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와 각 교구, 본당 등의 인터넷 자유 게시판을 중심으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논의들이 확산됨에 따라 사이버 세계에서의 건전한 토론문화 정착과 함께 교회 지도층의 사이버 여론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이른바 「쇄신」 주장을 포함하는 교회 비판적 의견을 제시하는 사이트들이 생겨나고 이들 사이트에서 교구와 본당 자유게시판으로 무제한적으로 글이 퍼날라지면서 지금까지 터부시됐던 영역까지도 논의의 대상이 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게시판에 오르는 글들의 소재도 매우 다양해졌다. 특히 교회 비판적인 글들 중에는 본당에서의 불미스런 일들을 비롯해 때로는 선정적인 폭로성 내용까지도 공공연하게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교회 안의 의견은 크게 둘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전근대적인 교회의 커뮤니케이션 구조가 이제는 열린 구조로 이행하는 바람직한 과정이라는 견해이다. 다른 하나는 이런 현상이 정보화의 부작용 중 하나이며 일부 소수의 「안티」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불경한」 행태라는 인식이다. 실제로 사이버상에 올라오는 의견들 중 적지 않은 부분이 근거가 박약하거나 극단적인 개인 주장에 그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평가가 내려지든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되고 확대될 것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며 교회 지도층에서도 이에 대해 무대응이나 무관심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응답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신학연구소 박현준 소장은 『교회는 사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미 일반 사회는 열린 사회로 이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사회적으로, 이전에는 메이저 언론이 여론을 주도했지만 이제는 인터넷으로 인해 다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누구나 자기 의견을 개진할 수 있으므로 『언로의 통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 역시 분출되는 여론-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네티즌들의 건전한 토론 문화 역시 반드시 지적돼야 할 부분이다. 즉 현재 사이버상의 토론들 중 많은 부분이 감정적인 말싸움과 대안 없는 비난의 수준에 그치는 것도 사실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 한 사제는 『교회 지도층이 이러한 현상에 대해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인터넷을 통한 신자 네티즌들의 다양한 욕구 분출을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목적 대응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현준 소장은 『초기 단계에서 거칠고 정화되지 않은 무분별한 비난이 나타나고 한편으로 이에 대한 지도층 및 신자들의 거부감이 갈등을 빚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러한 과도기를 지나 체계적인 이론적 토대와 대안 제시까지 이르는 건설적인 비판과 토론 문화가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김민수 신부는 『인터넷에 올라 있는 글들은 미묘한 문제들이 많고 그 진위와 성실성이 검증돼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쇄신을 주장하는 글들 중에서 교회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신부는 또 『교회 뿐만 아니라 일반적 네티즌의 과제로서 인터넷이 민주적인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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