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공통점은 자신의 일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과 열성이 있다는 점이라 한다.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을 비교해보면 둘 사이의 개인적인 자질이나 능력 또는 지식의 차이보다는 자신의 일에 대해 가지는 자부심과 열성이 더 중요한 척도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논리에도 한계는 있다. 왜냐하면 연구 결과 선천적이고 유전적인 경향이 후천적이고 환경적인 요소보다 더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음악과 미술에 전혀 재능이 없는 사람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모두가 모짜르트나 고흐와 같은 대가가 될 수는 없다. 어쩌면 기본 재능이나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적인 열정은 자칫 복보다는 화를 부를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러나 비슷한 능력과 자질을 전제로 한다면 자기 일에 대한 사랑과 열정적인 투신은 성공을 이루는데 있어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오늘 복음은 「씨뿌리는 사람에 대한 비유」와 그에 대한 「해설」을 전해주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한가지 주의해서 보아야 할 사항은 비유와 해설이 각각 어디에 강조점을 두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비유에서는 농부가 왜 씨를 뿌리는가 ? 즉, 씨뿌리는 사람에게 역점을 두고 있는데 비해 해설에서는 씨를 받아들이는 땅의 상태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먼저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간단하게 이스라엘의 농사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의 농사법은 독특한 모습을 가지는데 이들은 먼저 밭을 갈아서 잡초를 없앤 다음 씨를 뿌리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씨를 뿌린 다음 밭을 갈아엎었다. 그러기에 어느 씨는 길바닥에 뿌려지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가시덤불에 떨어지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바위가 많은 땅에 떨어지기도 하는 씨앗의 손실이 많은 농사를 짓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농사를 짓는 농부가 왜 그런 농사를 짓느냐는 점이다. 그렇게 손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농부가 씨를 뿌리는 이유는 좋은 땅에 떨어지는 씨 때문이다. 많은 씨앗이 싹이 트지 않을지라도 그러한 실패를 뛰어 넘을 30배 60배 100배의 결실을 내는 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이 있음을 알고 희망하기에 농부는 여전히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일에 긍지를 느끼며 씨를 뿌리는 것이다.
그러면 왜 예수님은 이런 비유를 말씀하셨을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비유는 예수님 자신의 신상발언이라는 사실과 비유의 배경을 알아야 한다. 배경은 이렇다. 예수님은 복음 전파 초기에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인기는 떨어지고 공생활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12명의 제자와 몇몇 부인들만이 그분 곁을 따르고 있는 상태였다. 여기서 사람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아마 예수님의 사명은 실패했기에 이제 포기하지 않겠는가』라고.
바로 오늘 이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는 이러한 사람들의 의문에 대한 대답인 것이다. 농부가 추수 때의 결실을 희망하기에 현재 실패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씨를 뿌리러 나가듯, 예수님도 하느님 나라에서 드러날 엄청난 미래의 성공을 알고 있기에 현재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 전념하겠다는 「자신의 결의」를 드러내는 말씀이 바로 이 비유인 것이다.
즉, 하느님이 나에게 맡겨준 복음 선포라는 나의 사명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이 비유의 뜻인 것이다.
아마 예수님의 이러한 열정적 투신이 인류구원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었을 것이다. 여기서 잠깐 생각하는 것은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에 대한 흔들리지 않은 희망도 예수를 따르는 하나의 길이 아니겠는가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오늘 복음을 보면서 기억해야 할 점은 농사에서는 농부의 자세도 중요하지만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씨를 받아들이는 밭의 상태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농사를 짓는 자연적인 밭의 상태도 퇴비를 주는 등 농부의 노력 여하에 따라 몰라보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 바로 밭의 상태이다. 자연적 밭의 상태가 이러하다면 복음의 씨를 받아들이는 인간이라는 밭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즉, 우리의 마음이라는 밭은 우리의 의지에 따라, 때로는 길바닥과 돌밭으로 혹은 가시덤불이 가득 찬 밭으로도 될 수 있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100배 60배 30배의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좋은 밭으로도 변화될 수 있는 것이 우리 마음이라는 밭이다.
그러기에 복음의 결실이라는 문제는 외부의 환경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밭을 어떻게 가꾸느냐에 달려 있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에게 내 마음의 밭의 상태를 돌아 볼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우리는 어떤 마음의 밭의 상태를 가꿀 것인가를 선택하라는 요구가 오늘 복음의 교훈이 되는 것이다.
말씀 안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