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직업간 불평등 심화 우려 저변계층과 위화감 조성”
▲ 김시홍 교수
여가는 단순히 일의 반대 개념이라는 소극적 의미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는 행위요, 스스로 즐기기 위해 주도적으로 선택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여가로부터 오는 사회적 보상은 일못지 않게 보람과 의미를 가져다주는 행위로 규정되고 있다.
주5일 근무제로 가족구성원간 대화의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유럽의 주말문화는 토요일의 취미생활과 일요일의 종교생활로 대별된다. 이러한 주말문화는 또한 「가족과 함께」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가족단위의 여가생활은 중요하게 부상할 것이다. 현재 우리 근로자들의 오락문화는 직장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고, 음주 등 소비성 활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토요휴무제는 가족단위로 할 수 있는 여가활동의 영역을 확대해주며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던 정기적인 가족단위의 활동 등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장기적으로 문화, 관광산업 등 관련산업들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가시간의 증대로 다양한 형태의 여가문화가 발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특히 관광부문에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
또 정기적으로 노동자가 원하는 교육 및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시간적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 및 훈련 수요에 대비해 휴일을 이용하여 정기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양질의 교육기관과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주5일제 도입과 함께 노동의 질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근로시간이 줄면서 소득이 보전되지 못하면 원래 의도했던 삶의 질 향상보다는 부족한 소득을 메우거나 주말의 여가를 위해 더 많은 소득을 필요로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중노동이나 주말노동의 새로운 풍속도가 자리잡을 수도 있다.
계층간 직업간 불평등의 심화현상이 우려된다. 주5일 근무제는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 비교적 안정직 직종에서 우선적으로 실시되고 있으므로 여건이 불리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 등 사회의 저변계층에게 위화감을 조성하는 부정적인 현실이 나타날 수 있다.
주말의 혁신적인 변화를 동반할 것이다. 사회봉사나 종교활동, 여행 등으로 주말을 보내는 변화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형성하는 동시에 새로운 사고방식도 가져올 수 있다.
주5일 근무제의 도입으로 기업의 입장에서는 보다 높은 노동강도를 요구하게 되며 이는 성과주의 도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세대(generation) 분석도 중요하게 수용되어야 한다. 과거에 비해 가족원들간 접촉시간이 늘게 될 것이므로 이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노인세대와 신세대 등의 변화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가족단위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
주5일 근무제는 지역사회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과제를 부여할 수 있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에 비해 거주지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가족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다양한 기회가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가정 그리고 지역공동체가 보다 가까이 다가올 수 있으므로 이런 변화에 대비하는 공공기관과 사회의 노력이 제고돼야 한다.
■ 주제 / 주5일 근무제가 신앙생활에 미치는 영향 - 박문수 회장(서울대교구 미래사목포험 회장)
“속지주의를 기본으로 속인적 사목 방식 더 개발돼야”
▲ 박문수 회장
토요일은 노동에서 쌓인 피로를 푸는 활동으로, 주일은 다음 5일을 준비하기 위한 정신적, 육체적 휴식으로 보내게 된다. 주일에 신자들이 집에서 쉬면서 미사 외에 성당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도시 신자들이 시골지역에 있는 공소나 성당을 찾는 기회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를 잘 활용하면 교회의 자원배분효과가 나타나고, 교구간 높은 벽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성당을 지역사회에 문화공간으로 개방하고, 신자 전문인들의 봉사를 활용해 수준 높은 가톨릭문화를 선보인다면 비신자층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사회의 변화에 따라 교회가 자원을 활용한다면 삶의 질을 한 단계 더 높이고자 하는 한국인의 욕구들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5일 근무를 겨냥해 여가를 조직화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져 신도들의 시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종교와 극심한 경쟁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실제 교회의 주요 의제들이 신자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이 현재 우리 교회가 안고 있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의 사목적 대응조차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신자들의 관심이 멀어지리라고 보게 된다. 따라서 주일(主日)의 의미를 약화시킬 수 있다.
신자들의 자아실현 욕구가 커지고, 종교와 경쟁하는 기능적 대체물들이 크게 늘어나는 사회에서는 종교성이 약화되기 마련이다. 이런 면에서 주5일 근무제도는 부정적 영향을 증폭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따라서 타협적 적응 방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막연히 이 현상을 어쩔 수 없는 세속화의 물결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소극적인 태도에서, 적극적인 적응을 시도하면서도 쇄신의 태도를 잃지 않는 방식이 요청된다.
사목 방향의 모색
1) 기존 사목방식의 보완
① 주일미사와 미사 중 강론의 비중을 강화해야 한다. 신자들이 교외생활을 하게 될 때 가까운 성당이나 공소에서 미사나 공소예절에 참례하는 것을 권장하는 것이다. ② 미사 전례 외에 부담없이 성당에 올 수 있는 행사나 프로그램 등 종교의 여가기능 보충이 필요하다. 신자들간의 다양한 네트워크도 필요하다. ③ 신자들의 변화하는 욕구에 부응하는 사목방식의 재편이 요청된다. 특히 본당의 사목체계는 보다 정신적이고 영적인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돼야 한다.
2) 사목방안
① 가정사목 프로그램이 보강돼야 하고 기존 사목이 가족.가정 중심으로 편제돼야 한다. ② 문화의 복음화가 아니라 문화를 수단으로 한 문화사목 활성화도 좋은 방법이다. ③ 재교육 프로그램을 늘리는 것이 요구된다. ④각종 프로그램들이 중하층에 속한 신자.비신자층에게 거리감을 줄 우려가 있으므로 이들에 대한 배려가 절실하다.
이 기회에 변화에 둔감했던 사목구조와 방식을 개선하고 내부구조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이에 바탕한 해결책 모색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신자들의 자발성을 계발하는 방향으로 사목 역량이 집중되어야 한다. 속지주의를 기본으로 하되 자발성이 강한 속인적 사목 방식과 프로그램이 더 개발되어야 한다.
■ 주제 / 주5일 근무제 하의 사목적 대처 방안 - 곽승룡 신부(대전교구 사목기획국장)
“독일같이 고속도로 휴게소에 경당 마련 미사 배려”
▲ 곽승룡 신부
주5일 근무에 대비한 사목적 대처 방안으로서 먼저 생각할 점은 신자 생활 중심의 신앙 평생교육 시스템이 정비될 필요가 있다. 교회는 복음화를 위해 교구와 본당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신앙 공교육의 학교 형태를 준비해야 한다. 또 모두가 보다 쉽게 접근해 교육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신자 중심의 구조와 내용이 준비돼야 한다. 아울러 신자 복음화를 위해 교구 내지 본당 단위의 성서 학교, 성서 모임과 다양한 방법과 교재들이 준비되어야 한다.
신심 운동체들이 지니는 고유한 영성은 모든 신자들을 위한 신자재교육 프로그램으로서 거듭날 수 있다. 교회는 옛 방식의 감성과 교육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과 성서를 기본으로 현대 사회에서 살아갈 신앙생활을 배우는 신앙복음화학교의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금까지 신심 사도직 단체 중심의 사목을 펼쳐온 한국교회는 이제 단체 중심의 사목에서 공동체 중심의 사목과 신앙 생활로 옮겨가야 한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가정 공동체와 구역반 공동체, 본당을 아우르는 프로그램과 교육이 준비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대도시와 농촌의 모든 사목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소공동체 모델에 대한 연구와 실험도 절실히 요청된다. 또 속지적 본당의 공동체성과 사목구 패러다임이 안정되어가면서 동시에 본당내 속인적 공동체의 패러다임도 다양하게 안정되어 나타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지금까지 교회의 영적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집단적으로 이뤄졌고 그 프로그램의 성격도 다수, 단체 중심이었다. 그러나 주5일 근무제 하에서 영적 사목적 프로그램은 가족 단위, 소그룹 내지 작은 단체 중심으로 준비돼야 할 것이다. 또 그동안의 프로그램이 집단적 강의 형태로 이뤄졌으나 이제는 체험적이고 실험적일 필요가 있다. 또한 본당 소속 개념이 넘나들기 때문에 본당의 사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목 프로그램, 신자 재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본당 차원에서 상호 교환할 수도 있다. 본당은 성당을 개방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울 필요가 있다. 나아가 독일같이 고속도로 휴게소에 경당을 마련하여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배려하거나, 사람이 모이는 곳에 성당을 마련해 전례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광사목이 요구된다. 또 신자들이 수도원에서 수도생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주일학교의 교육 방법 스타일도 변화돼야 한다. 레저와 건강 그리고 교육이 연결된 일종의 바이블 파크, 신앙교리 파크를 교구나 본당 단위에 알맞는 규모로 준비하여 학생들이나 신자들이 말씀과 신앙을 체험하도록 준비할 수 있다.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신앙 생활을 위한 평생 공교육 형태로 교회의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교회는 신자들이 원하고 하느님의 구원 경륜의 뜻을 담아 신앙 생활자 우선의 교육과 신앙, 영성 사목 서비스를 준비하고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요청되는 것은 전문적으로 그리고 다양한 사목, 영성적 분야에서 이용될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위한 프로그램과 사목 상품 그리고 교재 출간을 위한 연구 기관이 절대로 요청된다.
■ 기조강연 / 박정일 주교(주교회의 의장·마산교구장)
“문화 복음화 소홀해선 안된다”
▲ 박정일 주교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헌장」에서 교회는 시대의 특성을 인식하고 이해해야 하며 그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고 이를 복음의 빛으로 해석하여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고 교시한 바 있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주5일 근무제」는 이 시대의 특성 중 하나이며 오늘의 시대적 징표의 하나이다. 한국교회는 인간의 구원에 미치는 영향과 다른 사회생활과의 관계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그것을 복음의 빛으로 해석하여 적절한 사회 복음화의 길을 찾아야할 의무를 지고 있는 것이다.
교회는 사회의 변혁을 탄력적으로 수용하고 거기에 알맞는 사목을 펴야 한다. 예수께서도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마태 9,17)고 말씀하셨다. 새 시대에 맞는 새 사목의 발상이 필요한 때라고 하겠다.
변화하는 사회와 사람들의 행동과 생활 형태에 따라 상응하는 사목적 대응책들은 「대증요법」적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변혁이 있을 때마다 해야 하는 꼭 필요한 사목적 대응이라 하겠다. 그러나 교회는 그러한 대증요법적 대응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다 근본적인 차원의 대응을 해야 한다.
문화생활의 변화! 이것이 매우 중요한 사안이며 교회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인간은 문화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는 주5일 근무제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 변혁에 대한 대증치료적 사목 대응을 서두르는 한편 보다 근본적인 원인 치료라고 할 수 있는 문화 복음화를 소홀히 해선 안된다. 주5일 근무제로 인한 사회적 변혁은 문화적 변혁이다. 문화의 복음화는 교회의 중요한 사명이다. 인류 구원을 위해서 올바른 문화의 형성, 그리스도교적 문화의 창조가 교회가 수행해야 하는 중요한 사명인 것이다.
그런 뜻에서 주5일 근무제 실시로 말미암아 새로이 사회 문화적 변화가 급격히 이루어지고 있는 이 때에 교회가 할 일이 참으로 중차대 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서 소외 계층과 청소년들이 건전한 문화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과 문화 공간의 제공 등도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중요한 복음화 사업의 하나로 새롭게 등장한다고 할 수 있다.
주5일 근무제와 주5일 수업제는 우리 사회에 사회적 문화적 큰 변혁을 몰고 올 험한 파도와도 같다. 교회가 이 큰 파도를 잘 헤쳐 나아가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역시 교회가 그 중심을 확고히 잡는 것이다. 교회가 그 중심을 확고히 잡는다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교회 구성원 모두가 신앙심에 투철하는 것이다. 교회가 아무리 새로운 변혁에 대응하는 좋은 대책을 마련한다 해도 신자들의 신앙심이 투철하지 못하다면 그 대책들은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오늘과 같은 사회 문화적 변혁기에는 신앙교육을 한층 더 철저히 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신앙심이 투철하면 어떻게든지 난관을 헤쳐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