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용서」를 통해 역사적 상처를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최씨가 「상도」 이래 2년만에 펴내는 신작 소설로, 지난 1999∼2001년 가톨릭신문에 연재됐던 작품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영혼의 새벽」은 「사랑」과 「용서」라는 화두를 통해 우리 민족의 분단 갈등과 이데올로기 갈등의 해법을 제시한 작품이다.
작가는 「응징」이나 「복수」같은 인간의 원초적 감정들을 한국현대사의 두 비극 「군부독재」와 「한국전쟁」에 투영시킨 후, 시대와 이데올로기를 뛰어넘는 궁극적인 해법은 사랑과 용서에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새로 옮긴 성당의 사순절 첫 미사에서 최성규와 신영철의 조우 장면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고교 교사인 주인공 최성규는 대학시절 학생운동 간부인 한경환으로 인해 조사기관에 끌려가 고문기술자 신영철로부터 모진 고문을 당한다.
이후 중년이 된 주인공은 악몽처럼 되새겨지는 과거의 기억 속에서 고문기술자에 대한 증오를 떨쳐버리지 못한다.

장수녀가 최성규에게 전해준 책은 한국전쟁 때 피랍돼 모진 고문을 받고 장님이 된 프랑스인 수녀 마리 마들렌의 수기였다. 고통으로 인해 몸부림치면서도 자신을 박해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성직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주인공은 용서의 의미를 조금씩 깨달아 간다.
결국 「인간의 용서는 내가 너를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이미 용서받은 너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신앙과 사랑의 정신 안에서 최성규는 부활절 미사를 드리며 진정한 용서의 의미를 깨닫는다.
최인호 특유의 속도감 있는 필체로 쓰여진 소설은 긴장감 넘치는 문장으로 독자들을 압도하며, 주인공의 갈등을 인간의 본원적인 갈등으로 승화시킨다.
아울러 「하느님과 인간」이라는 영원한 테마에까지 접근해가며 한국 현대사의 문제를 고통받는 인류의 문제로까지 이끌어가는 탁월한 묘사는 흡사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연상시킨다.
최인호씨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전생으로부터의 업보인 갈등과 증오에 대해서 냉정하게 그려보고 싶었다』며 『이제 상처받은 영혼들이 사랑과 용서를 통해 증오와 갈등을 치유하고, 「영혼의 새벽」으로 돌아갈 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