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는 이스라엘 민족 전체의 역사적 반성을 통해 구원의 역사와 동시에 배신의 역사를 묘사하고 있다.
에제키엘의 역사 반성은 선택된 민족의 중심으로서 이스라엘을 부정한 아내에 비유로 이스라엘의 불신앙의 역사를 상세히 밝힌다(16장). 하느님 편에서는 각별한 총애로 저들을 가슴에 품었지만 저들은 불성실과 배은으로 일관했고, 특히 우상숭배를 『간음하고 살인한 여자』와 같다(16, 38)고 한다. 그래서 하느님의 백성은 반드시 수치를 당하고 응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35~52절).
그러나 네가 맹세를 하찮게 여겨 계약을 파기했지만 『나는 네가 처녀였을 때 너와 약혼했던 것을 생각하고 너와 영원히 끊을 수 없는 계약을 맺으리라』(60절)는 하느님의 무한하심과 인간의 불성실이 대조되면서 그분의 사랑이 광채를 발하는 가운데 새 계약사상이 두드러진다(53~ 63절).
17장은 향백나무와 포도나무의 주제를 사용하여 당시 임금들의 역사를 상기시킨다. 강대국을 독수리에 비유하고, 송백 끝에 난 순을 여호야긴에, 새로 난 종자를 유다의 마지막 왕(王) 시드키야에 비유하였다. 유다가 하느님의 말씀을 어기고 바빌론과의 서약을 깨뜨린 결과로 시드키야 때 예루살렘이 함락되는 처절한 상황을 은유법으로 묘사하고있다. 그러면서 회복의 약속인 그 날에는 메시아와 보편적 왕국 아래 모든 것이 깃들 것이라는 위안을 주고 있다(22~24절).
18장은 주님의 심판하심이 불공정하시다는 백성들의 항의에 대하여 그 심판의 정당성을 변론하는 내용이다. 에제키엘 시대에는 무죄한 사람이 받는 고통이 하나의 큰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하느님이 진정 정의롭다면 왜 이러한 끔찍스러움이 일어나는가?』라는 의문들 앞에 의인이 받는 고통은 신앙의 차원 안에서만 그 해명이 가능하다는 지평이 보인다. 이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삶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의미인 것이다. 이스라엘인들 사이에 『아버지가 신 포도를 먹었는데, 자식들의 이가 시다』(2절) 는 빈정대는 투의 속담에 에제키엘은 날카롭게 부정하면서 조상들의 죄 때문에 지금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저들의 그릇된 생각을 깨우쳐 주고있다.
그러나 에제키엘은 여기서 하느님의 「의로운 인과응보」를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 커다란 파멸 앞에서 이제 힘없이 스러져가는 동포들에게 『회개하여라. 너희의 모든 죄악에서 돌아서라』(30절)라는 뜨거운 목소리를 듣게 하려는 것이다. 즉 고통은 회심과 신앙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것임을 전한다. 임박한 심판 앞에서도 마음이 완고한 백성을 보신 하느님께서는 『나는 누구의 죽음도 기뻐하지 않는다. 그러니 너희는 회개하여 살도록 하여라』(32절)고 생명으로 초대하고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역사를 하느님 친히 주관하시어 당신의 명예를 계속 지키시고 예루살렘 마지막 왕들의 운명과 심판이 신속하게 가해질 것임을 예고하며, 심판의 현장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보여준다(19~21장).
예루살렘은 자신들이 지은 죄 때문에 가차없이 피 흘린 도성이 되며(22장), 23장에서는 사마리아와 예루살렘을 두 자매 창녀 오홀라(그 여자의 천막)와 오홀리바(나의 천막은 그 여자 안에) 에 비유하면서 그들의 우상숭배의 역겨움을 드러낸다.
24장은 에제키엘서 전체의 전환점이 되는 부분이며, 유다에 임할 심판예언이 현실로 나타나는 부분이다. 이제 예루살렘은 끓는 가마로 묘사되어 선민의 신세는 하느님 앞에 찌꺼기가 되었다(1~14절). 예언자는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 앞에서도 애도하지 말라는 명을 받고 있다. 이는 예루살렘의 파멸을 보고도 마음이 무디어진 백성들이 아픔마저 상실한 채 비극을 비극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을 그려 그 답답함이 밀도 있게 전해진다(15~26절).
에제키엘은 자신의 설교활동 제1기에서 동포들의 회심에 전력을 다했다. 하느님께로의 회심은 삶의 풍요로움과 자유에로의 초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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