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북서부에 위치한 「미사미스 옥시덴탈」 지역. 여기서부터 세시간 가량 해안을 따라 비포장 길을 타고 들어가야 농촌마을 카티푸난 입구가 보인다.
찌는 듯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월 28일. 이곳 주민들의 발걸음이 이른 아침부터 부산스럽기만 하다. 가톨릭대 의료봉사팀(단장=박상수 신부)이 카티푸난본당에 피부과,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약국 등을 갖춘 임시병원을 연 이날 접수대에는 진료를 받기 위해 새벽부터 나와 줄을 선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의료혜택이라곤 거의 받지 못하는 이곳에서 가대 봉사단의 진료활동은 마치 하느님의 손길과도 같았다. 같은 시각. 일반봉사팀 대학생 20여명은 마을 구석구석을 다니며 나무를 심고 거리를 청소하느라 굵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가톨릭대 국제봉사단의 봉사활동은 지난 97년에 이어 올해로 두번째. 의대 교수 3명을 포함, 진료팀과 일반봉사팀 43명으로 구성된 국제봉사단은 7월 22일부터 열흘 동안 인근 클라린본당, 플라리델본당, 카티푸난본당에서 의료?사회봉사와 다양한 문화교류 활동을 펼쳤다. 엿새 동안 봉사단이 진료한 현지 주민은 어림잡아 2500여명.
『기생충 감염과 각종 피부병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보면 눈물이 날 정도로 안타까워요』 비지땀을 흘리며 어린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료진들은 허기도 잊은 채 인술(仁術)을 베풀기에 여념이 없다. 노인들에게는 시력검사를 해주고 안경도 선물했다.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을 위해 한국에서 가지고 간 비타민을 모두 기증했다.
낯선 이국인들의 방문과 은혜로운 활동에 주민들도 따뜻한 마음으로 화답했다. 미사미스 옥시덴탈의 주지사와 주민들은 진료가 끝나자 마을의 전통 잔치를 열어 통돼지 바베큐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들은 『악조건 속에서도 웃음으로 봉사해 준 한국 청년들의 열성과 한국어로 된 약봉지들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면서 『내년에도 와달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박상수 파견단장 신부(가톨릭대 성심교정 교목실장)는 『현지인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 기뻤다』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기쁨을 주고, 또 기쁨을 받을 수 있었던 소중한 체험이었다』고 말했다.
제2기 봉사단장 양지훈(요한마리아비안네, 27, 분자생물학과 4년)씨도 『한 여름밤의 꿈같은 시간들이었다』면서 『해외 오지의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들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국땅 낯선 곳에서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자신의 지식과 달란트를 함께 나눈 가톨릭대 국제봉사단. 모교의 이념인 「진리와 사랑과 봉사」의 정신을 유감없이 펼친 우리 청년들의 늠름한 모습은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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