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위원장 “하느님도 한분…”
○…부문단체별 상봉이 이뤄진 16일 오전, 워커힐호텔 4층 아트센터는 다시 한번 남북 종교인들의 뜨거운 사랑으로 넘쳐 났다. 조선카톨릭교협회 장재언 위원장과 서재영 중앙위원이 행사장에 들어서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10명의 한국 천주교 대표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뜨거운 포옹으로 환영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한정관 신부와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본부장 정광웅 신부는 구면이기도 한 장위원장과 환담을 나누며 정을 다졌다. 한신부는 이 자리에서 『민족의 큰 동포애와 사랑으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 나가자』고 호소하기도. 장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남쪽 신자가 마련해간 한반도기에 즉석에서 「남녘의 교우 형제 여러분, 사랑의 마음을 안고 인사를 드립니다. 빨리 우리 민족끼리 통일을 이룩합시다」라는 인사말을 써서 전하기도 했다.
▲ 장재언 위원장과 서재영 위원은 한반도기에 인사말을 써서 전하기도 했다.
주일마다 가정서 기도
○…2000년 11월에 열린 2차 이산가족 교환방문 때 단장 자격으로 서울을 방문한 적이 있는 장재언 위원장은 북한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묻는 물음에 『북한신자들도 주일마다 가정에서 주님께 기도를 바치고 있다』고 밝히고 『성스러운 사제는 없지만 신심만은 샘처럼 솟구쳐 열심히 기도하고 있다』며 북한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전했다.
“통일의 길 열자” 한 목소리
○…부산종교인평화회의 공동대표로 행사에 함께 한 김계춘 신부(부산 반여본당 주임)는 이날 북녘 신자들과의 만남에서 덕원신학교를 다니던 신학교 시절을 회고하며 1?4후퇴로 월남하기 직전 함흥성당 옆 포도밭에 성작과 제의, 성물 등을 묻고 왔다는 사연을 소개하기도. 김 신부는 이 자리에서 『남북교회의 교류와 협력을 위해서는 한국교회 신자들이 우선 믿음을 주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역설하고 『제한적으로라도 북녘 신자들의 신앙생활 범위가 꾸준히 확대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회 장상 대거 참석
○…행사 마지막날인 16일 저녁 북녘 형제들을 떠나보내는 환송만찬에는 남북간 민간 행사에서는 처음으로 교회 장상들이 대거 참석, 교회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만찬에 참석한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와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염수정 주교는 장재언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종교계 대표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남녘 형제들의 뜨거운 정을 전했다. 최덕기 주교는 『지난 6월 북한 방문 때 북한신자들을 초대했는데 이렇게 빨리 뜻이 이뤄져 기쁘다』며 『통일은 민족의 가장 큰 염원이기에 이해의 폭을 넓히면서 교구 차원의 몫을 찾아나가겠다』고 밝혔다
▲ 환송만찬에 참석한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와 장재언 위원장이 환담하고 있다.
▲ 부문단체별 상봉모임후 남북 종교 대표자들이 기념촬영했다.
‘인터넷 화해소’ 제안
○…이번 행사 곳곳에서는 신자들의 숨은 노력이 진가를 발휘하기도. 학계 대표로 행사에 참가한 고려대 한국사학과 조광 교수를 비롯해 윤갑구(바오로) 서울평협 민족화해특별위원회 위원장, 변진흥(야고보)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 이수금 전 가톨릭농민회 회장, 천주교 장기수후원회 노진민(마티아) 총무 등은 각계 모임에서 주요 역할을 맡으며 남북간 새로운 만남의 길을 열어놓기도 했다. 특히 윤갑구 위원장은 남북 적십자사 책임자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이산가족의 안부를 확인하고 민간 차원의 만남을 확대해나갈 수 있는「인터넷 화해소(면회소)」를 제안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남북 종교인들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이후 9월 4∼6일 금강산에서 열릴 제4차 남북적십자회담을 비롯해 추석 전후로 예정된 5차 이산가족상봉, 부산아시안게임 등 앞으로 이어질 남북 교류의 장에서 종교인들의 몫을 적극 찾아 나갈 것을 다짐했다.
▲ 조선카톨릭교협회 서재영 중앙위원과 부산종교인평화회의 김계춘 신부, 한국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양희옥 수녀가 대화하고 있다.
▲ 아래는 양희옥 수녀와 북한 여성이 대화하고 있다.
■ 북한 종교인 대표 장재언 위원장
“자주 만나는 게 중요합니다”
북녘 형제 위해 기도 당부
▲ 북한 종교인들을 이끌고 온 조선카톨릭교협회 장재언 위원장.
분단 이후 처음으로 서울에서 개최된 남북 민간공동행사에 북한 종교인들을 이끌고 참가한 조선카톨릭교협회 중앙위원회 장재언(사무엘·66)위원장은 남쪽 신자라는 말에 손부터 내밀었다.
「8?15 민족통일대회」라는 행사의 무게감 때문인지 대회 내내 긴장된 표정을 쉽게 지우지 못하던 장위원장은 몇 차례의 만남으로 낯이 익자 기자의 질문이나 요청에 늘 웃음과 함께 의외로 쉽게 응해주었다.
『자주 만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어디를 가든지 그에게 따르는 「종교인간의 만남」이 주가 된 물음에 장위원장은 마음을 터놓은 허심탄회한 만남을 주저 없이 강조했다.
『북녘 하늘 아래 있는 신자들도 남쪽의 형제들을 얼마나 보고 싶어하는지 모를 겁니다』
“주님도 한분 교황도 한분”
사제는 없지만 신심만은 샘처럼 솟구쳐 늘 열심히 기도하고 있다며 북녘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자랑스레 소개한 장위원장은 북녘 땅 형제들을 위해 기도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북녘 신자들의 교황에 대한 생각을 묻는 물음에도 『주님이 한 분이듯 지상의 대리자인 교황도 한 분』이라는 거침없는 말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6.15 남북공동선언을 이행하고 온 겨레가 사상과 이념을 초월해 나간다면 보다 잦은 만남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대회 내내 6·15 공동선언의 이행주체를 7천만 민족이라고 역설한 그는 누구보다 종교인들이 그 대열의 앞에 설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꾸준한 남쪽 형제들의 지원과 사랑으로 가톨릭교회의 인상이 좋아지고 가톨릭신자들의 자세가 우뚝 돋보입니다』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으로,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위원장으로 줄곧 남북간 인도지원과 교류사업을 총괄해온 장위원장은 누구보다 북한 지원에 앞장서온 남쪽 신자들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아쉬움이 많으시겠지만 서로 서로를 믿고 이해해주십시오』
남한에서의 짧은 이틀밤을 보내고 다시 북녘 하늘로 발길을 돌리는 장위원장이 남긴 말은 아직 남과 북의 신자들이 넓혀 나가야 할 신뢰의 장, 오가는 발걸음으로 채워야 할 화해의 공간이 남아 있다는 여운으로 들렸다.