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 보도를 보면 500만원 짜리 곰 인형과 한 병에 400만원을 넘는 포도주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런 과소비는 명품을 갖고자 하는 인간의 욕심에서 나온다 한다. 그러나 명품은 「가격」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뛰어 넘을 수 있는 멋」이 문제가 된다 한다.
어느 잡지에 나오는 명품에 관한 글을 보면 세계적인 명품들이 가지는 특징을 절제미, 단순미, 간결미, 소박함 등에서 찾고 있다. 이러한 멋들이 바로 시대를 뛰어 넘을 수 있는 힘이 되고 명품들은 이러한 멋 때문에 할머니가 쓰던 가방을 며느리나 자녀에게 물려주어도 여전히 아름다움을 가질 수 있고, 의복 등도 대를 이어가며 입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명품들은 「세대를 이어 쓸 수 있는 가치」를 목표로 하는 제품인 것이다. 아마 이러한 명품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신앙과 삶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복음은 가나안 여인의 믿음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 여인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신앙의 한 단면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이 이야기는 이방인들도 구원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띠로와 시돈이라는 지역은 대표적인 이방지역을 상징하는 말이다. 그리고 가나안 여인은 팔레스티나 지방의 원주민을 일컫는 말로 유대인들과는 별로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바로 이러한 이방인 지역에서 가나안(이방인) 여인의 딸을 고쳐 주셨다는 사실은 구원의 문제는 「종족이나 민족」에 관계된 문제가 아니라 「믿음」과 관련된 문제라는 사실은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 사건은 「교회에 속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 보다는 「주님을 얼마나 신앙하고 있느냐!」 그리고 「세례 받은 자로서의 합당한 삶」을 사느냐가 구원에 있어 더 중요하다는 말로써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반성을 촉구하는 사건이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 복음을 통해 묵상해 보아야 할 점은 오늘 복음에 나오는 가나안 여인의 믿음이다.
왜냐하면 이 여인의 모습에서 우리는 삶의 명품이 가지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이 여인의 신앙은 멸시와 무시를 인내와 항구함으로 극복한 신앙이었다.
복음에 보면 여인은 딸을 고쳐 달라고 소리를 지르고 간청하였지만 예수님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으셨고, 거기에 더해 제자들은 귀찮은 듯, 예수님께 돌려보내자고 이야기한다. 이런 행동과 말속에는 상대를 철저히 무시해버리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도와 달라는 여인의 애원에 『자녀들이 먹을 빵을 강아지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 여기서 자녀란 하느님의 백성인 이스라엘 민족을, 그리고 강아지라는 표현은 이스라엘의 어법으로 율법을 모르는 이방인들을 개와 돼지로 표현한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러나 어떻든 여인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으면 그만이지 「강아지」란 이 표현,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개XX 란 욕이 되는 것인데 이러한 표현은 듣는 당사자에게는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표현인 것이다.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이 여인은 이런 모욕적인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아지도 빵 부스러기는 먹는다」라는 표현으로 구원에 있어 이스라엘의 우위성과 자신에 대한 무시와 모욕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딸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예수님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이러한 무시와 모욕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인데, 이러한 모습에서 우리는 절제된 여인의 아름다움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이 여인의 신앙은 「요구하지 않는 신앙, 주장하지 않는 신앙」이었던 것이다.
가나안 여인은 간절한 염원이 있었고, 소망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간청하고 애원하는 신앙이었지, 권리를 주장하는 신앙은 아니었다. 다시 말한다면 자신을 중심에 놓고 주님께 무엇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권리를 인정하면서 모든 것을 그분의 처분에 맡겨 놓는 간청하는 신앙이었던 것이다.
『주님, 그렇긴 합니다만 강아지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주워 먹지 않습니까?』
바로 이 말씀 뒤에 『여인아, 참으로 네 믿음이 장하다!』라는 성서에서 드물게 예수님의 칭찬의 말씀이 나오는 것도 「간청하고 애원하지만 요구하지 않는 이 여인의 신앙」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생각해 보게 된다.
『간청하고 애원하지만 강요하지 않는 신앙!』
신앙하고 기도하는 우리가 가져야 기본적인 자세요, 어쩌면 이 모습이 가나안 여인의 신앙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멋이 아니겠는가 생각해 본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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