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 5명 사제 52명 참석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 가운데 이번 모임에는 12개 교구에서 주교 5명, 사제 52명, 수도자 23명, 평신도 139명이 자발적으로 참석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참석자의 규모도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주교들이 5명이나 참여했다는 점에서 소공동체에 대한 교회 구성원들의 지대한 관심과 의지를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교회를 중추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지도자들 안에서 점차 소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확고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이번 소공동체 모임은 각 교구 사목국장들이 열의를 가지고 추진한 합작품이다. 이미 각 교구 사목국장 신부를 비롯한 소공동체 관계자들은 지난 2월 대전교구청 회의실에서 2002년 소공동체 전국모임 준비를 위한 교구 대표자 회의를 갖는 등 이번 행사 준비에 만전을 기해왔다.
무엇보다 소공동체 전국 모임의 큰 의미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함께 사목적 체험을 나누고, 친교와 화합을 쌓을 수 있는 장이었다는 점이다. 각 구성원들이 보다 발전적인 교회상을 제시하기 위해 마음을 열고 여러 가지 사목적 정보를 공유하고 체험을 나누며 더불어 나아가려는 의지를 다졌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사례 소개
또 한가지 주목할만한 것은 지난해 모임에 비해 이번이 내용면이나 사목적 도움면에서 더욱 충실하고 알차게 진행됐다는 점이다. 각 교구의 지역적 여건과 상황을 고려해 특화된 다양한 사례 발표를 이번 모임에서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예를 들어 직장인 공동체, 남성 구역모임, 공소모임, 신설본당, 중소도시 본당 사례 소개 등 잘되는 본당의 획일적인 사례 발표의 틀에서 벗어나 각 교구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공감하고 귀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배려해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짧은 일정안에 보다 많은 정보를 나누고 진행하려고 하다보니 제대로 그 내용이 소화되지 않았다는 일부 참석자들의 의견도 개진됐다. 하지만 교회의 본질적인 공동체성 회복을 위한 노력에 거의 모든 교구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소공동체 활성화」란 한 목표를 향해 함께 매진할 것을 결의하는 뜻깊은 장이었다는 점에서 값진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모든 참석자들이 모임을 마치며 선언문을 발표, 한국 교회 전체에 자신들의 의지와 열정을 알리며 모든 교회 구성원들의 동참을 호소한 것도 의미가 있었다.
관계자들은 소공동체 운동이 하루아침에 우리 교회 안에서 정착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다만 이러한 초교구적인 차원의 노력들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내실을 기해나간다면 반드시 그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매진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계속 이어질 소공동체 전국 모임은 이 운동을 우리 교회 안에 뿌리 내리고 정착시키는데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제2차 소공동체 전국 모임 선언문(요지)
“자! 일어나 가자”
희망의 싹을 틔우면서
지난 해 우리는 처음으로 전국 차원의 소공동체 모임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소공동체들의 친교로 엮어진 공동체」가 미래 한국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교회와 세상에 크나큰 희망을 줄 것이라는 데 공감하였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여러 교구와 본당 공소에서 소공동체 중심의 사목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움직임들이 있었고, 교구와 본당 공소를 넘어선 형제적 교류와 협력도 있었다. 이러한 나눔은 우리 모두가 한 포도나무인 그리스도의 가지들임을 확인하게 하였다. 또한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안의 소공동체 소위원회의 설립은 우리가 뿌린 소공동체 씨앗이 바야흐로 싹트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교회는 공동체이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는 공동체의 근원이시며,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도 공동체를 이루며 살도록 창조되었다. 이렇듯 공동체 건설은 하느님의 창조 사업의 연장인 것이다.
교회는 하느님의 삼위일체적 친교의 삶을 살도록 초대받은 새로운 하느님 백성이다. 하느님 백성인 교회는 사귐, 나눔, 섬김의 친교 공동체이다. 교회의 본질을 실현하고 하느님의 사랑이 이웃에게 전해지는 친교의 장이 바로 공동체이다. 우리는 공동체로서의 교회 모습을 현대 사회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소공동체로 엮어진 교회 공동체를 지향한다.
이번 모임에서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교회의 본질을 되찾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시도들을 서로 나누었고, 살아있는 소공동체에 대한 체험을 들으면서 힘을 얻고 서로를 격려하였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한국 교회 안에 소공동체가 뿌리내릴 수 있는 가능성과 구체적인 전망들을 갖게 되었다. 또한 우리는 소공동체와 신심 사도직 단체 간의 협력과 발전에 대해 모색하였다.
소공동체의 중심은 말씀
소공동체의 핵심은 복음으로 변화되는 삶이다. 소공동체 안에서 신자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통해 양식을 얻고 부단히 자기쇄신과 변화의 힘을 얻는다. 부활하신 주님의 말씀에 의해 함께 모여 한마음으로 기도하고 서로 격려하며 매일매일 삶의 기준을 복음에 두려고 노력한다.
소공동체는 함께하는 사목의 장
교회가 세상을 위한 구원의 성사로서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평신도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한다. 여러 교구와 본당 공소의 체험 사례를 들으면서 우리는 신자들이 소공동체를 통해 사도직 수행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소공동체는 평신도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뜻을 자발적으로 실천하게 하는 평신도 육성의 못자리이다. 또한 소공동체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모두에게 새로운 역할과 지도력을 배우게 하는 「함께 하는 사목」의 장이다.
시대적 도전과 우리의 각오
오늘날 한국 천주교회는 여러 시대적 도전들에 직면해 있다. 날로 팽창하는 물질주의와 빈부격차, 개인주의의 심화와 이웃과의 단절, 가정의 해체, 생명 경시 풍조, 민족의 분단 등은 교회에 대한 우리 사회의 도전들이다. 교회가 세상을 복음화하기보다 오히려 세상의 가치관에 따라 세속화되는 현상도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이러한 도전 앞에서 우리는 소공동체가 세상의 복음화를 위한 누룩이 되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우리는 소공동체를 통한 복음화를 이루고자 교구와 본당 간의 형제적 교류를 더욱 확대하고, 아시아 교회와의 사목적 교류를 지속적으로 갖기로 한다. 또한 소공동체를 성장시키기 위한 사목적 신학적 연구를 심화시켜 가기로 한다.
■ 인터뷰 / 소공동체 전국 모임 참석 강우일 주교
교회 쇄신 의지 가득한 자발적 모임 ‘교회의 희망’
“보편적 교회가 나아갈 방향”
▲ 강우일 주교
7월 1~3일 대전 정하상 교육회관에서 열린 제2차 소공동체 전국 모임에 참석한 서울대교구 강우일 주교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모임의 성과와 의미 향후 과제 등을 밝혔다. 다음은 강주교와의 일문일답.
-이번 소공동체 모임의 성과와 의미는 무엇입니까?
『주교회의에서 의결돼 실시한 것도 아니고 사실 지금까지 이런 사목적 사안을 가지고 각 교구 소공동체 관계자들이 스스로 모여 함께 공부하고 나눔을 실천했던 적이 한국 교회 역사상 없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고 각 교구에서 사목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들이 필요성에 의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한가지 여기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소공동체를 통해 교회 쇄신을 이룰 수 있다는 소신을 가지고 참여했다는 점도 향후 우리 교회가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되는 부분입니다』
-주교님께서 직접 이 모임에 참여하시면서 느끼신 소감은 어떠하셨습니까?
지난해에도 느꼈지만 한 뜻을 가지고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함께 했다는 것이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대부분 성직자는 성직자 따로, 수도자는 수도자 따로 모이는데 반해, 이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체험을 나누고 함께 목소리를 내고 무엇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배우려는 진지한 모습에서 우리 교회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향후 소공동체 활성화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앞으로 교회 각 구성원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구체적으로 교회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 우선돼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교회 신비와 교회가 무엇인가에 대해 좀더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실제적인 활성화 방안과 노력은 우리의 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극복하고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특별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중 교회헌장은 필독해줄 것을 권유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교회헌장을 우리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지난 1년 반 동안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30여명과 함께 교회헌장을 공부하는 모임을 가져왔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모임들이 전국적으로 널리 확산돼 많은 이들이 교회에 대한 깊은 통찰이 생긴다면 적극적으로 소공동체 운동에 동참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소공동체와 레지오와의 바람직한 관계는 어떻게 정립돼야합니까?
소공동체와 레지오는 소그룹 모임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그 성격은 아주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양자택일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신자들이 인식했으면 하는 생각은 레지오는 구체적으로 어느 한 시대에 한 지역에서 일어난 신심운동이란 점입니다. 그래서 성격이 제한적이고 특수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공동체의 경우엔 이것이 어느 한 특수한 성격의 모임이 아니라 보편교회가 추구하는 이상적 교회의 모습에 접근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구성돼야 할 모임이란 것입니다. 따라서 소공동체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 구성원이면 누구나 다 참여해야 하는 보편적 교회가 나아갈 방향이라면, 레지오는 이런 가운데 개인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는 모임입니다.
-끝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각 교구에서 자발적으로 이런 모임을 개최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짚고 넘어갈 것은 소공동체가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는 운동정도로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운동은 오늘날 시대를 살아가며 새로운 사목적 대안으로 나온 결과물입니다. 따라서 속전속결식으로 단기간 내에 성과를 이루려는 생각보다는 오랜 시간을 두고 차근 차근 결실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