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도 미디어의 진가는 사실 교회보다 일반 사람들에게 더 잘 알려져 있다. 키에슬로프스키의 10부작 「십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거울」 「잠입자」 등 세계적인 명작을 한국에 처음 알렸고, 지금까지도 예술영화를 꾸준하게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베네딕도 미디어 대표 임인덕 신부(베네딕도회)의 「좋은 영화는 사람의 가치관을 변하게 한다」는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임신부의 소신과 「한 길」 고집은 20여 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비교적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고 있지만 교회에서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며 정작 마음을 움직여야할 신자들이 영화를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분도출판사를 맡으면서 한국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책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예술영화들이라고 생각했죠』
신학교 시절 뮌헨대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임신부는 한국에 와서도 영화를 통해서 한국말을 배우고 한국의 정서를 익혀갔을 정도.
이후 70년대 말, 80년대 초 「영화」라는 게 낯설기만 했던 시절 「찰리 채플린」, 「물속의 칼」 등을 대학가를 찾아 직접 영사기를 돌려가며 보여주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예술성과 대중성이 반비례하는 마냥 임신부는 더 좋은 영화를 내놓을 때마다 외면 당해 또 다른 작품을 찾고 소개할 때마다 늘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어왔다. 93년부터 30여 편의 영화를 비디오로 제작해왔지만 100개가 넘게 팔린 게 드물 정도다.
87년 교통사고 후 다리가 많이 불편해졌지만 임신부의 열정은 여전하다.
『앞으로도 계속해야죠. 영화를 통해서 전해지는 복음의 위력이 얼마나 큰데, 이제와서 그만둘 수 없죠. 신부님, 수녀님들이 좋은 영화 많이 보신다면 더 바랄게 없겠어요. 이젠 비디오가 아닌 DVD로 제작해야될 것 같은데 여의치 않네요. 그래도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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