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제키엘은 이방 민족이라도 정도(正道)를 걷지 않을 때 야훼의 손안에서 응징을 받는 심판 신탁을 전한다.
이방인에 대한 신탁(25~32장)의 전체적인 내용은 이스라엘에 대한 정치적인 자세와 하느님 앞에서 교만했던 이집트와 띠로의 도시들에게 향한 심판의 예언들이 실려있다.
25장은 이스라엘의 동쪽과 서쪽에 인접한 인근 국가들 암몬, 모압, 에돔 그리고 블레셋을 차례로 치는 예언이다. 그 다음 북으로 올라가 그 당시 새롭게 부각되던 지중해 연안도시 띠로와 시돈에 대한 하느님의 심판을 언급하고 있다(26~28장).
띠로는 이스라엘 민족과 무역관계에서 경쟁상태에 예루살렘이 바빌론에 함락되자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생각하며 기뻐했다. 이에 하느님께서는 약자의 약점을 이용하려는 띠로에 대해 심판을 선언하신다(26장).
이어서 띠로의 멸망을 애도하는 비운의 노래가 흐르고 있으며(27장), 이 애가는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띠로의 영광과 힘에 대한 극찬(1~11절)이며, 2부는 띠로가 국제무역을 통해 세계적인 경제 중심지로 부상한 사실에 대한 설명(12~25절)이고, 3부는 자신의 영광에 자만했던 파멸을 노래하고 있다(26~36절).
여기에서 띠로는 『나는 더없이 아름다워』 (27, 3)라고 화려함과 웅장한 아름다운 배에 비유되고있다. 그러나 결국은 선체와 화물이 송두리째 침몰되는 허망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 헛된 영화는 이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른다.
결국 띠로 임금에게 내리는 심판의 내용으로 이어진다(28장). 여기서는 창세기 2~3장의 특징적인 주제들을 볼 수 있다. 곧 하느님과 같아지려는 교만(2절), 자족의 동기가 되는 지혜(3~4절), 죽음의 위협(8절), 에덴 동산과 창조(13절) 보호자 또는 감시자 거룹(14절), 타락(16절) 등이다. 죄의 깊은 기원까지 파고드는 이 성서의 속고는 하느님과 같아지려는 인간의 그 교묘한 오만을 드러낸다. 예언자는 띠로의 왕을 하느님에 의해 지음 받았고 충만한 은혜와 자질을 갖고 태어난 첫 인간과 비교한다(28, 11~15). 그러나 그는 『나는 신이다. 나는 신의 자리에, 바다 한 가운데에 앉아있다』(28, 2)고 하면서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마저 망각하고 말았다. 이에 대하여 예언자는 예리하게 꼬집어 내고 있다. 즉 모든 민족의 삶의 근원은 창조주에 의해 주어져 있는데 이를 망각하고 제 스스로 존재하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을 식목에 비유하고 있다.
띠로와 시돈은 경제 강국이면서도 남방 유다를 대할 때 자비심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이 자기 이권에만 급급하였다. 이들은 현세 부와 지혜에 도취되어 스스로가 만능인 것처럼 착각하고 하느님의 자리를 가로채고 있는 것이다.
29~32장에서는 이집트를 위시한 남방 민족에 대한 심판이 이어진다. 이집트의 교만은 벌받을 충분한 이유가 된다. 특히 29장은 교만스런 띠로 왕과 풍요로운 페니키아 항구도시에 관하여 놀라운 문학기법을 동원하여 이집트에 대한 심판이 선언되어 있다. 파라오는 스스로 창조자로 자칭하고 이스라엘은 이런 이집트를 하느님보다도 더 숭배하였다. 그래서 주님은 이집트의 교만함을 꺾고 이스라엘이 다시는 인간을 의지하지 못하도록 이집트를 심판하신다.
예언자는 이집트와 그의 동맹국들의 멸망은 하느님께서 바빌론 왕인 느부갓네살을 강하게 붙드시고 파라오를 약하게 하심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전해 주고 있다(30, 10). 그리고 이집트의 흥망을 아시리아의 흥망에 비유함으로써 이집트 멸망의 확실성과 그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31장). 이어서 이집트의 멸망 예언 중 마지막 부분으로 이집트 멸망 애가를 전하고 있다(32장).
우리는 야훼께서 이끌어 가시는 역사 안에서 강자들이 하느님의 자리에 앉아 약자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그들의 삶을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사는 전도(顚倒)된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삶 자체가 곧 심판이며 이 심판은 하느님과의 관계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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