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보기 드물게 보잘 것 없는 수녀원』이라며 기자를 반가이 맞이하는 손엘리사벳 원장 수녀의 말이 수녀회의 정신이랄까, 살아가는 모습을 한번에 짐작케 한다.
한국순교복자수도 공동체의 막내둥이인 한국순교복자빨마수녀회(원장=손엘리사벳 수녀, 이하 빨마수녀회)는 1962년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창설자인 무아(無我) 방유룡 신부에 의해 창설됐다. 방신부는 1946년 한국순교복자수녀회를 세운데 이어 53년에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57년에 복자수녀회 제3회를 창립했다.

창립과 영성
빨마수녀회는 출발 당시 기혼 여성들을 위한 수도공동체로 시작했다. 『방신부님은 한국순교복자수녀회와 성직수도회, 제3회까지 만드신 후 저희 빨마수녀회를 세우심으로써 다양한 계층, 더 많은 이들이 당신이 뜻하신 영성을 따라 살기를 원하셨어요. 빨마수녀회의 설립은 그런 의미에서 공동체의 막내이면서 방신부님께서 원하셨던 수도가족이 완전한 꼴을 갖추게 됐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제3회 회원이던 안영옥(루시아) 하복순(발바라) 수녀가 62년 10월 부산 청학동에서 집 한칸을 빌려 수도생활을 시작한 것이 공동체의 탄생이다. 당시 명칭은 한국순교복자빨마원. 창립 수녀들은 당시 3회 회원이면서 미망인들이었다.
1975년 오륜대로 본원을 지어 옮겼고, 1992년 부산교구 소속 수도회로 정식 인가를 받았다. 그해 명칭을 한국순교복자빨마수도원으로 바꾸었고, 1996년 한국순교복자빨마수녀회로 다시 명칭을 바꿔 오늘에 이르고 있다.
빨마수녀회는 순교복자수도공동체의 가족인 만큼 창설자 방유룡 신부의 창립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고 실천한다.
순교복자수도회의 영성은 기본적으로 한국천주교회의 역사와 순교자들의 신앙에 근거한다. 서양에서 전래된 그리스도교 사상을 동양사상의 그릇안에 담아내고자 고심했던 창설자의 의지는 「면형무아(麵形無我)」의 정신으로 표현됐다.
「면형무아」는 밀떡이 모두 녹아 없어짐으로써 그리스도의 성체를 이루듯 자신을 온전히 없앰으로써 하느님과의 일치를 이루는 경지를 뜻한다. 자기비움의 정신, 나를 버리고 하느님의 뜻을 따른 그리스도의 정신을 따르는 삶, 그것은 곧 순교자들이 죽음으로써 신앙을 증거하고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었던 삶과도 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