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세상의 빛이며 소금이다(마태 5, 13∼14)」라는 주제로 열흘동안 열린 이번 제17차 세계청년대회는 뜨거운 신앙의 열정이 캐나다 전역을 달군 감동의 드라마였다.
9?11 테러와 사제 성추문 사건 등 가톨릭교회의 위상이 떨어졌다는 일부의 우려와는 달리 전세계에서 모여든 청년 예수들의 신앙의 열기는 뜨거웠고 희망찬 미래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CNE와 다운스뷰 랜즈 공원 등 행사가 펼쳐진 곳곳에서는 무릎을 꿇은 채 묵주의 기도와 경배예식을 갖는 청년들로 가득했고, 토론토 시내는 하나의 완전한 성지로 탈바꿈했다. 37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 속에서 이들 모두는 피부색과 국경을 초월해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하나를 이뤘다.
폭우로 인해 젖어드는 침낭의 한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촛불을 바라보며 밤을 새워 기도하던 젊은 영혼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질퍽해진 땅 때문에 온 몸이 진흙범벅이 됐으나, 그들의 얼굴에는 불쾌한 짜증보다는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듯한 기쁨의 웃음이 가득했다. 이들의 모습에서 「젊은이들은 교회의 미래를 위한 더없이 값진 보화」라는 소중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한국 청년들이 보여준 신앙의 열기도 마찬가지. 월드컵 특수 덕분이었을까? 대회 초반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만을 외쳐대는 모습에서는 적잖은 실망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들은 무엇인가에 홀린 듯 점점 변화돼 갔다. 어느덧 『알렐루야』를 외치며 토론토 시내를 활보하는 한국 청년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 청년들의 신앙의 열기는 날이 갈수록 뜨거워져, 대회 마지막 날 폐막미사 때에는 많은 청년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특히 한국대표단이 준비한 각 교구별 문화 행사는 전 세계 청년들에게 깊은 감명을 심어 준 것으로 평가받았다. 서울대교구와 청주교구의 부채춤, 대구대교구의 태권무, 광주대교구의 사물놀이, 대전교구의 꼭두각시 춤 등은 전세계 청년들에게 우리의 고유한 민속문화를 알릴 수 있었던 좋은 계기가 됐다. 그러나 대회 기간 내내 참가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쓰레기 문제였다. 수십만명의 참가자들이 단 1분이라도 머물렀던 곳은 쓰레기장으로 돌변했으며, 특히 본행사가 열린 CNE는 발디딜 틈조차 없는 거대한 쓰레기 무덤이 됐다.
또 하나의 옥의 티를 꼽으라면 캐나다 조직위원회를 비롯한 서구인들이 가진 그들만의 지나친 획일주의적 사고방식이었다.
그들의 효율적이고 조직적인 사고방식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었으나, 고정화된 진행방식과 융통성 없는 모습들은 많은 참가자들에게 불편을 안겨주었다.
예를 들어 군 조직을 능가하는(?) 대회 조직위 관계자들의 명령하달 방식이라던가, 장거리 여행으로 지쳐있는 참가자들의 신원 카드를 일일이 기록하고 무려 5시간에 걸쳐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1:1 민박집 배정을 하는 등 몬트리올에서의 답답했던 상황들은 이번 대회의 매끄럽지 못한 부분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체적인 평가를 내리자면 이번 대회를 통해 엿볼 수 있었던 각국 청년들의 「신앙의 열기」는 교회가 청년들에게 거는 기대와 신뢰를 확인해 준 무대였다고 말하고 싶다. 특히 이렇게 위대한 하느님의 축제에는 우리 한국청년들도 한 몫을 담당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해진다. 부디 우리 참가자들이 대회기간 동안에 가졌던 값진 신앙의 체험들을 고국으로 돌아온 자신의 위치에서 복음의 씨앗으로 전파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아울러 알게 모르게 많은 도움을 주신 모든 한국대표단 참가자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특히 한국대표단을 위해 노력했던 박덕수 신부님을 비롯한 주교회의 교육위원회, 「모두가 내 자식 같다」는 마음으로 한국대표단을 위해 사랑과 희생으로 봉사해 준 토론토 한맘본당 최규식 주임신부님을 비롯한 신자들, 통역과 진행 봉사에 온몸을 던졌던 우리의 해외 교포 학생들, 그리고 마주칠 때마다 격려의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던 각 교구 신부님들과 관계자들에게도 지면을 빌어 고마움을 전한다.
이번 취재를 통해 서구 교회의 뿌리깊은 신앙의 전통을 맛볼 수 있었고, 세계 교회의 문화와 흐름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아직도 세계청년대회의 주제가 「Light of the World」가 자장가처럼 귓가에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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