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줄어들고 삶의 질 향상 기대
▲ 도요안 신부
여기서 또 생각해야 할 문제는 여가 시간의 건전한 향유의 문제이다. 교회와 성직자들은 더 나은 프로그램을 신자들에게 제시해 영성생활과 봉사의 길로 안내해야 한다.
근로의 변화 문제는 교육과 직결된다. 즉 8시간 안에 노동 에너지 소비를 최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가족의 변화와 여가 생활의 문제에 있어서도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주5일제 도입에 따른 노동의 질적인 변화가 예상된다면 먼저 노동에 대한 태도를 교회에서 다시 가르쳐야 한다. 또 대중 문화 시설이 꼭 필요하며 교회는 직간접적으로 가난한 이들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주말의 변화가 예상되므로 지방교구나 시골본당들은 도시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아울러 근로자들의 노동 시간이 단축되고 그로 인해 여가 시간의 긍정적인 활용으로 더욱 질적인 삶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임금 안정이 보장돼야 하고 근로자 역시 생산성의 저하를 가져오지 않도록 근면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교회는 완전히 새로운 사목 모델이 요청된다. 예컨대 주일학교 교육을 넘어선 가정 교리가 활성화돼야 하고 학생들의 생활과 연결되는 피정이나 연수회 등의 프로그램에 더 많은 열정을 쏟아야 한다.
■ ‘주5일 근무제가 신앙생활에 미치는 영향’ - 허철수 신부(마산교구 사목국장)
신앙생활이 취미활동 쯤으로 매도될수도
▲ 허철수 신부
주5일 근무제의 주체는 사람이다. 사람은 노동과 휴식을 번갈아하며 자신과 사회와 세계를 발전시킨다. 일과 휴식의 목적은 행복추구에 있고 나아가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 동참하고 재화를 이웃과 나눔으로써 삶을 완성하고 행복의 길을 추구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이런 원칙이 무시되고 단순히 경제 논리 그리고 현세적 안락이나 편의 위주의 사상에 머물러 있다.
현재 한국교회의 현실은 심각하다. 신자 중 3분의 1만 주일미사를 지키고 그중 일부만이 단체활동을 하고 대부분이 주일미사를 거르지 않는 정도이다. 이런 시점에서 주5일 근무제는 새로운 도전이다.
우리가 염려하는 것은 단순히 주일미사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근원적으로 신자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물질 충족이 신앙생활보다 더 매력있고 신앙이 존재 양식이 아니라 취미 활동 쯤으로 매도되는 것이 문제이다. 주5일 근무제가 이를 가속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우려할 일은 아니다. 주5일 근무제가 시작된 캐나다나 미국의 신자수가 증가하는 것이 아시아인과 히스패닉의 신자 증가만이 아니라고 볼 때 비관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도전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아울러 여가 활동과 신앙 생활이 충돌 개념이나 상충 개념이 아니라 상호 보완 개념이 되도록 지혜를 모아 도전해야 한다.
■ ‘주5일 근무제 하의 사목적 대처 방안’ - 정월기 신부(서울대교구 평신도 사목국장)
지도자 양성 신자들 다양한 요구 대비하자
▲ 정월기 신부
사제 혼자서는 많은 신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응답할 수 없다. 단체나 작은 공동체 지도자들을 잘 양성시켜서 단체나 공동체 내의 필요나 문제에 응답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그런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것이 사제의 역할이다.
작은 규모의 공동체나 지도자들은 시대의 요구에 민감하게 대처할 수 있어서 주5일 근무로 인한 세상과 사람들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공동체 교회 모델에서의 사제의 지도력은 공동체 책임자들과 사목위원들과 함께 하는 공동 지도력을 실현하게 한다.
공동체 교회 모델에서 양성된 다양한 사목 협력자들은 가족 단위나 소그룹 형태로 신자들의 다양한 영적 갈증을 충족시킬 수 있다. 그래서 수도회 중심의 교육만이 아니라 평신도 교육팀을 양성하고 그들에게 자리와 역할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배경에서 『공동체 중심의 사목을 지향한다는 것은 구역장 반장과 가정의 가장이 이제 가정과 구역반 공동체에서 일반적 사제 직분의 역할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타당하다.
주5일 근무제를 계기로 교회의 새로운 모델이 자리잡고 그에 따라 본당 지도자의 리더쉽이, 지배하는 지도력에서 섬기는 지도력으로 바뀌기를 바란다.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지배자 중심에서 백성 중심으로 변화해 가는 세상 속에서, 교회도 백성 중심으로 사목적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 ‘주5일 근무제에 따른 수도회의 대처 방안’ - 이세영 수녀(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
가족 단위 피정 교육 프로그램 더 필요
▲ 이세영 수녀
먼저 기존의 수도 생활을 재정비하고 가정과 작은 공동체 중심으로 방향을 설정하며 영적 테마가 드러나는 신앙 생활을 위한 평생 공교육의 형태로 수도회의 구조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주5일 근무제에 따른 가족 단위의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을 제안해본다. 올바른 가정 생활을 위한 영성생활에 대한 특별 강좌를 열고 적극 홍보해 참여도를 높인다. 또 가족이 함께 하는 일일 수도생활 체험, Lectio Divina(거룩한 독서), 향심기도 등을 6개월 단위로 정기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가족이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간병 교육, 호스피스 교육, 장례 문화 교육 등을 실시해 가족 안에서 사랑을 실천할 뿐만 아니라 종합병원 원목실과 연결, 정기적인 환자 방문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준다.
기도하고 일하는 모습을 수도원에서 느끼고 실천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고 삶의 새로운 활력소를 얻을 수 있도록, 가족 중심의 피정이나 가족 중심의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피정의 집을 배려한다. 가족이나 청소년, 여성 상담 등을 수도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게 한다.
주5일 근무제 실시를 앞두고 각 수도회들은 교회의 방향과 수도회의 특은에 맞게 가정 단위의 다양한 영적 사목적 테마가 드러나는 신앙생활을 위한 신자 재교육의 형태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가난한 가정은 주5일 근무제에서도 또 다른 노동 현장에서 일해야 하며 이들을 위한 배려로 청소년이나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 ‘여성의 경험으로 보는 주5일 근무제’ - 이상화(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여성소위원회 총무)
여성의 취업 기회 장기 고용 증대 전망
▲ 이상화 총무
주5일 근무제로 인한 여성 경제 참여 변화가 사회 변화 예측에 중요한 축으로 놓여야 한다. 우선 여성 고용 환경과 가족생활 경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근무 환경이 가족 친화적으로 변화하는 속에서 여성의 장기 고용이 늘고 고용 기회가 증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둘째, 여성의 교회와 신앙 활동이 가족 구성원의 생활 주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주5일 근무제의 결과로 미사 참례자 수의 격감을 비롯해 신자들의 본당 활동 둔화, 복지 단체 봉사자 감소 등이 예견되는 문제는 곧 여성 신자의 교회 활동 변동과 직접 관련이 있다. 여성의 가족 외 활동이 전적으로 가족 구성원의 주기에 따라 결정되는 성별 역할의 변화 없이는 여성 신자의 교회 활동이 주체적이고 자율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이는 여성 신자 의존도가 높은 교회 구조에 불안 요인으로 지속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세째, 비교우위적인 교회의 원칙과 가치 체계가 마련돼야 자기 계발과 신앙 생활의 접점이 생긴다.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이 아무리 좋아도 교회에 대한 호감과 신뢰도가 일반 기관이나 사회단체보다 낮다면 프로그램 활용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교회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지평을 확대하는데 일조한다는 믿음이 교회의 모습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 종합토론
“저소득 계층 가정 위해 별도 서비스 고민해야”
주제발표와 논평이 끝난 뒤 가진 종합토론 시간에서는 세 명의 발제자가 추가로 심포지엄 전체에서 논의된 주요 논점들에 대해 지적하고 청중의 질의 응답이 있었다.
특수·사회사목 차원서 접근
김시홍 교수는 논평에서 지적된 영세민을 포함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목적 대안 역시 깊은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이날 심포지엄의 주제인 주5일 근무제에 대한 논의가 기본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나 영세민 등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5일 근무제의 시행으로 인해 계층간 위화감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동감을 표시하면서 비정규직 근로자나 소외 계층에 대한 사목적 배려는 특수사목, 사회사목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와 관련해 주5일 근무제로 인해 오히려 주말까지 노동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는 사회 저변 계층의 노동자들을 위해서는 자녀 교육, 상담, 과외나 학원 등의 별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문제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눔 실천에 대한 고민 필요
박문수 박사는 주5일 근무제가 초래할 현상에 대한 우려는 근본적으로 『어떠한 사회적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신앙을 간직하는 신자들이 있을 수 있는가?』하는 고민과 관련된다며 교회의 사목적 대안 마련에서도 이런 본질적인 측면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문수씨는 또 앞서 언급한대로 중산층 이하의 중하층 계층의 사목적 대안 문제는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현실적으로 한국교회가 중산층화 돼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교회가 빠른 시간 안에 가난한 사람들의 교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보다는 중산층 교회가 이들을 위해서 어떻게 나눔을 실천할 것이며 이들이 어떻게 교회 안에 머물도록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박문수씨는 수도자의 역할에 대해서 한국교회의 발달 단계 안에서 볼 때 더 이상 과거의 역할에 머물러있지 말고 영적 직무, 신자들과의 동반자적 관계의 직무를 맡아나가는 것이 시대적인 요청이라고 지적하고 지금까지 이러한 역할 조정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수도생활 체험 배려 있어야
곽승룡 신부는 평신도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교구와 지구에서는 기존의 가톨릭대학교, 가톨릭교리신학원과 함께 다양한 양성 기구를 적극 활용해 평신도 지도자 양성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본당과 개인 차원에서도 교구의 모든 교육 시스템을 동원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는 교회의 가장 기본적이고 우선적인 존재 이유 중의 하나라고 지적하고 교구나 지구, 본당, 구역반, 가정과 개인 차원에서도 사회사목적인 관심과 지원, 활동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수도회와 관련해 수도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이를 위해서는 수도원의 구조와 영성의 기본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수도회의 경우 카리스마와 사도직 활동에 비해 기도와 관상 생활, 수덕 프로그램은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하고 각 수도회에서 기도와 관상, 영적 수행 등을 위해서 하느님 백성과 수도생활 체험을 공유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