 이제 두달 정도 서울에서 생활한 캐롤린 게랑(Caroline Guerin 한국명 서하린)양은 프랑스 샤블레(Sable)와 코냑(Conac) 지역 20대 아가씨들이다.
벽안(碧眼)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를 만큼 짙푸른 눈동자의 두 아가씨들은 국제학교 교사로, 중소기업 인턴사원으로 각각 다른 서울 생활을 하고 있지만 한국행을 감행하게 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10여년전 교환사목으로 자신들의 나라에 왔던 한국 사제들과의 인연을 좇아 한국 땅을 찾아 왔다는 점이다.
이들이 한국인 사제를 만난 것은 12년전인 90년. 프랑스의 앙굴렘 르망 낭트교구 요청으로 서울의 김홍진 신부(현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장) 홍기범 신부(현 신당종합사회복지관장) 안동의 이영길 신부(현 프랑스 유학)가 각각 앙굴렘교구 낭트교구 르망교구로 5년 임기의 교환 사목을 떠나면서 였다.
당시 7살 14살이었던 캐롤린과 소피는 김홍진 신부와 이영길 신부를 통해 「한국」이라는 나라를 처음 대면할 수 있었다. 워낙 어릴 때이기도 했지만 아시아의 나라로는 일본 중국만을 떠올리던 때였다고.
한편 김홍진 홍기범 이영길 신부는 프랑스 거주기간 동안 한 달에 한 번 지역을 번갈아 가며 모임을 가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캐롤린 소피가족과 막역한 사이가 됐고 가족과 함께 한국 사제들을 만나온 캐롤린 소피는 10여년 세월속에 한국을 「가고픈 나라」로 마음속에 굳히게 됐다.
그 의지대로 소피는 97년말 한국을 찾았다. 관광학 공부를 마친후 전공을 살려 한국과 프랑스의 교류에 일조 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서강대에서 1년반 동안 한국말을 배운 그는 그동안 무역회사 사무실에서도 근무하다 현재는 최근 개교한 하비에르 국제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다.
국제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캐롤린은 졸업반 과정으로 해외연수차 지난 5월말 한국을 찾았다. 학교에서 해외 연수과정 공고가 붙고 지원국을 정할 때 주저없이 「한국」을 택했다. 한국을 지원한 학생은 캐롤린이 유일. 그런면에서 학교측에서도 연수결과 발표를 주목하고 있다. 아쉽게도 3개월 연수 과정이어서 8월초에는 돌아가야 하지만 졸업후 한국에 다시 올 마음은 「100%」란다.
동경하기만 했던 한국과 실제 살면서 느낀 한국의 차이는 오히려 한국이 더 좋아졌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경치 따뜻하고 활동적인 사람들을 체험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소피는 한국에서 살며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를 배웠다고 말한다. 5년전과 비교하면 남을 배려하고 자신의 것을 아끼지 않는 면이 스스로 생각해도 참으로 달라진 점이라고 밝혔다.
서울 생활에서 김홍진 신부 홍기범 신부의 도움과 격려도 매우 크다. 일자리 거처문제 등을 함께 고민해주는 두 사제 모습은 든든한 큰오빠 같기만 하다.
홍기범 신부는 『두 사람은 가장 친하게 지냈던 사제들의 나라였기 때문에 거리낌없이 한국을 찾아온 것으로 안다』면서 『10년여전 이뤄진 한국 프랑스교회의 교류가 결실을 맺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작은 문화교류의 표본이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인 홍신부는 『처음 한국을 찾는다고 할 때 혹 상처를 입지나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용기있게 밝게 지내는 모습이 다행스럽다』며 소피와 캐롤린이 한불 교회 교류의 긍정적인 사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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