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가 최근 마련한 생명윤리관련 법안이 사실상 인간배아 복제 연구를 허용하고 있어 인간배아 복제의 전면 금지를 주장해온 가톨릭교회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와관련 지난 7월 22일 「인간배아복제 허용 입법 반대 성명서」를 통해 배아복제의 비윤리성을 공표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및 생명윤리연구회 위원장 안명옥 주교(마산교구 부교구장)를 만나 심경을 들어 보았다.
『생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너무 달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감각을 제대로 키워나가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안주교는 『혼란스럽다』는 말로 자신의 심경을 드러내며 『생명을 바라보는 시각의 격차를 줄여 나가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시안은 난치병 환자의 치료를 위해 인간생명체인 인간배아를 복제해 치료에 이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큰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안주교는 이에대해 『새롭게 태어나야 할 생명을 기존의 생명을 보존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엄청난 윤리적 문제를 갖고 있다』며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에 의해 생명이 좌우되는 일은 있어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은 그 자체의 고유한 흐름이 있습니다. 인위적 조작을 통해 이 흐름를 왜곡해선 안되죠. 생명을 주장할 수 없는 인간 배아에 대한 이와같은 인위적 개입은 일종의 폭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업주의 흔적 역력
안주교는 또한 『이러한 의도적이며 인위적인 간섭은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인간배아를 복제한다는 것은 인간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조작 생산해 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는 인간의 생명을 창조주 하느님의 거룩한 창작품으로 믿는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에 대립하는 것이다.
『배아 단계라도 그는 「사람」으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실험목적으로 행해지는 시험관 수정까지도 철저히 단죄하는 모든 도덕적 이유가 인간복제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돼야 합니다』
안주교는 지나친 상업주의에 대해서도 주의를 촉구했다. 『이번 시안은 생명문제를 상업화의 관점에서 인식한 흔적들이 보입니다. 「생명문제의 상업화」분위기는 절대로 확산돼서는 안됩니다』
안주교는 이러한 『상업주의적 흐름을 막는 일이 교회의 역할』이라며 『이것이 곧 생명의 소중한 가치를 회복하는 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을 교회와 사회안에 확장시켜 나가야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초인에 대한 헛된 희망에서 「신의 죽음」을 선포하는 행위는 「인간의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 복제는 하느님의 전지전능하신 힘을 서투르게 모방하려는 위험한 시도임에 자명하다. 생명을 사랑의 선물로 보는 개념과 인간을 상업적 생산품으로 보는 관점의 차이를 이번 기회에 다시한번 명확히 하자는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캠페인 서명운동 추진
『이 시대에 만연한 「죽음의 문화」를 극복해야 합니다. 삶속에 깊이 스며있는 반생명 문화를 극복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안주교는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시안의 문제점을 홍보하는데도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교회차원에서 대처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시민단체들이 벌이는 캠페인에 적극 동참할 계획이며, 서명운동도 추진할 예정. 이 서명운동은 조속한 법 제정과 아울러 제대로 된 생명윤리법 제정을 촉구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게 된다.
『할 수 있다고 아무 것이나 해서는 안됩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할 수 있음」을 스스로 포기하고 통제하는 능력을 키워낼 때 그리고 그 「할 수 있음」을 필요할 경우 기꺼이 포기하는 용단과 결단을 내릴 때 과학은 도덕성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 역시 과학과 기술이 가져다 준 업적의 수혜자로서 과학의 도덕성과 신뢰회복을 위해 그리고 과학의 인간화와 과학의 그리스도화를 위해 함께 고뇌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안주교는 사목자와 신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하느님은 생명을 매우 소중하게 여기시는 분이라는 믿음을 우리 모두는 다시한번 깨우쳐야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믿음을 이번 기회에 다지는 한편 삶속에서 믿음을 실천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지녀야 할 것입니다』
안주교는 『세상의 잘못된 흐름에 타협하지 않는 반듯한 믿음을 지켜 나가야 할 것』이라며 『생명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는 그리스도인이 되길』소망했다.
안주교는 끝으로 『선을 이루기 위해 악을 행할 수는 없다(로마 3, 8)』며 『이 땅에 인간 생명을 위협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거스르게 되는 반생명적 악법이 태어나지 않기를』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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