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젤키엘 예언서의 전체 구조와 비극의 한가운데에 선 예언자로서 그의 소명을 살펴보고자 한다.
에제키엘서는 구성이 대단히 질서정연하며, 내용상으로나 연대상으로 상당히 체계 있게 정리된 예언서로서 다섯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서론부분은 1~3장까지이며 예언자가 소명을 받는 장들이다.
둘째 4~24장은 본론을 여는 장들로 예루살렘이 포위되기 이전에 하느님께서 내린 심판의 경고이다.
셋째 25~32장은 죄악을 공모하는 모든 민족을 향한 경고와 위협으로 이 부분까지를 심판 예언이라 부른다. 넷째 3~39장은 예루살렘이 함락된 후 이스라엘에 좀더 나은 미래를 조망케 하여 희망과 기대가 모아진다. 다섯째 40~48장은 팔레스티나에 장차 세워질 공동체의 정치적?종교적 구조를 미리 구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구원의 복구가 조명되어 기다림의 의미를 밝혀주고 있다.
에제키엘은 여호야긴 왕과 함께 바빌론으로 사로잡혀 온 지 오년째 되는 날, 그의 나이 『제삼십년 넷째 달 초다샛날』에 계시를 받은 것에서부터 그의 소명 이야기를 들려준다.
북으로부터 폭풍이 몰아치는 속에 이상한 짐승 넷을 보고 그 짐승들 한가운데 활활 타는 횃불이 이글거리고 있다. 그 옆에 네개의 바퀴가 있으며 그 가운데 활활 타는 화로 위에 청옥 같은 옥좌가 있고 그 옥좌 위에 사람 같은 모습을 본다. 그때 그는 자신에게 말씀하시는 분의 소리를 들었다(1장).
이 소명 환시는 예루살렘 성전의 사제로서 알게 된 제관계 전승에 따른 신학이 밑받침되어 있다고 본다. 그리고 예루살렘과 성전은 그가 선포하는 메시지의 핵심을 이룬다. 야훼는 성전의 지성소에 앉으시고 거룹(천사)들이 그 어좌를 보호하듯이 날개를 펴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묘사하고 있으며, 또한 무의식 중에 바빌론의 종교적인 표상들에 영향받은 것을 유념했기에 유배민들에게 깊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 즉 하느님은 결코 팔레스티나, 그것도 예루살렘 성전에만 매여 계시는 분이 아니다. 이교 지역인 유배지까지도 찾아오시어 만민을 다스리시는 하느님의 역사적 보편성을 드러내주고 있다 하겠다. 나아가 정복자들이 섬기는 신(神)들에 감히 비유될 수 없는 분이시기에 일월성신(日月星辰)으로 묘사한 거룹보다 더 높은 바퀴 위에 보좌에 앉으시어 바빌론 사람들이 신으로 섬겼던 이 모두는 이스라엘 하느님의 지배를 받는 피조물일 따름임을 암시해 주고 있다.
하느님의 성성(聖性)에 압도되어 읊조리고 있는 예언자 앞에 『너 사람아, 일어서라. 내가 너에게 할말이 있다』(2장 1절) 하시면서 기운을 불어넣으신 하느님께서는 오늘날까지 반항만 하는 낯가죽이 두꺼운 무리에게 하느님의 사람을 보내신다. 그들이 말씀에 순응하든지 아니하든지 간에 하느님의 대변자가 그들 가운데 있음을 명확히 일러주신 것이다.
그런 중에 하느님의 말씀이 담긴 두루마리를 받아먹으라는 명령이 있자 재앙과 슬픔과 통곡의 말이 기록되어 있는(2, 9~10) 암울함이 예언자의 입으로 삼켜진다. 그러자 상여소리는 오히려 입에 꿀처럼 달고(3, 1~3) 이제 예언자는 야훼의 말씀에 사로잡혀 이스라엘의 파수꾼으로(3, 16~21) 지명된다. 에제키엘은 유배온 자들의 정신적 타락과 파멸을 막아야 할 소명을 받고 야훼의 심판과 그분의 말씀들을 전하기 위해 거역하는 백성을 향해 가야한다. 사명은 고될 것이나 그는 홀로가 아니다. 그리고 그는 파견된 자일 뿐이다.
야훼께서는 불모의 땅 유배지에서도 본격적으로 예언자를 일으키시어 이스라엘이 감히 생각지도 못한 능력의 하느님이심을 다시 확인시키신다. 그리고 쇠가죽을 뒤집어 쓴 뻔뻔스런 상판에 대응할 예언자를 무장시키시어 그들에게 회개와 인내와 희망을 촉구하신다. 또한 하느님은 항상 그들과 함께 계시며 당신만이 참 하느님이심을 드러내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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