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23세는 1962년 3월 10일 한국에 교계제도를 설정한다는 「한국 교계설정 교황교서」를 반포했다. 한국교회가 사도 전승의 로마 가톨릭교회와 온전하게 결합된 「주권교회」로서 공식 인정된 것이다.
그로부터 40년이 흐른 오늘날 한국교회는 50만 명을 밑돌던 신자수가 4백만 명을 넘어서고 있고 인구비례 신자수 역시 당시의 2%에서 10%대에 육박하고 있는 등 괄목할 만한 외적 성장을 이루게 됐다.
지난 7월 3~6일 한국을 방문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크레센지오 세페 추기경은 한국교회의 교계설정 40주년을 기념키 위한 목적이 컸다. 세페 추기경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교회 교계설정 40주년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62년 당시 한국교회의 교계제도 설정은 교황 요한 23세가 한국교회의 제반 능력을 평가하고 교계제도를 실시할 능력이 있다는 판단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로써 한국의 모든 교구들은 대목구(vicariatus apostolicus)라는 명칭을 떼버리고 교구(dioecesis)라는 공식 명칭을 갖게 된 것이다.
또한 종전의 대목구나 지목구 주교들이 교구 창설을 준비하기 위해 교황을 대리한 단순한 명의 주교로서의 권한만 행사했던 데 비해 각 교구 교구장들은 관할 교구를 자치적으로 통치할 수 있는 「자치권」을 행사하게 됐다.
이런 점에서 한국교회가 완전한 「자치교회」로 출발하게 됐다는 의미이다. 세계교회의 도움을 받기만 하다가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서 세계 교회의 생활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인 것이다.
한국교회는 62년 6월 29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주한 교황사절 직무대리 찰스 버튼 무튼 몬시뇰 집전으로 교황교서 시행 예식을 거행했는데 이로써 당시 11개 대목구와 1개 자치수도원구 가운데 서울, 대구, 광주대목구가 대교구로 춘천, 대전, 인천, 부산, 청주, 전주대목구가 교구로 승격됐다. 침묵의 교회인 평양, 함흥 대목구도 교구로 승격됐다.
이 자리에서 무튼 몬시뇰은 『교황 요한 23세께서 한국교회에 내리신 큰 명예는 많은 순교자의 피로써 이뤄진 한국 가톨릭교회에 대한 주권의 인가이며 공식 승인으로서 변치 않으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한국교회 교계제도 마련은 보편교회가 명실공히 한국교회의 자립 능력을 평가받은 데서 비롯된 것이지만 교황 요한 23세가 선교지방에서의 사목을 유럽 위주에서 벗어난 현지인 중심으로 설정하자는 원칙을 드러낸 것이 한 배경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한 전 교회적인 사상적 변화도 중요한 변수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교계제도 설정을 기반으로 한 독립교회로서의 역할은 6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후반까지 극심한 변화를 겪었던 한국 사회 안에서 사회정의와 인권신장을 위한 역할을 하는데 영향을 끼쳤음은 물론 교육, 사회복지 활동의 전문화와 대중화를 이루는데 기틀이 될 수 있었다.
이제 교계제도 설정 40주년으로 불혹을 맞은 한국교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교회내 많은 인사들이 지적하고 있듯 외적인 성장에 걸맞는 내적인 성숙이다.
세페 추기경의 방한을 통해서도 입증된 바 있지만 교황청을 비롯 전세계 교회는 한국교회를 통해 아시아 복음화 및 북한 중국대륙의 복음화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같은 소명 실현을 위해 내실있는 교회성장이 바탕을 이뤄야 함은 불문가지라는 것이 교회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여러 교구에서 개최했거나 현재 진행중인 교구 시노드를 통한 변화와 쇄신의 움직임은 그런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다만 그러한 내용의 결과들을 신앙생활 안에서 사회생활 안에서 얼마나 체화시켜 가느냐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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