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제주교구장 주교로 임명된 강우일 주교의 지난 16년 동안의 삶은 주교 수품 당시 좌우명으로 삼은 이같은 시편 37편의 말씀에 그대로 요약돼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오로지 하느님께 내어 놓고 오직 그분만을 바라보는 자세로 주어진 일에 묵묵하게, 그러나 힘있게 나아가는 모습이 바로 신임 제주교구장 주교가 사목활동 중에 보여준 것이었다.
1986년 주교로 서품된 지 3년 뒤인 1989년 열린 서울 세계성체대회는 말 그대로 한국교회의 위상을 우리 사회와 전세계에 보여준 자리였다.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를 주제로 열린 성체대회 준비위원회에서 사무총장을 맡은 강주교는 대회가 일회성의 행사에 그치지 않고 한국교회가 성체성사의 정신 안에 젖어들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치밀한 준비를 통해 성공적인 대회를 이끌었다.
그후 성체대회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한마음한몸운동을 담당, 이 운동을 신자들의 생활 실천운동으로 전개함으로써 오늘날 사회사목적 가르침을 구현하기 위한 교회의 실천 주체로 성장하는데 그 기틀을 세웠다.
학식과 덕망을 두루 갖춘 강주교는 보좌주교로서 항상 과묵하고 조용하면서도 힘있게 자신의 직무를 실천해나갔다.
주교 수품 후 가톨릭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강주교는 『보좌 주교는 서울대교구의 실정상 필연적인 직분』이라며 『교구장 혼자 감당하기에 벅찬 그 책임을 함께 나누어지고 교구장의 짐을 덜어드리는 것이 보좌주교의 직분』이라며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긴 목자의 모습으로 주교직을 수행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1995년 3월 신학기부터 통합 가톨릭대학교 초대 총장을 맡은 강주교는 대학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으로서 「2005 플랜」을 수립하고 국제화 시대에 걸맞는 대학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작성하고 해외 유명 가톨릭대와 교류 추진, 새 교과 과정 실시, 실력 있는 전문인 양성 등 다각적인 발전을 추구했다.
강주교는 또 1999년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아 바야흐로 통일시대를 바라보는 한국교회의 민족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했다.
강주교가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이고 깊은 관심을 보였던 부분은 바로 소공동체 운동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다. 지난 1992년부터 한국 교회 안에서 본격화되기 시작한 소공동체 운동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번째 전국 모임을 가짐으로서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 모임이 각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주교를 포함한 교회 지도층의 지시가 아니라 교구와 본당 사목 현장에서부터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시작된 움직임이라는 점이다. 강주교는 바로 이점에 주목해 지난 16년 동안의 보좌주교 생활에서 가장 보람 있는 성과를 소공동체 운동의 활성화를 꼽았다. 강주교는 그러면서 결코 『소공동체가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는 운동 정도로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며 『이 운동은 오늘날 시대를 살아가며 새로운 사목적 대안으로 나온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새 천년을 연 2000년 1월 아시아주교회의연합(FABC) 제7차 정기총회가 태국 방콕에서 개최됐다. 한국 대표로 참석한 강주교는 그 대회에서 강조된 교회상 역시 「작은 공동체들이 모인 공동체」의 모습이었다며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공동 책임을 지는 교회 모습』을 강조했다.
서울대교구가 새 천년을 맞는 각오로 시작한 교구 시노드 역시 바로 이처럼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라는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비로소 성공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 준비위원장으로서 강주교의 확신이다.
새로 교구장직을 맡는 강주교는 주교 수품 당시의 마음 자세를 그대로 간직하고 제주로 갈 듯 하다. 강주교는 주교 수품식 자리에서 답사를 통해 나직하면서도 분명한 어조로 『어떤 선배 주교님께서 주교가 되는 것은 큰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는 것임을 상기시켜주셨다』고 말했다.
『생명을 주께 맡기고』 오직 그분만을 『바라는』 그 자세가 바로 강주교의 되풀이되는 다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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