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성지순례를 떠나나
「성지순례」는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된 성스러운 땅, 즉 성지와 순교자들의 유해가 안치된 곳이거나 성인들의 유적지인 성역을 방문해 경배를 드리는 신심 행위를 일컫는다.
신자들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들 성지를 찾아가 축제와 예배에 참석하며 그 장소에 얽힌 종교적인 전승을 실존적으로 체험하고 자신이 속한 신앙공동체의 정체성과 일체감을 확인하게 된다. 이런 의미의 순례는 그리스도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이슬람교나 불교 등 다른 종교에서도 행해지는 보편적인 관습이다.
순례란 단순한 관광이나 여행과는 분명히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성지를 순례하는 것은 본래 하느님을 만나러 올라가는 여행이다. 성지 뿐만 아니라 성인들의 묘소나 성당 등 성역들을 순례하는 것 역시 회개와 신앙의 증진, 또 사도직 수행에 힘을 얻는 것으로 매우 중요한 신심행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상적으로 「성지」라고 일컬어지는 곳은 엄밀하게 말하면 크게 성지와 사적지로 나눠볼 수 있다. 성지는 피를 흘리고 죽은 순교지와 순교자의 유해가 묻혀 있거나 보존돼 있는 곳을 말하며 사적지는 순교자들이나 성인들이 태어나거나 활동했던 곳과 교우촌등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성지와 사적지는 100여곳을 넘는다. 워낙 큰 박해들을 많이 경험했던 때문에 전국 곳곳에 순교지와 사적지들이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신자들은 이 곳들을 찾아 방문함으로써 그리스도를 만나고 체험한다. 성지순례는 기념이 되는 특정 장소를 단지 구경하러 가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오직 신앙만을 위해서 모든 현세적 안락과 안녕을 포기했던 순교자들의 절절한 신앙과 삶이 살아있는 이곳들을 찾아가는 것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신앙을 반성하고 다지는 신심 행위가 돼야 하는 것이다.
물론 성지순례라고 처음부터 끝까지 기도만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대로 순례의 참뜻을 되새기고 자신의 모든 삶을 돌아보는 여정이 되지 않는다면 성지순례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지순례를 다녀와도 성지의 유래나 역사, 의미도 모른 채 하나의 관광의 일원으로 사진이나 찍고 성물이나 구입하고 밥만 먹고 즐기고 왔다면 그것은 성지순례라는 미명하에의 소풍, 관광을 다녀온 것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1. 순례란 하느님을 향하여 걸어가는 기도 행위이다.
2. 순례란 세상일을 끊어 버리고 하느님게 나아가는 수행
자의 길이다.
3. 순례란 죄를 끊고 새 삶을 다짐하는 참회 행위이다.
4. 순례란 아브라함처럼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길이다.
5. 순례란 주님께서 가신 길을 따라가는 믿음의 길이다.
6. 순례란 약속하신 땅을 찾아가는 이스라엘의 여정이다.
7. 순례란 주님과 함께 가는 수난의 십자가의 길이다.
8. 순례란 형제들과 함께 가는 사랑의 잔치길이다.
9. 순례란 선조들을 따르는 순교자적 결단행위이다.
10. 순례란 하느님 나라를 찾아 나서는 종말론적 행위이다. (원주교구 주보에서 발췌)
▶가족과 함께 찾아볼만한 성지들
명동성당-서소문-당고개-새남터-절두산
서울 안에서 한몫에 둘러볼 수 있는 코스로 수많은 신앙선조들이 순교한 현장과 그 유해유물들이 전시된 곳을 모두 볼 수 있다.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성당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교회의 역사와 숨결을 체험할 수 있다. 지하에는 앵베르 범주교를 비롯한 여러 명의 순교자들의 유해가 묻혀 있다. 서소문 성지는 가장 많은 성인이 순교한 곳이고 당고개는 최양업신부의 모친 이성례 마리아외 9명의 성인이 순교한 곳이다. 새남터는 첫 방인 사제인 김대건신부가 순교한 곳이다. 기념관이 세워진 절두산성지는 병인박해 때 수많은 신자들이 순교한 한강변의 순교성지이다.
※ 명동성당 : (02)774-3890
서소문(중림동본당) : (02)392-5018
당고개(삼각지본당) : (02)795-2821
새남터본당 : (02)716-1791
절두산 순교기념관 :(02)3142-4434/5
▲ 절두산 순교기념관 전경
▲ 배론 성지 입구에 세워진 십자가
남양성모성지
1991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성모 순례지로 공식 선포된 남양성모성지는 무엇보다 아름답게 꾸며진 풍경이 눈에 띈다. 성지 전체가 5단 묵주 형태로 꾸며진 이곳에서는 십자가에 매달려 누워계신 예수님을 만나고 입을 맞추면 인간을 위해 스스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다.
화성팔경의 하나인 남양성지에서 20여분 정도 사강, 서신 방향으로 차를 몰면 「모세의 기적」을 볼 수 있는 제부도가 나온다. 비록 작은 섬에 지나지 않지만 하루에 두 번씩 바닷물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섬을 드나들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곳이다. 그래서 반드시 통행이 가능한 시간을 알고 출발해야 낭패를 면할 수 있다.
※ 남양성모성지 : (031)357-6123
▲ 남양성모성지
한티순교성지
대구에서 북쪽으로 24km 가량, 경북 칠곡군 동명면에 자리잡은 한티는 산골 중에서도 깊은 산간이다. 교우들이 박해때 몸을 피한 곳이요 그들이 처형을 당한 곳이며 그들의 유해가 묻혀 있기까지 한 완벽한 순교성지이다. 일찍부터 교우들이 자리를 잡아 대구와 영남지방 교회의 터전이 되어온 한티는 수차례의 박해를 가까스로 넘긴 후 병인년 대박해로 최후의 날을 맞았다. 수십명의 신자들이 한 자리에서 몰살됐고 마을은 쑥밭이 됐다. 순교자들 중에서 이름과 행적이 밝혀진 이는 얼마되지 않는다.
지난 1983년 피정의 집이 건립됐고 교통도 좋다. 칠곡군 지천면 연화동에 있는 또 하나의 사적지인 신나무골에서 한티까지의 30리길은 도보 순례 코스로도 적당하다. ※ 한티순교성지 : (054)975-5151
▲ 한티 순교자 묘소
배론
최초의 신학당터인 배론은 충북 제천군 봉양면에 자리하고 있다. 심산유곡 계곡이 깊어 배밑바닥 같다고 해서 배론으로 불리운다. 백운산과 구학산 연봉 사이로 십여리를 들어간 이 곳에는 계곡 만큼이나 깊은 신앙의 터가 자리잡았다.
우선 그 수려한 경관이 좋다. 배론 입구, 원주와 제천간의 탁사정은 배론이 자랑하는 절경 중 하나이다. 수려한 경관을 넘어서는 풍성한 신앙의 유산은 성지순례의 참맛을 일러준다. 옹기 토굴에서는 황사영백서가 쓰여졌고 쓰러져가는 초가에서 최초의 서구식 대학인 신학당이 섰으며 최양업신부가 이 곳에 묻혀 있다.
수려한 자연에 풍성한 신앙 유산, 거기에 편리한 교통과 시설로 배론은 최적의 순례지 중 하나로 꼽힌다. 원주에서 제천쪽으로 가는 길에 있는 용소막성당은 배론 순례길에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다. 이곳에는 성서학자인 고 선종완 신부의 기념박물관이 있다.
※ 성지 배론 순교자들의 집 : (043)651-3408
▲ 배론 성지 입구에 세워진 십자가
갈매못
충남 보령시 오천면 영보리 바닷가에 있는 갈매못 성지는 서울 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서도 하루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다른 유명 성지에 비해서 아직은 다소 생소한 곳이기는 하지만 최근 들어 찾는 이들이 많이 늘어났다. 갈매못은 수많은 선조들이 박해의 칼날을 받고 쓰러진 곳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특히 성지에서 바라다보는 저녁 노을은 다른 성지순례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장면이다.
병인박해 당시 다블뤼 안주교, 오메트르 신부, 황석두 루가, 장주기 회장, 위앵 민 신부 등등 다섯 명의 성인과 수많은 무명 신자들이 순교한 곳이다.
갈매못은 특히 솔뫼, 해미, 공세리성당 등 대전 지역의 주요 사적지와 성지들이 인접해 있어 이곳들을 한데 묶어 순례 일정을 짤 수 있다. 더욱이 대천해수욕장, 서산, 태안 등 서해안 지역의 유명 해수욕장과 피서지를 함께 즐길 수도 있어 금상첨화이다.
※ 갈매못 : (041)932-1214
▲ 갈매못 바닷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