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허리를 펴고 래프팅에 도전했다. 무릎이 아파 뛸 수 없다던 할머니도 바통을 받자 누구보다 빨리 내달렸다. 젊은이들의 즐길거리로만 여기던 색다른 이벤트에 나이도 잊고 노익장을 과시했다.
『몸은 노송(老松)이라도 마음은 언제나 상록수라우!』
수원교구 상록수본당(주임=전시몬 신부) 「젊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이구동성 입을 모았다. 효도관광으로 마련된 어르신들을 위한 이색캠프에서 예순부터 아흔에 이르는 150여명의 노인들이 노익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매년 효도잔치를 마련해온 상록수본당이 올해는 본당을 떠나 지난 7월 18∼19일 강원도 평창 성필립보 생태마을에서 어르신들만을 위한 특별 캠프를 열었다. 부모님의 효도여행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나선 자원봉사자들은 성지순례, 온천 등 기존의 효도관광코스를 과감히 벗어나 래프팅, 도자기 굽기, 릴레이달리기, 별보기, 캠프파이어, 발마사지 등으로 깜짝 이벤트를 마련했다. 젊은이들이 즐기는 놀이문화로 꾸며놓은 이색캠프는 대성공.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감동의 도가니 속에 빠져버렸다.
구부러진 허리로 지팡이 짚고 나선 할머니는 제일 먼저 래프팅(rafting)에 도전을 했고, 무릎이 아파 뛰지 못한다던 할머니는 바통을 받자말자 버스보다 빨리 달리며 웃음을 쏟아냈다.
저녁때 이어진 바베큐 파티와 캠프파이어, 별보기를 체험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그동안의 시름을 모두 잊고 잔잔한 감동까지 느꼈다.
이정환(테오도로·67) 할아버지는 『내 생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면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젊은이들이 즐기는 것을 보면서 늘 부러워했던 일을 이렇게 늙은이들이 체험할 수 있게 해줘서 너무 고맙고 재미있었다』며 감흥을 전했다.
어르신들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누구보다 흐뭇했던 사람은 자발적으로 발벗고 나선 자원봉사자들과 본당신자들. 자원봉사자들은 두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철저하게 준비를 해왔고, 신자들은 다같이 자식된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모시기 위해 여행경비를 마련했다.
이번 캠프의 숨은 일꾼은 바로 전시몬 주임신부. 어르신들의 행복한 시간을 준비하기 위해 이색적인 아이디어를 낸 사람도 전신부였다.
전신부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일제치하, 6.25 전쟁, 경제성장기 등 어려운 시대만 살아오면서 오늘날 여유로운 여가문화는 전혀 즐기지 못하셨다』면서 『1박2일 만큼은 어려웠던 일, 자식걱정 다 잊어버리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캠프 때 젊은이 마냥 어깨를 들썩이며 외쳐대던 소리는 영원의 품에 이르기까지 가슴에 남을 것이라며 캠프에서의 마지막 밤 잠을 청했다.
『대한민국 상록수본당!』『오∼필승 상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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